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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만들면서 배운다

디지털과 수작업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나온다

by 연재 YeonJay

명함, 스티커, 현수막, 판넬, 배너, 실사, 리플렛, 소책자, 어깨띠, 표찰, 도로표지판, 썬팅, 간판..디자인하고 직접 만들거나 주문해 본(지금도 하고 있는) 것들이다. 디자인 실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만든건 명함 아니면 스티커, 둘 중 하나. 명함은 내 첫 회사 이름이 박힌 것, 스티커는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행사 납품용 이었다. 컴퓨터 화면에서 글과 이미지 소스와 모양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작업한게 형태를 가진 실물로 딱! 하고 눈앞에 온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거라 생각하시는지. 많은 분들이 ‘신기하다’, ‘놀랍다’, ‘뿌듯하다’ 같은 반응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위에 언급한 기분도 다 맞다. 실제로 작업하고 제품 검수하면서 많이 느끼니까. 그런데 사실 저게 다가 아니었다. 저때 바로 들어오는 기분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복잡미묘’. 이걸 만들려고 회사에서 혼나고 고객의 불만을 듣는 등, 우여곡절을 거친 걸 생각하면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더라. 그래도 해내야지, 들어온 일인데..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내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어 보는건 정말 중요하다. (직접 만들든 제조업체에 주문하든). 만들어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주변에 흔히 널린 작업물도 직접 만들어 보면 생각보다 많은 손을 거쳐 소비자를 만난다. 투박하고 촌스러워 보이는 광고 전단지 한 장도 ‘얼마나 많은 편집과정을 거쳤을까’ 생각하고 보게 된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을 가볍게 훑어보지 못하는거다.

전공 학과에서 디자인을 배웠거나 프로그램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만드는 과정으로 넘어가면 많은 경우 헤매게 된다. 단순히 프로그램 사용법만 알고 시작하기엔 넘어야 할 단계가 꽤 많다.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주문해 보고) 배우게 된 것 몇 가지를 나누려 한다.

1. 현수막 = 플래카드

- 프로그램에서 디자인 규격을 실제의 10분의 1로 설정하고 디자인한다. (예 : 가로 5m x 세로 0.7m - 파일 규격 가로 0.5m x 세로 0.07m)

현수막은 몇 m씩 아주 길게 제작하기 때문에, 실제 규격대로 파일을 만들면 프로그램이 인식하는 범위를 초과한다. 설령 실제 규격대로 작업했다 하더라도, 파일 자체의 용량이 너무 커 출력기로 넘길 때 파일이 안 열리는 불상사가 생긴다.

- 출력 후 마감(또는 후가공)을 잘 해야 한다. 사전에 현수막 게시위치가 어딘지 파악하고, 위치에 적합한 마감을 선택한다.

(마감은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2. 인쇄물(명함, 스티커, 전단, 리플렛, 책자 등)

- 인쇄물의 실제 규격보다 여백을 사방 1mm 이상 추가하고 작업을 시작한다(=도련 설정)

(여백 없이 작업했다가 재단 부분과 중요내용이 맞물려 잘린 수도 있음)

- 리플렛이나 책자처럼 종이를 접어서 만드는 작업물은, 접는 방식 및 접이(칼선)가 들어가야 되는 부분을 작업파일에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두꺼운 종이로 주문하는 경우, 칼선만 넣으면 접을 때 종이가 터지므로, 칼선 부분에 ‘오시’를 추가해 종이가 찢어지거나 터지는 걸 막는다.

- 오탈자 절대절대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 기본 주문수량이 많은 만큼 차분한 마음으로 여러 번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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