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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Dec 30. 2020

놀이워크샵: 박스로 기지만들기 -1.

아이들은 숨고 싶어 한다.

우리들의 작전기지 만들기 워크샵을 끝내고

진행 날짜: 2020년 12월 6일, 12일, 13일 14시~17시 (3회 총 9시간)

참여인원: 25명

진행 장소: 제주도 크라예술학교

뒷마당에 내가 디자인한 놀이터를 완성해주는 아이들 
아이들은 숨고 싶어 한다. 
비밀, 계획, 작전, 어두운곳, 미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것들을 담아낼 놀면서 작업하는 과정을 준비했다.

하루에 1시간씩 주어진 시간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가지 않고 3시간씩 작업에 깊이 몰두해서 온 정성을 들였다. 다음 날엔 작업 할 일이 많은데 일찍 와도 되냐고 물어서 허락했더니 거의 모든 아이들이 2시에 와서 5시까지 함께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러 아이들의 다양한 성격이 드러났고,
그들의 기질대로 선택하여 가볍게 또는 깊게 참여하게 두었다. 

 만들기 작업에 푹 빠져서 꼼꼼하게 계속해서 만드는 아이, 이 상황 자체가 마냥 즐거워서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게 익숙해서 팀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불평만 하고 게으름 피우는 아이, 말없이 혼자서만 작업하는 아이, 지시만 하는 아이, 다른이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아이, 아이디어가 넘쳐서 혼자서 마구 쏟아내는 아이, 빨리 집에 가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려고 하는 아이, 열정에 비해 행동이 따라주지 않아서 속상해 하는 아이, 자신의 작업을 다른이와 나누고 싶어 하는 아이,.. 정말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가진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는 이 시간이 편안해 보였다.

그 아이들은 원래의 가진 모습 그대로이다. 단지 그들을 바라 보는 어른들의 각자 다른 잣대와 가치관의 눈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너무 자유를 주어서 수업이 엉망이지 않느냐고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이들이 즐기게 그냥 두어야지 너무 간섭한다고 볼 수도 있다. 어른들 또한 다양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맞고 틀리고는 없다. 그저, 나는 아이들 그대로의 모습을 품어주고, 그들의 다양한 표현 방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른으로써 올바른 디딤돌을 받쳐주기도 하며 그들의 감정에 공감해 주면서 진행해 나간다.

아이들을 대할 때는 어른의 마음은 백지상태여야 한다. 

내가 보는 마음에 색깔이 입혀있으면 아이들의 모습과 생각이 순수한 그 색 그대로가 아닌 다른 색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간섭이 아니라 관심이며, 지시가 아니라 질문이고, 적절한 제한과 넓은 허용이다. 

아쉬웠던 점은 다른 수업을 위해 공간을 활용해야 해서 옮길 수도 있고 해체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중간에 노출이 된 점이다.  매 과정마다 깊이 들어가고, 마지막에 해체한다는 황당한 상황을 주고, 그 황당함이 즐거움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느껴볼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 메타인지능력은 그 어떤 주어진 상황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키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놀이 워크샵 기간 동안, 아이들은 스스로 자랐고, 모든 작업은 기초가 중요함을 배웠고, 서로 협력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음을 깨달았고, 주어진 상황에 맞춰야 하는 유연함을 연습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공감하며 협력하는 사회성도 자랐다. 작은 성취감이 모여 큰 자신감을 얻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도구를 조심해서 써야함을, 새로운 도구의 사용법을 배웠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모여서 노는 시간의 즐거움과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주의심을 가졌고, 마음껏 해도 되는 해방감을 느꼈으며 어른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에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이 제한 된 이 불편하고 답답한 시기에, 머리 쓰고, 몸 쓰며 마음껏 에너지 풀어 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 크라예술학교와 시간을 허락해 준 부모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기지를 만들 위치와 면적을 정하는 중
설계 단계-시끌시끌, 브레인 풀가동!
굉장히 구체적인 설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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