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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킴 Dec 06. 2023

오늘의 일기

삶의 진실은 한 가지.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

내가 SNS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심코 넘기고 보이는 수많은 이미지와 글들이 어떤 날엔 내 마음과 뇌리에 콕 박혀 삶의 동력이 되기도 방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루를 갓 끝낸 어떤 밤엔 잠이 들기 아쉬워 밤새도록 내 마음을 대변하는 글과 이미지를 찾아 한참이나 온라인상을 헤매는 시간도 허다했다.


'삶의 진실은 한 가지.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는 이야기.


어제의 내 마음에 박힌 글이다.


긴 터널이었던 나의 투병기를 거친 이후엔  내가 행복해지고 원하는 일을 행하는 것에 있어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내 마음이 어떤지 지금 내가 속해있는 환경은 어떤지.


다케오에서의 삶은 꽤나 행복하다고 느낀다. 나는 요새 잘 자고 잘 먹으며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이제 한 달여간의 시간이 남았는데 그새 아쉬워 한국에서 친구들을 불러 여행을 하러 오라고 다독인다. 나도 겸사겸사 여행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평소에 혼자 방문했을 때 너무 좋았던 곳들은 기억해 두었다가 친구들이 오면 함께 다시 재방문을 한다.






어제는 사가에 위치한 종이 공장 ' 나오메티가와시'를 다녀왔다.





 '나오메티가와시' 공장에서는 근처에 난 나무를 베어다가 나무를 끓여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고 주변에 보이는 메리골드나 우메와 같은 것들을 물에 담가 색을 만들어낸다. 1690년부터 종이 만드는 방식이었고 당시엔 백여채의가문이 해당 기술을 가지고 종이를 만들었다는데 현재는 '타니구치' 가문만이 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할 수 있는 일을 해내고 묵묵히 시간과 기술을 지켜내는 장인 정신은 멋진 일이다. 백 년 전이야 타니구치 가문보다 더 종이를 잘 만들고 잘 나가는 가문이 있었을 테지만 오랜 시간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게 뭘까? 잘하는 것보다 이 일을 사랑하는 일. 사랑하는 일이기에 함께 영원토록 이어나가고 싶은 그 마음. 나도 내 작업을 묵묵히 오랫동안 하다 끝까지 사랑으로 남게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림을 정말 사랑하는데 예술을 사랑하는데 예술도 그렇게 내 작업을 따라와 주면 좋으련만 오랫동안 지속될 짝사랑을 하는 기분이다.




내가 반복하고 애정하는 일 그리고 고민하는 시간과 행동으로 보낸 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든다. 오늘의 시간은 쌓여 내일과 미래의 나를 만들겠지. 어떤 선택을 하든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편이라 앞으로 묵묵히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잘 선택해 지금처럼만 나아가고 싶다.


이 전에는 매년 직업적 성장에 압박을 좀 받았던 터라 포켓몬이나 디지몬처럼 진화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썼지만 요새는 고작 레벨 1의 피카츄이더라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 이런 마음가짐이면 조금 더 보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 수 있는 작업이 나올까?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개인의 행복과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그 고민은 언제나 작가의 삶을 저울질하게 만든다. 동시에 만족할만한 찰나의 순간이 언젠가는 도래하겠지. 사실 애정하는 작업을 만들고 나서 주인을 찾아가 걸려있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순간이 오기는 한다. 그 순간들을 모아 마음에 저장해 놨다가 다시 열심히 작업.


토끼와 거북이의 하루종일 걸리는 달리기 시합에서 거북이는 묵묵히 앞을 보며 결승선에 진출하여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지만 이왕 하루를 보내는 것은 토끼처럼 일에 열정도 보이다가도 내가 원하면 나무 밑에서 잠도 자고 꽃도 구경하는. 그런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쩠던 결승선을 통과해서 일의 마무리를 지었고 1등이 되지못했지만 스스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을 것 같아. 내가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하고 또 당장 보이는 수많은 결승선들 앞에서 급하게 1등으로 꼭 이루어야겠어! 하는 생각보단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도.. 다른 관점에선 좋을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마네는 생전에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고 사후 평가에서도 모네와 르누아르 같은 많은 인상주의 작가들에게서 가려진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마네의 작업을 가장 사랑하고 그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 고흐처럼 살기보다는 난 마네처럼 마티스처럼 예술을 사랑하며 즐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가을엔 돗자리에 누워 낮잠도 자고 도시락도 먹고 겨울엔 따뜻한 북규슈에서 온천도 하고 레지던시의 시간도 보내고 봄에는 한국에서 그림 그리다 꽃놀이도 보러 가고 여름엔 여름대로 멋진 바닷가에 가서 겨울을 기다리고. 하루종일 작업실에 머물며 작가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은 작업도 좋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 삶의 내 방식대로 그림도 삶도 오래오래 천천히 사랑으로 이어나가고 싶다. 세상에 이렇게 30대의 삶이 사는 게 재밌고 매일이 설렌다니.



  왜 이 좋은 것을 난 이 전에 몰랐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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