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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곤지 Apr 18. 2019

3일차 : 출근길에 책을 꺼내 보았다

역시 뭐든 시작하기가 힘들지

[하루 30분 30일 글쓰기 프로젝트 - 하루 1개 안하던 짓 해보기_3일차]

하루 30분씩 30일 글을 쓰는 프로젝트에 참가 중, 사소한 일상에서 생각보다 글 쓸 거리가 없다는 것을 발견. 나처럼 잘 질리고, 산만한 사람이 꾸준히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30일동안 하루 1개씩 삶을 바꾸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자(!)라는 의미로 하루 1개씩 평소 안하던 짓을 해보기로 했다. 이 얼마나 산만하고 새로운 것 좋아하는 사람다운 프로젝트인지! 하루에 1개지만 매일 매일 뭔가 하다보면 뭐라도 좋아지지 않을까?



늘 책을 많이 읽는다고 착각했다 


필사모임도 운영하고 있고, 원룸에 혼자 사는데도 집 한 구석에는 책 수 십 권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한 달에 2-3번씩은 대형 서점에 아이쇼핑(?)을 가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 생기면 아끼지 않고 산다. (어쩌면 나는 월급으로 다른 데 탕진하기 보다는, 책 사는데 탕진하는 것 같다) 심지어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책 1권을 정독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내가 늘 책을 정-말 많이 읽는다고 착각했다.


문득, 내가 올해 어떤 책을 읽었더라- 정리해보는데 생각보다 내가 많은 책을 못읽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발췌독을 한다는 명목 하에 이 책 저 책 끄적 끄적 들여다 보거나 휘리릭 훑어 본 시간은 많지만, 정작 끈덕지게 15분 이상 앉아서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거의 안하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워낙 산만한 성격이라서 한 번에 여러 권씩, 부분 부분 필요한 부분만 보는 것이 나에게 맞아! 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이 생각이 핑계거리가 되어서 책 1권 제대로 읽지 않고 '책을 많이 읽는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 같다. 정작 머릿속엔 중요한 내용들이 남아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책 읽으려니 다른 게 왜 이렇게 재밌나 몰라


머리로는 늘 생각하는데, 막상 실제로는 잘 옮겨지지 않는 행동들이 있다. 출근길에 책 읽기가 참 그런 존재다. 회사가 시청역으로 이사를 가서 그 전보다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진 덕분에 이번에는 책을 한 번 진득히 읽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런데...


(마음의 소리1)
앗! 어제 밤에 온 카톡에 답장 안했다!
앗! 쿠팡에서 이거 주문해야 하는데?
앗! 인스타그램에 누가 댓글을 안달았나? (관종?!)


막상 책을 읽으려니까 자꾸 다른 것들이 생각이 났다..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정신을 가다듬고,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해야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아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앗! 지금 네이버 메인 뉴스 뭐지? 갑자기 너무 궁금하다
앗! 오늘 내가 듣던 팟캐스트에 신규 에피소드가 올라왔을까?
앗! 이번주말에 영화나 보러 갈까? 요즘 볼만한 영화가 있나?


정말 이런 류의 잡생각들이 계속 계속 머릿속에서 떠오른다...산만한 사람에게는 정말 종이책 하나 제대로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 나는 시작이 힘든 사람이야. 시작만 제대로 하자. 딱 30초만 이거 읽어보자. 마음을 계속해서 다잡는다. 다행히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은 잡지 에디터 출신의 저자가 쓴 인터뷰집인지라, 잘 읽히고 나에게 말하는 듯한 문장이어서 결국 내릴 때까지 한 챕터 반 정도를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시작이 힘들지, 한 번 시작하면 뭐든 한다. 역시 나같은 산만한 사람은 한 번 시작이라도 해야지. 또다시 진리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출근길 책 읽기 전쟁을 한 판 끝낸다.



- 3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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