Arts & Culture -Best preview
아이들만 노는 것이 아니다. 화가, 무용가, 조경가, 어른들도 놀고, 강아지,고양이도 논다. 어른들은 스스로 놀 공간을 마련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보여주고, 사용방법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판매용 상품과 달리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예술 작품처럼, 사용자에 따라 각자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의해 스스로 노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놀이기구, 구석구석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을 찾아내어 즐기는 곳이 놀이공간이다. 아이들이 그곳에서 놀고, 생활하고 꿈꿀 수 있는 시간을 조금만 더 주자.
아이들은 예술을 한다. 바다에 가면 모래성을 쌓고 부수고, 파내고 기하학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며 논다. 산에 가면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칼로도 태어나게 하고, 요술지팡이로도 만들어낸다. 그림은 또 어떠한가? 상상 그대로를 거침없이 그려내고 다양한 재료를 필터를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담아 표현한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감독과 규칙 없이 즐겁고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 풍부한 양의 설탕처럼 부드러운 모래를 두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위를 절벽의 산양처럼 마음껏 오르내리고 기대어 쉬게 두고, 환타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나무와 숨을 곳을 두어야 한다. 자연을 찾아갈 시간이 없으니, 자연을 가져와 담아야 한다.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가 없으니 만나서 함께 놀 수 있는 장소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놀이터를 디자인할 때 그 지역의 문화를 담는다. 아이들에게 문화와 역사를 주입식으로 학습시키는건 일회성이고 깊이 남지 않는다. 아이다운 형태로 전달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난 상황에서 스스로 배우는 놀라운 존재이므로 자연스러운 학습, 아이다운 형태의 놀이로써 학습이 된다. 즉, 놀면서 배운다. 그래서 놀이공간에 문화를 은은하게 담아놓으면 된다.
예를 들면, 제주에서는 제주에만 있는 담팔수를 심고 계절별 변하는 모습을 함께 보고 자라며 구실잣밤나무를 모래 놀이터 옆에 심어서 풍성한 잎들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열매는 소꿉놀이에 쓸 수 있게 하여 나무에 대한 고마움과 특징들을 알아가게 된다. 한라산을 2.5m로 축소하고 백록담을 담아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언젠가 실제 등반할 용기와 상상을 한다. 옛날 손펌프를 물놀이대에 놓고, 그에 필요한 마중물을 돗토구리(옛 돼지여물통)에 물이 고이게 하고, 물이 흐르는 길에 디딜방아 고재를 놓는다. 물을 얻기 위해서 직접 힘을 쓰는 노력을 해야하고, 펌프를 가동시키기 위해서 마중물이 필요한 원리를 놀면서 깨닫게 되며, 물을 모아 받아서 씀으로써 물의 소중함과 스스로 절약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전라남도 순천은 순천만습지의 형태를 놀이터 지형에 녹이고 순천에만 찾아오는 흑두루미 둥지를 담아 아이들이 자신의 고장만의 고유한 특징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라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다양한 상상을 하고, 언젠가 책에서 만나면 반갑게 관심을 더욱 가질 것이고, 어쩌면 어릴 때 좋아하던 놀이터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먼훗날 어른이 되어 깨달으며 자라온 환경과 문화를 뿌듯하고 애정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놀이터는 똑같을 수가 없다. 하나같이 모두 다 다를 수 밖에 없고, 달라야만 한다. 지역마다 지닌 문화도 다르고, 아이들도 다르며, 기후와 환경, 토지의 성격도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에 맞추어 가장 적합하게 일상과 자연스럽게 함께 스며들고 때로는 아이들에 의해 재해석되어 변형이 되기도 하는, 수많은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함께 성장하는 삶의 공간.
그런 아름다운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나의 다음 놀이터에는 해녀들의 고유한 기지이자 쉼터였던 ‘불턱’을 놀이터에 담으려고 한다.
오랜 전통이자 희미해져가는 해녀문화가 은은하게 담아져서 작은 모닥불처럼 따뜻하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연재 놀이터 디자이너
(Günter Beltzig 제자)
㈜아이엠그라운드 대표
Y-playlab 놀이연구소
http://www.artsnculture.com/news/articleView.html?idxno=3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