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준비생의 도쿄 여행①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다이칸야마역에서 느린 걸음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길목 왼편에 츠타야티사이트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를 읽고 가장 궁금했던 곳, 바로 츠타야 T-site다.
도대체 어떻길래 전체를 한 사진에 담을 수 없었던 걸까.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와보고 나니 이유를 알았다.
역시 백문이불여일견.
츠타야티사이트를 찬찬히 둘러보기엔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스타벅스와 식당, 라운지가 있어서 지친 다리의 피로를 풀며 나의 '취향'을 돌아보게끔 한다.
츠타야티사이트는 생각과 달리, 대로변이 아닌, 한적한 주택가(?) 같은 곳에 있었다. 물론 주변에 커피숍같은 상점들이 있긴 하지만, 시끌벅적한 도심에서 벗어나 따사로운 햇볕이 쉬고 갈만한 조용한 길목에 자리했다.
*츠타야티사이트 안내도
츠타야인사이트는 크게 스타야 북스(서점)과 츠타야 가덴으로 구분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알려진 츠타야인사이트는 먼저 츠타야가덴이 맞이한다.
그러나, 아침도 못먹고 온 우리 부부는 일단, 입구에 자리한 IVY PLACE에서 배부터 채우기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나는 과일이 얹어진 홈메이드 그레놀라와 요거트, 그리고 오렌지 주스를,
신랑은 IVY PLACE에서 가장 '핫'하다는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이곳 커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커피 맛을 잊을 수 없다"는 방문평에 한 모금 마셔봤는데.. 음~~ 아이스지만 풍미가 깊으면서도 신맛이 강한 커피였다. 원래 커피는 즐겨하지 않고 맛보다 향으로 즐기는 터라..ㅎㅎ 하긴 그보다도 잠깨는 묘약으로 마시긴 하지만..!!
스폰지처럼 부드러운 팬케이크에, 버터와 메이플 시럽의 조화는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폭신폭신한 식감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달콤함은 오늘 츠타야티사이트에서 행복한 일정을 예고했다.
숲속에서의 식사처럼 즐길 수 있는 외부 테라스 자리도 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를 택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식사가 제공되는데 아침메뉴는 따로 있고, 이는 11시까지만 제공된다. 런치와 디너는 먹어보지 못해서 섣불리 설명하기는 힘들다. 분명한 건, 점심을 먹으려면, 특히 실내에서 먹으려면 한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좀 늦게 가면 먹을 수 있을 줄 알고 2시 좀 덜돼서 갔지만, 테라스 자리는 3~40분, 실내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니까 사람들은 점심시간 맞춰 일단 줄을 선 뒤 대기표를 받고 그동안 서점을 둘러보거나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이곳에서의 식사를 즐긴다.
일본 휴대전화 번호가 있는 웨이팅 고객에게는 자리가 났을 때 직접 전화를 주고, 관광객 등 휴대전화 번호가 없으면 번호표를 주고 거기에 가능한 시간을 쓴 뒤, 이 시간에 맞춰 오라고 한다.
가격은 이렇다.
이태원, 가로수길 정도의 가격. 결코 싸진 않지만, 더위를 식히고 피로를 풀며, 츠타야인사이트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것에 비하면 기꺼이 지갑을 열 만 하다.
식사 메뉴로는 샐러드, 피자, 파스타 등 양식 위주고, 맥주, 와인 등의 다양한 음료도 충분히 구비돼 있다.
서점 안으로 스타벅스~ 가 들어와 있다.
1동 2동 3동으로 돼 있는데 각 2층이 모두 구름다리로 연결돼있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은 3동.
오전부터 사람들로 바글바글.. 자리앉아서 책보거나 노트북 켜고 일하려면 상당히 일찍 와야할 듯..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외부에도 테이블이 있긴하지만 도쿄 여름 날씨로는 1시간 이상 앉아 있긴 힘들 듯.;
1동 1층은 경영, 문학/ 2층은 무비/키즈 3층은 소아과.
2동 1층은 아트, 디자인, 건축, 자동차/ 2층은 라운지.
3동 1층은 푸드, 쿠킹/ 2층은 뮤직 코너다.
1동 입구 바로 왼쪽엔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있다. 무비/키즈가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적혀 있어서 타고 올라가고픈 싶은 욕구를 충동질한다.
에스컬레이터 정상에 다다르면 '쥬라기 공원'이 손님을 맞이한다. 화면에 나오는 영상은 90년대 전 세계인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 첫작품이다. 오랜만에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CG 기술이야 지금보다 떨어질지언정, 지금봐도 스토리 전개나 화면 구도, 카메라 워킹 등 전혀 촌스럽지 않다. 그 시대에 이런 시도를 해낸 자체가 대단하고 신선하고..스티븐 스필버그는 정말 천재가 틀림없다.
얘기가 좀 샜지만, 츠타야 서점의 매력은 장르가 아닌 관심사에 따른 분류다. 쥬라기 공원 영화가 나오는 마대(?)에는 쥬라기공원 시리즈별 DVD는 물론, 공룡과 관련된 각종 서적, 공룡 동화책, 공룡 백과, 피규어 등이 가득했다. 쥬라기 공원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이 고객들은 이곳에서 떠날 줄 모른다.
쥬라기공원뿐만 아니라, 이웃집 토토로도 이런 식으로 마련됐다. 여기엔 한 술 더 떠 지브리미술관에서 제작한(?) 토토로 로고가 달린 아이들 옷도 판다. 성인 손바닥 두 개 만한 아이 옷이 만엔이 넘는다는 게 함정.;;이지만;;ㅎ
츠타야 곳곳에는 이런 무인 판매기가 곳곳에 구비돼 있다. 물론 카운터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 모두 자연스럽게 자신이 고른 물건을 계산하고 포장해간다. 무인판매기 아래엔 크기별로 봉투가 마련돼 있다.
1동 2층 무비관에서 또 하나의 반가운 발견은 바로,
한류관(?)이다. 아예 한류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로 한국 드라마, 영화 DVD, 잡지 등이 구비돼있다.
신기한 것은 무비/ 키즈존 바로 한층 위인 3층에 소아과가 있다는 것.!!!
병원가자고 하면 "가기 싫다"며 울고불며 떼쓰는 아이들을, 놀러 가자며 츠타야서점 2층 키즈존에 데리고 온 뒤 자연스레 손잡고 병원으로 향할 수 있는 '대박 아이디어'인듯 하다ㅎ 소아과도 입구부터 알록달록, 아이들의 눈길을 끌만한 책, 장난감이 마련돼 보다 수월하게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을 것 같다.
1동 2층에서 2동으로 구름다리 건너 넘어갈 때 거치는 '안진' 라운지. 샐러드, 피자, 파스타 등의 식사도 되지만 특이한 게 '술'도 판다는 것. 널찍한 소파자리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실제 바(Bar)처럼 바텐더와 마주하는Bar 자리도 가운데에 있다. 여기서 책도 보고 PC로 업무도 본다. 라운지네 벽뿐만 아니라 테이블 밑을 책으로 인테리어한 것도 눈에 뛴다. 만져봤더니 진짜 책이다.
아트, 디자인, 건축, 자동차가 있는 2동으로 고고.
서점 가장자리엔 모두 저렇게 앉아서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2동 1층 자동차 코너.
car를 따로 분류한 것도 신기.
오토바이와 자동차 피규어가 진열돼있고 (물론 판매도 한다.) 람보르기니 역사, 카레이서 영상, 자동차가 매력적으로 나오는 영화 등 자동차 마니아들이 보면 눈이 뒤집힐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자동차 코너에서 디자인 코너로 연결되는 구간.
강아지-고양이 조합의 캐릭터 전시와 함께
이 캐릭터가 박힌 공책, 펜, 티셔츠, 우산 등이 판매되고 있다. 아예 따로 코너가 있는 걸로 보니 일본에선 유명한 캐릭터인듯?!
3동 푸드ㆍ쿠킹 코너는 요리 레시피 관련 서적은 물론 요리에 필요한 간장, 식초, 소금 등의 각종 식재료와
프라이팬, 냄비, 접시, 수저까지 판다.
사케, 와아 등의 술도 판다. 사진엔 없는데 성인 남자 키만한 와인 냉장고가 아예 들어와있다. 와인은 온도가 중요하니까~
한켠에 마련된 펜시, 노트, 다이어리 등의 문구류나 악세서리 판매점도 츠타야를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한다.
3동 1층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향이 좋지만 자리에 앉기는 쉽지 않다. 주문줄도 길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3동 2층 뮤직 코너.
뮤직 코너답게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헤드셋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이어폰, 헤드셋, 오디오를 팔기도 한다.
재즈 공연이 곧 있을 모양이다.
재밌는 건, 각 동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있어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각 동은 구름다리로 연결돼있고, 안진 라운지를 지나게 된다. 1동으로 들어가면 결국 3동 1층으로 나오게 돼 있다.
화장실도 서적 코너처럼 구분해놨다.
화장실 입구에도 멋진 그림이 전시돼 있다. 일보러 가는데 뭔가 정숙해진달까...
츠타야티사이트 전경은 한 화면에 담겨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다. 찬찬히 둘러보려면 다리 아프니; 편한 신발은 필수다.!!
츠타야티사이트 뒤편으로 음식점 세곳과 골프용품 판매점이 있다. 아빠들의 취향도 놓치지 않은 듯.!
저기~끝에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하와이안 레스토랑.(햄버거, 감자튀김, 피자, 샐러드 등)
골프매장 바로 옆에는 좀 고급스러워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밖에서 보면 어두운 실내에 와인이 진열돼있고, 테이블에서도 다들 조용히 얘기를 나누며 식사한다.
두시간 걸어다녔더니 출출해져 브런치를 먹었던 IVY PLACE로 향했다.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
그런데;;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ㅠ 거의 2시가 임박해서 갔는데 3시나 돼야 자리가 난다고 한다...OTL
대기번호 61번. 1시 49분에 받은 점심 식사 대기표다;;; 이미 돌아볼만큼 돌아본데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도 사람이 붐벼...결국 안진 라운지에서 먹기로 결심.! 메뉴는 둘 다 이탈리안 식으로 비슷하다.
점심 식사메뉴는 총 5가지.
샐러드, 샌드위치, 스파게티, 오믈렛라이스 등.
식사 메뉴보다 디저트, 음료 메뉴가 훨씬 다양하다. 아무래도 라운지여선가~?!! 술 종류도 츠타야맥주부터 모히토, 와인, 럼, 등등 종류가 많다. 서점에 술이라 ㅎㅎ.. 조합이 신선하고 한편으론 부럽다..!!
파스타와 오믈렛라이스. 그저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정말 맛있었다. 저 많은 양 뚝딱..!
- 츠타야가덴 / 카메라가 주인 전자제품 매장(스카프, 선글라스 등도 판매)전기자전거 판매점이 있다.
키즈 파라다이스.
인형, 블럭 등 각종 놀이용품으로 가득한 곳. 작게 키즈카페도 마련돼있다. 그야말로 아이들의 천국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곳도 있다.
단순 애견 샵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각종 사료나 반려동물 옷, 악세서리 등도 판매할 뿐더러, 카운터 뒷편으론 동물병원, 츠타야티사이트 입구 쪽으론 애견미용실이 있다. 실제로 귀여운 강아지들이 털을 깎고, 씻고, 말리고 있었다.
GREEN DOG 뒤편으로 동물병원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츠타야티사이트 입구에 들어서, 서점 쪽으로 향하다보면 왼쪽에 반려동물 3D 프린트를 하는 곳이 있다. 처음 츠타야티사이트를 들어설 때는, 이게 뭐지~? 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다시 보니, ㅎㅎㅎ..
츠타야 애견샵에서 예쁘게 단장한 친구들이 아마 여기서 3D 프린팅을 하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왼쪽으로 둥글게 울타리처럼 쳐 있는 사이에 검정색 테이블이 있다. 그 위에 반려동물을 놓아 두면, 울타리 같은 것에 달린 100여개의 카메라가 반려동물을 360도로 찍는다. 이 과정을 거쳐, 3D 프린팅 해 반려동물 피큐어가 탄생한다.
가격은 싸지 않다. S, M, L 로 총 세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각각 1만엔, 3만엔, 8만엔이다.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과,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할 이별 앞에서.. 이렇게라도 자신의 반려동물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다.
'지적놀이터'
츠타야티사이트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혼자와도, 연인끼리 와도, 친구나 가족과 함께 와도,
조금도 지겹지 않은 곳.
필요한 책을 찾으면서도 바쁜 일상에 치여 조금은 잊고 살았던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고, 그것이 또 추억을 건드리고 감상에 젖게 한다. 장르가 아닌 관심사로 세분화된 코너에서 한켠으로 미뤄뒀던 취미와 취향도 발견한다.
그래, 맞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는데..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이 책 제목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