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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May 09. 2018

"자연분만은 힘들 것" 디스크 판정 4년 뒤, '임신'

이렇게 엄마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nLiTRVT00Q


"분명히 생리가 끝났는데…"


생리가 끝났는데도 한 2주 동안 계속 생리통처럼 배가 아팠다. 금방이라도 생리가 나올 것만 같은 느낌. 마지막 생리가 좀 생리같지 않기도 해서.. 그게 또 생리가 아니었나, 부정출혈이었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 생리통이 굉장히 심한 편이지만, 생리 시작일 전날 밑이 좀 빠지는 느낌이 빠지직 들더니

다음날 오전 출근 도중 지하철에서 뜨끈뜨끈한 무엇인가가 쑤욱..


'아씌ㅠ 하필 오늘이냐…근데 조금 빠른데..'


냉인가 싶기도 하고, 도중에 내려 지하철역 화장실에 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출근길 지옥철 한복판이었다..


이 인파를 뚫고 올라가서 굳이 확인하고,

예비 생리대도 없었는데 이걸 사러 헤맨 다음, 다시 화장실에 들려 장착하고 내려와서 지옥철 탑승했다간 ...

지각에다가 출근하다 지칠 것 같아서.. 일단 꾸욱 참고...;;;; 출근부터 하기로 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실 냉이 나오는 건 몸이 차거나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등등 여성 몸 어딘가가 안좋다는 신호여서, '뭐 냉보다 낫지'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다만,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을 겪은뒤 천생리대를 쓰는데, 그걸 안가져와서ㅠ 일반 패드를 써야 한게 좀 찝찝했을뿐.. (유통 중인 패드들도 유해물질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찝찝한 것이다..ㅠ ㅠ)


근데 참 생각해보니 신기한 일들이.. ㅎㅎ

생리대를 편의점에서 산 뒤, 평소 생리통이 워낙 심한탓에 진통제 사러 약국에 들렸는데

약국 선생님이 진통제 대신 어혈치료제를 주셨다. 핫팩같은 붙이는 온열패치와 함께.


(솔직히 당시엔) 좀 짜증이 났다. (아 놔 생리통 심한데..)


"그냥 타이레놀 없어요? 우먼스 타이레놀이요, 그것보다 더 센 것(약이 잘드는 것)이 있으면 좋은데.."


약국에 타이레놀이 하필?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국 선생님은 진통제 매번 먹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이걸 먹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물론 타이레놀보단 조금? 비쌌지만, 선생님 말씀에 반박할 수도 없어서;; ㅎㅎ 챙겨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


여튼, 그렇게 생리가 시작은 했는데;; 너무 빨리 끝났다.ㅠ 배도 아프지 않았다ㅠ

배 안아픈 건 좋은데, 오만가지 잡생각이...


근데 일단 뭐 그렇게 소나기처럼 생리가 지나가고, 사람은 또 망각하는 동물인지라 잊고 지냈다.

그러다 약 열흘 뒤 괌 휴가계획이 있었는데..

어쩜 출발 전날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아ㅠ 설마...이게 무슨 신의 장난인 것인가..'


결국 천생리대를 바리바리 싸들고 갔고, 정말 휴가기간만큼은 안터지길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생기지 않았고, 물가에 풀어놓은 어린애마냥 신나게 휴가를 즐겼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배는 계속 아팠고,

문제는 돌아와서도 이 월경전증후군 같은.. 혈만 안나오지 생리통같은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요즘 젊은 여성들도 자궁이나 유방질환을 많이 겪으니..

올해 초에 건강검진 받을 때만 해도 아무 이상 없었는데..


그리고 너무 너무 미친듯이 졸렸다.

처음엔 너무 괌에서 빡세게 놀았나..싶었다가도 그래도 휴양지였고 먹고 자고 노는 것밖에 안했는데..


돌아온 주말에 평소 즐기던 운동도 안하고 계속 늘어져 잤는데도 무슨 수면제라도 먹은 듯 잠이 쏟아졌다.

왜이렇게 체력이 저질이 됐나, 이렇게 게으름 피울 때가 아닌데..

무기력한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다.


또다시 한주가 시작됐는데 이 배의 통증은 도무지 가라앉질 않았다.

생리가 언제 터질지 몰라서 천 생리대도 매일 들고 다녔는데, 이거 원 생리는 나오지도 않고..


도무지 이유도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약이라도 먹어야할 것 같아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부인과를 갔다.


마지막 생리일, 기혼, 약물여부 등등 체크하고

하복부 통증땜에 왔다고 진료/ 상담에 들어갔다.


초음파를 보는데

"자궁 내막이 두껍다"는 말을 하셨다. 공포가 밀려왔다.


그러다 잠시 초음파를 한참 보시더니...


아주 작은 쌀알 같은 것을 계속 비춰 보이셨다.


아.. 저건 뭐 또 혹 같은 것인가...ㅠ

이 가엾은 새가슴 환자는

"아직 출산도 못했는데ㅠ 자궁내막증인가" 이런 걱정에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옷을 다시 갈아입고선 원장님 상담을 받는데,

그 좁쌀 같은 걸 다시 보여주시면서


"이게 아기집 같은데 아직은 너무 작아서 확인이 안돼요"라고 말씀하셨다.


귀를 의심했다.


"아기집이요??"

그리고 "아직 마지막 생리 뒤 30일이 지나진 않았으니,

좀 빠른 감은 있지만 확인을 해보자"면서

"임신테스트부터 하자"시는 것.


어벙벙한 상태에서 소변을 받으러 가는 동안 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임신?

내가 임신을?


사실 2013년 4월 14일 결혼식을 올린 뒤, 2018년 4월 4일,

이날 병원을 방문하기까지

아기의 기별은 없었다.

물론, 단 한번의 피임도 없었다.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요"라고 울며불며 간절하게 기도하며

인공수정에, 시험관에, 이런 저런 시도까지 한 건아니었지만

"아이가 생기면 감사하게 잘 키우겠습니다"라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결혼 1년 뒤 목과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으면서


"이런 상태의 허리라면 임신하고 상당히 힘들 걸요, 자연 분만은 더더욱 힘들고요"


양방, 한방 의사 선생님 모두에게서 이 말을 들었다.

 특히 아직 아이를 품지도 않았는데,


"아이를 들어서 안아주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울면 달래려고, 아이를 들어 세워서 토닥거리며 달래는데..


아이는 점점 크고 무거워지는데 아이들의 이런 안기는 습관은

학교 들어가서도 고쳐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냥 멀쩡한 여성들도 임신하고 배가 무거워지면 디스크가 생기는데

디스크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 목과 허리에 더 무리가 오게 되고

점점 커지는 애를 안아주다간 허리가 많이 안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해주신 말씀이셨다.


정말 필요한 조언이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엔 불안요소로 자리잡았던 것 같다.

성격이 좀 예민한 편이여서 더 그랬을테다. 아니 분명히 그랬다.




소변을 받아오고 떨리는 마음으로 뜨끈뜨끈한 소변을 간호선생님께 전하고,

내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는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리고 심장은 어찌나 쿵쾅거리던지..


사실 애기가 잘 안생겨서 산부인과에도 몇번 다녔던터라

초음파 검사하고서, 임신테스트도 해봤지만

늘 음성 반응이었다. 소변 검사 뒤 원장님을 다시 만나고 간 일은 없었다.


그런데.


"김연지님, 원장님 상담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초초하게 스마트폰 화면만 스크롤하던 두 손으로 소파를 짚고 벌떡 일어났다.

너무 빨리 일어났는지, 약간 현기증까지 느꼈다.


빠른 걸음으로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원장님 책상 위 임신테스트기에 ..

두줄..두줄..


분명히 두 줄이었다.


눈을 몇번 깜빡이고 머리를 흔들고서 다시봤는데..


하...


만 32년 인생에 처음 보는 두 줄이었다.


"축하드려요. 임신입니다"


그리고 그 좁쌀 만한 것은 아기집이 맞는 것 같다고,

아직은 너무 작지만, 다음주에 오면 더 커져 있을 거라고 하셨다.


"진짜 임신 맞아요? 생리날짜 가까워지면 양성으로 나올 수도 있다면서요.."


몇 번을 되물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원장님은 내막도 두꺼워져있고, 아기집도 보이고, 통증이 계속된 것도 착상때문에 그런 것일 거라고.

다만 보통은 임신 5~6주쯤(생리 예정일 1~2주가 지난다음) 지나거나

아기집이 5mm가 넘어야 정식 임산부로 등록이 되니 다음주에 한번 더 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엽산은 먹고 있냐"고 물으셨다.


"5년 만에 생긴 아기라서요, 지금 믿기지가 않아서..

아.. 엽산은 계속 먹다가, 너무 아기는 생기지도 않고.. 사실 좀 마음이 지쳐서 요즘엔 안먹고 있었어요"

(엽산 중독될뻔..ㅠㅠ)


원장님은 임산부용 엽산이 병원에 있으니 그걸 오늘부터 꼬박꼬박 먹으라하셨고

나는 그렇게 "감사합니다" 배꼽 인사를 몇 번이나 올리고 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채 계산을 하는데

간호사 선생님도

"초기 임산부라 정말 조심해야 해요. 엽산은 하루 1번 2알씩 먹고.." 말씀하시는데


'초.기.임.산.부'

이말이 귀에 박혀서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 말이 다시 듣고 싶어서

거기서도 "저 임신 맞지요??" 얼마나 여쭸는지 모른다..


나중엔 좀 귀찮아지셨는지,

"네네 다음에 오세요, 다음 000씨~ 원장님 진료 보실게요"

곧바로 업무에 복귀? 하셨다.


정말 신기하게 그 순간 시어머님한테서 문자가 왔다.

"아픈덴 없고?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냐"는 안부 문자였다.


사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직 애기집이 너무 작아서 부모님과 주변에는 5주가 넘으면 말씀드리라고 했는데


시어머님 문자를 보는 순간

요, 가벼운 입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큰 아들 손주를 누구보다 기다리셨겠지만

행여 큰며느리가 담 가질까봐

애기 얘기는 먼저 꺼내시지도 않으셨던 당신이다.


병원에서 산 엽산을 한 손에 쥐고 5분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문자에 뜬 어머님 전화번호를 누르고 말았다.


그리고 "어머님, 저 임신했어요"라고 말씀드리는데,


그야말로 나도 울고 어머님도 울고

화창한 봄을 맞은 길거리에서

고부는 눈물의 통화를 했다.


"그동안 운동 열심히 해서 아이도 건강할 것"이라며 응원해주셨다.


돌이켜보면,

참 이렇게 되려고 그런 일들이 있었나보다 싶다.


아이를 기다리는 5년이란 긴 세월 동안,

디스크 판정에 가족들도 아프고 많은 시련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고 강건해졌다.


디스크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겪어보지 못했을 '피트니스 대회 입상'이라는

내 인생의 작은 성취도 없었을 것이고

운동이라는 좋은 습관을 만들지도 못했을 테다.


건강한 몸으로, 또 긍정적인 정신을 가진 상태에서

아이를 만나게 돼 너무나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신랑에게 이 기쁜 소식을 얼른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냥 전하면 재미없을터.

'서프라이즈'로 임신 소식을 알리게 된 스토리는

이 다음편에서 전하겠다.



P.S) <연지TV:여기자의 일상>https://www.youtube.com/channel/UCXQIAmNf2xq809gKk2mOpdg?view_as=subscriber에 이어

<엄마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nLiTRVT00Q유튜브 채널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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