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놀이터
아기 새는 세상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둥지를 떠난다.
둥지는 아기 새가 엄마품 안에서 보호받으며 먹고, 자고, 노는 세상 전부이다.
초등학교 놀이터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8살부터 13살까지 6년의 긴 세월동안 성장을 함께 하며 가장 많은 추억이 쌓일 곳이 놀이터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싸우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부딪치고 까지고, 배려를 배우기도 하고, 협동심과 책임감을 키우게 될 것이다.
엄마 품처럼 포근한 둥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안전하면서도 재밌고, 조금씩 더 자라면서 조금씩 더 도전할 수 있게, 그래서 더 큰 세상인 중학교에서 두 발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키우기를..
놀이를 통해 그 힘을 키워서 준비가 되면 둥지를 떠나겠지.. 그게 진정한 졸업 아닐까?
놀이터 디자인은 현장 상황에 맞게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학교측이 주변에 유지하고 싶어하신 부분이 있어서 부득이하게도 둥지는 옆으로 더 퍼지지 못했다.
그 결과 둥지 안이 조금 좁아지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좀 더 고난이도의 기울기가 되었지만 로프를 좀 더 얼기설기 넣고 삐죽삐죽 나뭇가지를 엮은 디테일을 좀 더 넣으면 될 것 같다.
안전인증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 공공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안전인증과 설치검사 합격증을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다.) 안전인증 검사관들에게는 그동안 눈 감고도 합격불합격을 외치던 기존의 놀이기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처음보는 놀이기구라서 엄청 머리가 아플거다.
(어린이 시설안전법 안전 기준은 모두 지켜서 디자인 했으니 합격할 겁니다..)
흠.... 더 이상하고 괴상한 놀이기구들이 안전인증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앞으로 계속 검사관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골칫덩어리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나는 아이들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