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재 Jan 29. 2021

둥지를 떠나는 아기 새처럼

초등학교 놀이터

아기 새는 세상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둥지를 떠난다. 


둥지는 아기 새가 엄마품 안에서 보호받으며 먹고, 자고, 노는 세상 전부이다.


초등학교 놀이터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8살부터 13살까지 6년의 긴 세월동안 성장을 함께 하며 가장 많은 추억이 쌓일 곳이 놀이터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싸우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부딪치고 까지고, 배려를 배우기도 하고, 협동심과 책임감을 키우게 될 것이다. 


엄마 품처럼 포근한 둥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안전하면서도 재밌고, 조금씩 더 자라면서 조금씩 더 도전할 수 있게, 그래서 더 큰 세상인 중학교에서 두 발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키우기를.. 

놀이를 통해 그 힘을 키워서 준비가 되면 둥지를 떠나겠지.. 그게 진정한 졸업 아닐까?


 

초기구상 스케치


 

순천만 습지와 그 곳에 사는 흑두루미, 흑두루미 위원회
보드랍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보드라운 알을 두 개 넣고 싶은데....


1차 설치 작업중
2021년 1월 28일 현재 진행중


놀이터 디자인은 현장 상황에 맞게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학교측이 주변에 유지하고 싶어하신 부분이 있어서 부득이하게도 둥지는 옆으로 더 퍼지지 못했다. 

그 결과 둥지 안이 조금 좁아지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좀 더 고난이도의 기울기가 되었지만 로프를 좀 더 얼기설기 넣고 삐죽삐죽 나뭇가지를 엮은 디테일을 좀 더 넣으면 될 것 같다. 


안전인증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 공공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안전인증과 설치검사 합격증을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다.)   안전인증 검사관들에게는 그동안 눈 감고도 합격불합격을 외치던 기존의 놀이기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처음보는 놀이기구라서 엄청 머리가 아플거다.  

(어린이 시설안전법 안전 기준은 모두 지켜서 디자인 했으니 합격할 겁니다..)


흠.... 더 이상하고 괴상한 놀이기구들이 안전인증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앞으로 계속 검사관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골칫덩어리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나는 아이들 편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놀이워크샵-작전기지 만들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