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일은 나 자신을 더 흔들리게 한다
날이 밝았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는 폭우로 바뀌어 있었다. 거기다 미친듯이 날카롭게 부는 바람까지. 마치 태풍이 온 듯 했다. 여름도 아닌데.
공기는 차갑고 음산하기까지 했다. 천만다행이지, 오늘은 공휴일이니까…그나저나 어제 있었던 일이 마치 꿈같이 느껴진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집을 둘러보니 정아가 보이지 않았다. 기어이 비가 들이붓는 바깥을 뚫고 일하러 갔나 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요즘 갑자기 일이 늘어난 터라 정아는 주말이건 공휴일이건 일터에 나가 있는 편이다.
정아가 집에 들어올 땐 식사 준비를 해야할 때, 하루를 마무리할 때다. 괜히 정아가 안쓰러워진다.
일터를 세우고 이끄는 대장의 숙명인가 보다.
아점을 먹으면서, 간만에 물건 정리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정아한테 왜 그렇게 서운했던 걸까? ‘
‘정아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너무 한심해 보이려나? ‘
‘정아 말이 맞긴 한데…그래도 면접 보러 간다는 식구 응원은 해줄 수 있잖아.’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철이 없는 건가? ’
‘아님 자존심이 너무 센 건가? 퇴사한다고 저질러놓고? ‘
‘자존감은 낮은거 같기도 하구…’
이 사단이 난 이유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근데 이러다 진짜 이직 못 하면 어쩌지? ‘
‘아니 그 전에, 이직을 왜 하려고 했던 거야? 쉬고 싶었던거 아니었어? ‘
‘쉬고 싶긴 한데…정아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괜히 불안해지기도 하고,
이 나이에 마땅한 플랜 B 없이 퇴사부터 얘기해 놨으니…이대로 괜찮은가 싶기도 하네. ‘
한참을 생각하다 부딪친, 내 깊은 속마음.
‘내가 진짜 회사에 다시 들어가서 일하고 싶은게 맞긴 할까? ‘
‘지금 이 상황, 예전하고 별반 다를 게 없잖아.’
사춘기가 다시 왔나?
요즘 굉장히 많이 흔들리고 있다. 비단 어제 일 때문만은 아닌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