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에 대해

작업노트 26년 3월 11일

by 모모킴




보통의 그림 작업은 채색과 이미지를 올리는 과정에서 시작되지만, 최근 나의 작업들은 그 위를 다시 흰색과 모래 질감의 층으로 덮는 반복을 거친다. 나의 작업과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내면의 흐름과 불안, 현재의 관계 속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드러나게 되지만, 나는 그러한 것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감정이나 내면의 상황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후에 불분명한 추상적 흔적으로 남는다. 지나가는 감정과 흐름들은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묻어두고 싶은 마음도 큰 것 같다. 그래서 색을 올리며 내면의 흔적을 내보였다가 다시 덮으며 감정을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Endless Garden(1).png

다양한 재료들 중에서도 기존의 '본질'과 '본성'에 가까이 있다고 믿는 '흰색'에 가까운 색을 사용하는 것, 흙의 일부와도 같은 모래와 같은 자연적 물성을 지닌 재료는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이러한 '감정'과 같은 불순물을 부드럽게 중화시키고, 작업하는 시간 속에서 희미해지는 흔적처럼 화면 위에 남게 한다. 작업할 때 재료의 선택은 개념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얼마 전 그가 왜 그림을 다시 덮는 작업 방식을 하게 되었냐고 했을 때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무언가 내면이 투영된 '그것'을 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리라. 그림에서 보이는 어스름한 먼지같이 보이는 덮인 모래와 색들은 켜켜묵은 흔적처럼 보이게 되었다. 분명 새 그림인데 헌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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