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세 자매 이야기
놀이워크샵-우리들의 작전기지 만들기
<에피소드>
1. 억지로 온 듯한 서로 다투고 욕을 쏟아붓던 세 자매
말이 거친 11살 쌍둥이 언니와 낯을 많이 가린다는 이름도 밝히지 않고 한 마디도 하지 않던 10살 동생, 세 자매를 한 팀으로 묶었다.
그들은 같은 팀인것도 짜증을 냈고, 다른 팀에서 하는 것도 싫어했다. 이번 워크샵은 세 번의 과정 동안 서로 협력해야지만 이뤄낼 수 있는 일이므로 그들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켜보기로 했다.
첫 시간, 그들만의 작전기지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와 설계 시간.
그들은 서로 맞지 않는다며, 서로를 헐뜯고 비하하며 우리는 망했다며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짜증을 냈다.
„ 너희 셋 모두가 다른 사람이다보니 의견이 각자 다른건 당연한거야.
엉망인것 처럼 보이겠지만 그렇게 부딪히며 서로 얘기를 듣고 말하다 보면 언젠가 통하고 만나지는 순간이 있을거야. 믿어봐.“
내가 해 준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욕하면서도 서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의견을 수정하기도 더하기도 빼기도 하면서 결국 한 가지 합의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버섯모양의 외관과 수납이 많은 내부의 디자인과 팀이름을 머쉬맘이라고 정하고 기지를 세울 위치를 선택하는 과정도 서로 의견을 이야기하며 정하는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시간, 오늘은 어느 정도의 사이일까? 궁금했다.
2시 타임의 팀들이 작업한 모습을 보더니 마음이 급해졌나보다. 우선 설계도를 보면서 어떻게 작업을 시작할지에 대해 잠시 회의를 나누고는 희한하게도 서로 할 일들을 나누며 진지한 작업을 시작했다. 아마도 막막했을텐데, 담담하게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이 참 멋졌다.
열심히 계획대로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세 번째 시간에는 일찍 온다고 말한다. 의욕이 넘치고 즐거움이 눈에 가득한게 보였다. 말이 없던 막내 동생은 언니들 이야기도 잘 듣고, 자기의 의견도 풍부하게 말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에게도 말을 걸었다는 사실!
세 번째 시간, 일찍 도착한 세 자매는 바로 필요한 장비들을 챙기고 열심히 작업에 들어갔다. 중간 중간 작업과정이 막막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방법을 같이 연구하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음 단계로 스스로 나아갈 수 있었다. 반드시 잘 해내고 싶어하는 모습에 살짝 부담과 스트레스로 보여서 사탕을 입에 넣어주니 감동이라며 눈동자가 사탕만해지는 세 자매.
„오늘은 즐거워야 할 시간이야. 얘들아, 즐겨~ 너무 훌륭하게 잘 하고 있어. 더 편안하게 해도 잘 만들어질거야. 하다가 힘이 들면 옆 기지에 놀러가기도 해봐. 옆에 슈퍼가 열렸던데? 같이 가볼까?“
쌍둥이 자매들은 언니로써의 진지함과 책임감, 얌전하기, 막내동생의 까칠함을 변명해주는 습관으로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그 아이들도 역시 아이들이였다. 그래도 된다는 한 마디에 옆 기지에 가서 작은 과자를 먹으려고 줄 서는 것도, 쿠키를 먹으며 기분 좋아서 웃는 얼굴도, 한 번 더 먹으려고 뛰어가는 모습도,.. 그래, 언니이기전에 어린이였던 것이다.
너무 잘하고 있어! 그렇게 너희 모습 그대로 풀어놔도 된단다.
기지가 완성되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그동안 느낀 감정들을 쏟아내고, 기지의 한 부분을 잘라서 하트를 만들어 선물로 주고, 바닥에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서 반지를 만들어 주는 데, 이 아이들 정말.. 세 번의 만난 시간 동안 온전히 자신들의 예쁜 부분들이 나온 것 같아 왈칵 눈물이 났다.
처음의 저만치 거리에 서서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와락 껴안으며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를 제로로 만들었다.
내가 하는 놀이과정의 결과물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순간, 그들이 주어진 과정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그들 자신의 모습을 찾았는지, 반짝이는 눈망울과 서로 통하는 뜨거운 마음을 그 어떤 결과물과 비교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