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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Jul 14. 2018

행복한 결혼 생활, 아가는 5년째 무소식

부부금슬이 너무 좋으면 아기가 안 생긴다더니..내가 문제가 있는 걸까.

https://www.youtube.com/watch?v=3MQC3wLptHA&t=13s


2013년 4월 14일.

솔로들이 짜장면 먹는다는 블랙데이에 결혼해 질투를 샀던 걸까.


2018년 3월, 결혼 만 5년이 다가올수록

불안함은 커져갔다.


단 한 번의 피임도 없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29살의 나이에 결혼할 때

물론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또래 친구나 동기들 중에선 빨리 시집간 편이었다.


그런데.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이 아기를 갖고,

특히 가족, 친지들의 임신 소식이 들리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없다고 해서 불행했던 건 결코 아니다.

신랑도 여행을 좋아하는 터라, 틈만 나면 우리 부부는 훌쩍 떠날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시간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도 키워갔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건 주변 시선이다.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여성에게 명절은 정말 지옥이다.

물론, 어른 입장에서 걱정돼서 하는 말인 건 잘 안다.

그러나..

그 분들은 한번 씩 묻는 질문이겠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번 씩 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한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라며 넘기기도 했지만

(기자부부여서 그런가..하늘 보기도 참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것도 한두번이지..


농담으로 대답하면 또 짖궂은 농담으로 받는 분들이 있다.


"남편이 밖에서 딴짓하고 오는 거 아냐?"

"니가 잘 좀 해봐"


"서로 바쁘고 피곤하다보니 배란일 맞추기가 힘들다"고 하면

"나는 그런 거 전혀 몰랐는데도 애기 잘만 들어서던데…"


 


나한테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병원가보라"하질 않나,

"아들 낳는 한의원 있는데 알려줄까.."


아이 낳으면 키워주기라도 할 건가,

아니 남의 집 가정사에 왜들그리 오지랖이신지..


우리 엄마까지 나를 들볶았다.

내가 일부러 아기를 안 만드는 줄 알고, 아이를 낳으면 좋은 점, 낳아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이 설명하는데..

설득이라곤 1도 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그저 "엄마는 니가 있어 좋다" 이뿐이다.


사람 나고 죽는 게 어디 인간 뜻대로 되는 것인가..


"때되면 주시겠죠.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죠"

말씀드려도 엄마의 조급증은 가시지 않았고, 이는 온전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어디 이뿐인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도, 나를 언제 봤다고;;

잠깐 얘기 나눴을뿐인데..

입에 담기조차 민망하고 부끄러운 조언(?)들을 해주곤 했다.


그 당시에는 화나고 기분이 안 좋고 말았지만,

문제는 내 스스로 더 큰 불안에 휩싸인다는 것이었다.


그냥 다 주변의 관심이고 내 생각해서 그런 거라며..잊어버리고 말았어야했는데

퇴근 길에도, 자기 전에도, 밥을 먹다가도

'내가 진짜 문제가 있나' 걱정부터

'남편이정말 딴짓을 하나' 의심까지..


주변의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우리 부부 관계만 해칠 뿐이었다.

신랑이 일끝나고 술한잔 하다보면 늦을 수도 있는데

"누구 만났냐, 지금까지 뭘했냐' 괜히 의심하게 되고,


다들, 쉽게 쉽게만 가지는 것 같은데도,

왜 나는 안되는지 점점 위축되기만 했다.


배란일 테스트기를 사다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소변 체크하면서

"오늘 배란일이니 일찍와" 약속하고


그러다 일 생겨 틀어지면 짜증내며 싸우고,

약속대로 둘다 일찍 들어와 거사(?)를 치루면서도

사랑이 아닌 숙제로 여겨지고

마치 번식을 위해 의무적으로 생식기를 맞대는 짐승처럼 느껴졌다.


또 주변에서 "새벽에 해야 생긴다"고 해서

새벽 3시에 알람을 해놓고 잔 적도 더러 있었지만

잠결에 그게 되나....ㅠ ㅠ

그러고보니 이런 저런 웃픈 에피소드들이 더러 있네..


지난 5년 간 산전 검사만 두 번 받고

수시로 임신 상담도 받았다.


인공수정, 시험관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나 상담을 받아보니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


일단 비용. 한 번에 250~300만원 정도 든다.

그런데, 성공확률이 겨우 15~20% 란다.

그래서 한 번만에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최소 3번씩은 받는다고 한다.


시간은 또 금방인가. 며칠동안 자신의 배에다 직접 주사를 놓는(?) 그런 것도 해야한다는데

경험자인 한 언니말론 "실험관 쥐가 된 듯한 기분"이라고..

아기 만들기도 전에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다고 ...

"그래도 아직 나이가 그리 많진 않으니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다들 하는 말,

"애 낳으면 끝이다"

낳아봤자 애들이 속만 썩이고 돈 들고 맨날 부부싸움만 한다면서;; 만류들 한다..

뭐, 사실이겠지..

나만 해도, 부모님 속을 안썩이고 크진 않았으니까;;

학원비에 옷 사달라 조르기도 하고..식비로는 좀 나갔겠는가..


"스트레스 받지 마"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해준 말.

그렇더라.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하면 코끼리만 생각나는 것처럼

"아기 가지게 해주세요" 기도할수록

루저가 된 것 같고, 내 자신이 문제여성인 것 같았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지"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안받는 건 아니었다. 안받을 수가 없었다;

이게 가능하다면 만병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겠지.


그저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내가 디스크가 왔지만, 이로 인해 운동이란 최고의 습관을 갖게 되고 건강해진 것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아이가 안 생기는 데는 그저 "하늘의 뜻이고 때가 아직 되지 않았겠지"

"안생기면 그마저도 하늘의 뜻이겠지"라며 마음 편히 먹기로 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더 즐기고, 생기면 주신 생명 감사히 잘 키우겠다고 마음먹고선

'임신' 고민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배란일 테스트기는 치워버렸고,

더이상 신랑 카톡을 몰래 보지도 않았다.


이 결심을 한 게 올해 초다.

나름 새해 결심이었다.

그리고 4월 4일 임신 소식을 알게 됐다.

'임신 4주'


콩알 만한 애기집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주신 씨앗을 감사히 잘 품고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가득찼다.


그토록 기다리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그 순간,

그 마음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


애 키우는 건 전쟁이고, 낳기도 전인 임신만으로도 버거운 순간이 많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이마저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5년 만에 찾아온 우리 부부의 결실,

금은보화로 치장은 못해줄지라도

우리 첫 아이를 사랑으로 잘 키우고 싶다.


아, 그리고 우리 부부의 약속.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서

00엄마, 00아빠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00엄마, 00아빠가 아닌

연인으로, 부부로, 서로의 이름과 애칭을 불러주며

아이에게 귀감이 되는 그런 부모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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