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아프게 됐을까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진짜 나를 찾는 첫걸음

by 기자김연지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

이렇게 먹을 게 풍부하고,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온갖 영양제가 쏟아지는 이런 시대에.


몸도 아프지만 마음도 병들었다.

나만 아픈 줄 알았다.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젊은 나이에,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아이고, 허리야'를 입에 달고 살게 됐을까..


세상을 원망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인생 필름을 거꾸로 돌려가며 내 허리를 망가뜨린 돌부리를 찾으려 애썼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지난날을 아무리 수없이 곱씹어봐도, 나를 이렇게 무너지게 한 엄청난 사건은 없었다.


디스크 판정을 받고 정형외과, 한방병원, 도수치료센터 등등을 전전하면서, 나만 아픈 게 아니란 걸,

젊은 사람이 아픈 것도 흔하디 흔한 일인 걸 깨달았다.


스마트폰, PC. 그래 너희도 잘못했다. 우스갯소리로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잡스'럽게 만들었다고 하지 않나.

(스티브 잡스 님 무한 존경합니다. 제가 지어낸 얘기 아니어요^^;;)


손 안에서 휘양 찬란한 세상을 만끽할 수 있으니 어찌 이 작고 반짝이는 것을 계속 들여다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의 10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 살았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손으로 일일이 쓰다 보니 팔이 아파서라도 잠깐 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종이에 손수 써서 기록하던 때와 달리, 손가락만 툭툭 치면 된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 줄도, 목이 하염없이 굽는 줄도 모르고 계속 앉아 있게 됐다.


일 처리가 빨라진 만큼 새로운 일거리도 계속 쏟아진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이동 중에도 지시도 끊이지 않는다.해외 거래도 늘다 보니 일하는 데 밤낮이 없다. 퇴근했는데도 톡이 온다.


어디 업무뿐인가.

스마트폰의 연결성은 시차도 없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구도 사귈 수 있게 되고, 보고 싶은 친구와도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 보니, 이 작고 반짝이는 녀석을 놓을 틈이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엄지 척과 하트를 받으려면 나 역시 페친, 인친들에게

'댓글'과 '좋아요'를 눌러줘야 한다.


저커버그는 진정 천재일까. 아니 무당.. 일까..

네이버와 쿠팡 장바구니는 언제 뒤졌는지

이걸 왜 자꾸 내 인스타 피드에 보여주냐고..


'날 사요, 날 사요..'


미치겠다 정말.

쉬어야만, 자야만 하는 시간에도

우리는 자발적 족쇄를 차 버렸다.


새벽에도 울리는 까똑, 침침한 눈을 비비며 입 맞추다시피 들여다보는 모니터, 거북목이 되고, 종일 앉아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으니, 경추와 요추가 터져버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퇴근해서도 계속 일하다 보면 몸은 집에 있어도 회사에 있는 것과 차이가 없다. 나는 또 내 일 처리 결과에 따라

상사의 평가를 받아야 하니까.


SNS도 결국 평가의 연장이다. 일상을 올린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상현실이다.

상사에게 쪼임 받고, 업무에 허덕이는 내 모습보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진만 올리지 않나.


조금 전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나의 24시간이라고, 365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지금 내 기분, 내 상태보단 남이 봤을 때 좋아 보일만한, 부러워할만한 것들을 올린다.

자꾸만 좋아 보이는 것들을 수집하고, 남이 부러워할만한 것들을 소유하려 한다.


사진 속에 내가 있더라도, 그 사진 속의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꽤 괜찮게 살고 있는 '포장된 나'일뿐이다.

스마트폰과 PC 족쇄를 찬 일상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 척추보다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졌고, SNS에 파묻히면서

내가 보는 나 보다 '남이 바라보는 나'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나조차 나 자신을 내 안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밖에서의 시선에 치중돼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


'진짜 나'는 어디로 간 걸까.


나의 역할과 위치는 다양하다.

회사 안에서 어떤 직책과 직급을 가진 홍길동 씨도 있지만,

한 가정에서 가장인 홍길동도 있고,

취미 동호회 프로참석러인 홍길동도 있다.

부러워할만한 직장은 아니더라도 유머감각만은 인정받고,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한없이 자랑스럽기만 한 아들 홍길동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대부분 잊고 살고 있다. 내가 비록 회사에선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SNS에서 잘 살고 잘 나가는 친구들에 비해 지금 내 모습은 한없이 초라할지라도,

나는 나대로 썩 괜찮은 사람이다.



"취미가 뭐예요? 뭘 할 때 제일 행복해요?"



이 질문에 3초 만에 대답할 수 있다면, 나가기 버튼을 눌러도 좋다.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고,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삶이 무료하단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100이면 100. 이렇게 답했다.


"내 취미가 뭐였더라..예전엔 000 하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특기를 물어본 게 아닌데, 그저 당신이 뭘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한다.


"자는 걸 좋아하죠"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잠을 자야 꿈도 꾸고, 건강도 유지된다. 이 분은 평소에 충분히 못 잘 만큼 바쁘기에,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시끄러운 콘서트장에서도 꿀잠을 자요"


이건 기네스북에도 도전할 정도의 특기가 되겠지만, 취미가 자는 것이라면, 안타깝게도, 깨어있을 땐 좋아하는 게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정말 좋아한다.

1년에 2주 정도 주어지는 연차를 여행을 위해 쓰고,

이 2주를 위해 (공휴일 뺀) 300일 정도를 뼈 빠지게 일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맛있는 현지 음식도 많이 먹을 수 있으니..그런 것도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 무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만큼 유명인도 절대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내가 뭐라 떠들든, 아무도 내가 뭐라 하는지 못 알아듣지 않나.

뭘 입든, 뭘 하든, 그저 one of 관광객일 뿐이다. 거리에서 미친듯 춤을 춰도 그저 웃어 넘어가 줄 수 있는 (그 나라에 돈 쓰러 온) 여행객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 등 대표적인 여행지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곳들을 많이 찾아 떠난다.

(이런 것들은 신랑과도 참 죽이 잘 맞아서 좋다.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인은 조금씩 다 있기 마련이지만. ^^;; 정말 아무도 모를 만한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운 것도 안 비밀!)


결국 '남이 보는 시선에서 완전히~자유로워질 수 있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고,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나를 계획하고, 예쁜 꿈들을 꿀 수 있다'는 게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이다.


요즘처럼 각종 탈 것과 잘 곳이 많은 시대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각광받는 이유도 마찬가질 테다.

일상에선 워낙 할 것도 많고, 내가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좀처럼 날 가만두지 않으니.

시간은 있더라도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일부러 돈과 시간에 노력까지 들여가며,

인위적으로 나를 낯선 곳에 던져버리는 것일 테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밖에서 안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낯설어지기'


길도 음식도 언어도 낯선 이 곳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할 수 있다.


허리가 아프다면, 마음이 우울하다면, 하루 24시간 중 적어도 10분~15분이라도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마련하는 게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가만 둬도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방법을 찾게 된다.


허리가 아픈데 어떻게 운동을 하나요? 허리 환자가 어떻게 피트니스 대회에 나갔어요? 허리 아픈데 어떻게 유튜브까지 해요? 허리 아프면서 요가를 어떻게 할 수 있나요? 허리 아픈데 자연분만은 어떻게 했어요? 허리 아픈데 춤은 어떻게 추나요?


일상에서 낯설어지고, 자신과 마주해보면 본인은 알게 된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 주어진 시간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진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들을 앞으로 소소하게 풀어보려 한다.


그런데, 참 재밌는 건, "허리 아픈데 회사는 어떻게 다녀요? 애는 어떻게 키워요?"


이런 건 아무도 안 물어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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