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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21. 2019

걸으면 코인 보상, 현금까지..왜 줘요?

비트코인 폭락하는데 암호화폐 보상, 가치 있을까

갤럭시 S10+를 쓰고 있다. 앱 정리하다 블록체인 월렛에 들어갔고, 디앱(DApps)에서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림포(Lympo)'라는 앱이다.


걷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앱이다.

매일 7~8개의 걷기 챌린지가 올라온다. 미션은 1km 이내에서 10km까지.(최근 100km 미션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벤트성이다) 새벽 운동을 권유하는 얼리버드부터, 직장인들에게 밥 먹고 움직이라는 좋은 뜻에서 점심시간 챌린지도 있고, 잠들기 전 못다 한 걸음을 걷도록 독촉(?)하는 미션까지 다양하다.


이를 달성할 때마다 그에 맞는 '림(LYM)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다. 림을 모으면 림포 앱 내 샵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 운동과 관련한 제품이 많다. 나이키 운동화, 아디다스 가방부터 갤럭시 워치나 버즈, 데카트론의 제품 등 유명 브랜드 의류나 잡화, 웨어러블 등이 구비돼 있다. 스타벅스 쿠폰과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도 있는데, 올라올 때마다 순식간에 동날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3000 림포를 모으면 현금화도 가능하다. (1 림포= 10원/ 단, 거래소 가격은 변동. 앱 내 가격만 고정) 걷기만 해도 진짜 돈 벌 수 있는 것이다.


육아휴직 중이라 월급은 없고, 나가는 돈은 많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또 졸라매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갖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돈 없으니 어째 더 결핍증이 심해지는지.


림을 모아 나이키 운동화를 갖는 걸 목표로, 다운받아 열심히 걷고 있다. 지하철 역 내려서 버스 갈아타 3 정거장을 가야 집에 도착하는데 요즘은 (아주 급하지 않는 이상) 걷고 있다.


이렇게 걷고, 걷고, 또 걷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아니, 이 앱은 도대체 걷는다고 왜 사람들에게 돈을 줄까.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세계 평화를 꿈꾸는 NGO도 아닌데. 더구나 비트코인 폭락으로 다들 "암호화폐 시대는 끝났다"고 하는데, 여기는 앞날이 불투명한 시장에서 사람들 건강 챙기라 하고, 돈까지 주면서 이러는 걸까 궁금해졌다.


림포 앱을 한참 보는데, 림포 사용자들을 위한 단톡방까지 있더라. 단톡방에 가입했고, 림포앱 매니저를 찾았다. 만나 달라고 약속했고,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림포는 국내 기업이 아닌 리투아니아 블록체인 스타트업이었다. 림포 아시아 담당 김성민 매니저와의 대화를 정리해봤다.


https://youtu.be/upnSi0pd8aI




김성민 매니저는 림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림포는 운동을 하면 보상을 하는 앱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보상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한다.


"림포는 작은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도와서 운동을 많이 하게 하고, 즐겁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돕는 앱"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직업이 '투자자'라는 김성민 매니저는 아이웰콘텐츠 대표이사이자, aSSIST 경영대학원 크립토 MBA 부주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메커니즘엔젤펀드 대표 파트너도 맡고 있다.


우연히 림포를 발견한 그는, 사업성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고. 김 매니저는 리투아니아에 있는 림포에 직접 연락해 림포를 한국에도 오픈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림포는 리투아니아와 미국 시장에만 '올인'할 계획이었다. 한국 진출은 어떠한 예정에도 없었다. 물론 어떤 시장이든 진출하면 좋겠지만 계획에도 없던 국가인만큼 번역 서비스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 매니저는 "한국 사람들 영어 잘해서 괜찮다"고 설득했고 결국 2018년 11월, 리투아니아와 미국에 이어 같은 달 한국에서도 림포 서비스를 오픈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9년 10월 21일, 오픈 약 11개월 만에 지금까지 전체 림포 유저수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이중 한국 유저수가 무려 3만명이다. 전체 사용자 중 10%가 한국인인 셈이다.


림포 앱 출시 뒤 한국 사용자들이 달성한 운동 미션은 총 719만회 중 226만회. 받은 보상액도 전체 약 5.75억원에서 1.8억원에 달한다. 올해 6월 중순부터야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보상액이 저렇게나 된다니,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던지려 했던 질문을 참지 못했다.


"도대체 이 돈을 왜 주나요? 자기 건강 챙기는 건데"

우문에 대한 현답은 이렇다.


"사람들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돕고 싶은데, 그러기엔 동기부여 시스템이 필요했어요"



림포 창업자는 사업엔 관심 없던 정치학도였다. 아다 요뉴세(Ada Jonuse)라는 31살 여성이다.(금발에 키도 크고 엄청 미인.. 나이도 어리고 똑똑하기까지. 완전 사기캐)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정치가를 꿈꿨대요. 유럽의회에서도 일했는데, 맡은 일이 IT, 보안, 데이터 보호 등 디지털 정책과 관련된 업무였다고.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과 IT 대기업도 만났는데, 정치보다는 기업가들이 세상을 실용적으로 바꾸는 것 같아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됐다고 합니다"


창업 당시 림포는 지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퍼스널 트레이너를 찾아주는 운동계의 '배달의 민족'같은 일반적인 IT 스타트업이었다고.


창업자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운동도 안 하고 정크 푸드 먹고, 아프고, 힘들어하고 활기도 없는 모습에 이들이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하지만 사용자들 대부분 운동에 필요성은 느끼지만 '꾸준히'가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국경이, 언어가 달라도 세계 공통적인 요소인 듯 ;;)


"왜 사람들은 운동을 안 하는 걸까, 꾸준히 못할까?"에 대해 얘기하다 "동기부여가 안돼서"라는 결론으로 수렴할 때쯤,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는 한 트레이너의 자신 있는 답변을 듣게 됐다. 이 트레이너는 우리로 따지면 <참 잘했어요> 같은 스티커를 붙여준단다. 이 스티커를 10장 모으면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식이라고. 아무것도 아닌 스티커를 받겠다고 사람들이 점점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보상이나 칭찬이 운동에도 동기부여가 되는구나"

 

그다음, 동기부여 시스템을 고민했다. 우리나라에도 비트코인 광풍이 불 때, 리투아니아도 비슷했던 듯.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뜨니까, "암호화폐로 동기부여를 해주자" 이렇게 림포는 탄생했다.



11개월간 총보상액이 5.75억 원인데,

이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날까?


"림포 앱에는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입니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광고주도 솔깃하죠. 타깃이 일단 명확하니까.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이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웨어러블도 있고요. 이런 기업들이 광고하고 싶도록 사용자를 모으는 중입니다"


당연히 광고라는 생각은 했지만, 방법은 다를 것 같긴 했다.

무료 어플들을 나 역시 쓰고 있지만, 콘텐츠가 아무리 유익하더라도 광고 때문에 지워버리기 십상이기에.


"림포의 광고는 달라요. 흔히 보는 지겹고 손수 삭제해야 하는 광고가 아닌,
운동 미션처럼 광고가 나오는 자연스러운 방식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운동 미션과 똑같은 방식으로 나오니까
유저들 입장에선 림포 앱에 들어오는 광고는 후원자가 되는 셈이죠
광고주가 생기면 생길수록 운동 보상이 늘어나니, 사용자분들 모두 좋아하세요"


림포는 운동 미션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운동 기록이나 데이터 제공 등에 대한 보상도 준비 중이다. 구글 피트니스, 삼성 헬스 등 다른 건강 관리 앱이나 스마트 워치 등으로 쌓인 데이터와 수면 기록 등의 건강 데이터를 림포 앱으로 모아 관리할 계획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큰 역할을 한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운동 얼마나 하는지 등 유저 데이터가 있으면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어요. 사용자는 이 운동 데이터를 기업이나 기관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거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개인정보 이슈랑 연결되죠. 그래서 저희는 사용자 개개인마다 정보 공유 권한을 설정하도록 합니다"


아다 요뉴세는 '개인의 데이터 주권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상품화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데이터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적 보상을 얻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렇게 사용자 건강 정보나 운동 기록 등의 데이터가 공유되거나 열람되는 시스템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가 굉장히 중요하고, 지금처럼 하는 방식으론 안된다는 게 림포의 생각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림포는 아예 블록체인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 하모니(Harmony) 파트너십을 맺었다. 블록체인으로 데이터를 완벽히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모니는 애플, 구글, 아마존 출신 창업팀, 바이낸스 IEO 및 상장, 코인베이스 상장 우선 검토 리스트 등재 등으로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다.


김성민 매니저는 "하모니의 원천기술로 림포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림포의 보상은 더 추가될 예정이다. 걷기뿐만 아니라 많은 운동 종목들이 테스트 중이다.


"걷기도 좋지만 걷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스쾃, 런지, 사이클, 로잉머신 등 여러 가지 다양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미션을 늘리겠다는 것. 실제 10월 15일부터 11월 19일까지 미국에서 이 같은 미션들에 대한 대규모 테스트에 들어갔다.



일상에서 쉽게 하면서도 필요한 운동들도 다 보상하는 방식으로 운동 종류가 늘어나고, 수면, 식사 등 건강 기록에 대한 보상도 들어갈 예정이다. 그다음은 데이터 보상이다.


림포 사용자들은 이용하면서 점점 건강해지고 약간의 보상도 받고
기업들은 사용자 데이터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저희는 그걸 통해서 성장하는 그런 앱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주의사항이 있다. 걸음수는 24시간 이내에만 쓸 수 있다. 즉, 자정이 넘어가면 스텝은 모두 사라지고 0이 된다.


"운동은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 형성을 위해서"라고.


그리고  모은 림포를 현금으로 출금하려면 삼성 블록체인 월렛이 깔려있는 갤럭시 S10 포함, 이후에 나온 스마트폰 사용자만 가능하다. 갤럭시노트1 0, 갤럭시 폴드도 가능하다. 또 현금화하려면 수수료가 드는데, 그래서 이더리움이 약간 있어야 한다. 고팍스에서 출금할 수 있다.


마지막 질문. 비트코인 망했다는데, 림포는 괜찮은 걸까?


"비트코인 가격은 뚝 떨어졌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그에 기반한 코인, 토큰 등은 산업적으로는 엄청나게 뜨겁습니다. 수많은 대기업들을 포함해서 IT 스타트업 모두 내부에선 블록체인 TF가 돌아가고 있어요. 블록체인으로 우리 사업을 어떻게 혁신, 개선, 신규 서비스를 할 것이냐 다 준비하고 있는 거죠"


우리 정부에서 막는 건 코인으로 사행성, "이거 하면 돈 번다"같은 묻지 마 투자, 부동산 투기처럼 하는 걸 막으려는 거예요.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다 이미 코인이나 블록체인 이용한 연구나 서비스를 하고 있죠.

산업적으로는 굉장히 밝다고 봐요. 정말 똑똑한 세계 최고 에이스들이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림포 말고도 세계 곳곳에 좋은 팀들이 사용자에게 도움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기꾼들한테만 속지 마시고 좋은 회사들이 만드는 좋은 아이템들이 있으면 관심 가지고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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