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보다 무서운 만성 통증

by 기자김연지

디스크가 죽을 병은 아니다. 근데, 사람을 갉아 먹는다. 만성 통증이라는 거 정말 무서운 거더라.


앉았다 일어설 때, 일어났다 앉을 때, 앉았다 누울 때, 누웠다 앉을 때, 옆으로 누운 상태서 바로 눕거나 반대로 누울 때..


다 됐고.


그냥 밥숟갈만 들어도 재채기만 해도, 숨만 쉬어도, 아주 그냥 막 그냥, 다 막 아프다. 아침이 오는 게 가장 두려웠다. 오늘도 종일 아플 게 뻔하니.


당시 내 상태가 어느 정도로 최악이였냐면은,

아주 잠깐이지만,

지금은 절대 그런 생각은 꿈에도 안하지만,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괴로움이나 고통과는 상관없이

아침은 언제나 찾아왔고,

눈 뜨는 동시에 느껴지는 목과 허리 통증에

두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오늘도 나는 아프겠지..'


한 숨만 쉬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그순간.


'그냥 뛰어내릴까'


이런 충동이 무섭게 올라왔다.

이생망 것 같았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했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데

이렇게 고통 속에서 살아갈 바엔...


당시 우리집은 12층이었다.

아파트 단지 주변엔 나무 한 그루도 없다.

내 결심만 굳세다면, 그대로 이행할 추진력만 있다면

완벽한 결과(?)는 장담할 수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듯 이불을 걷어냈다.

허리를 부여잡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창문을 열었다.


뜨헉..

방충망이... 너무 더럽잖아..


방충망이 창문 일체형이라 손으로 뜯어야 했는데,

....

흐어엌..


도저히 만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만질 수가 없었다.


방충망에는 정체 모를 벌레의 사체가 말라 붙어있었다. 창문 틈에도 수북했다.


하필 또..

배는 왜 다 뒤집고 있는 거니...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다리가 없거나,

다리가 많은 파충류 및 벌레들인데..


으악...부르르 몸서리치며, 창문을 쾅 닫았다.


에그머니..

놀라 자빠질뻔했네....;;;;;

sticker sticker


놀란 가슴 쓰러내리며, 진정을 취하고...


한발짝 떨어져 창문을 바라봤다.

어쩌면 당시 내 결심을 실행했을 때,

마지막 내 모습이 이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언제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났는지 모르겠지만, (내탓??)

그렇게 처참하게, 찌그러지고 쪼그라든채

생을 마감했다니..


'내 이 세상 떠나는날, 아름다웠노라 말할 것이라'


이게 내 인생 로망인데

적어도 저렇게 비참한 모습을

내 인생의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진 않더라.


이름 모를 벌레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고맙다는 말도 전한다.

너희 덕분에 내가 살았다.

이제야 겨우 나 자신을 찾고 이리도 즐겁게 사는데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억울해서 구천을 떠돌고 있겠지. (오랫동안 청소를 안한 나의 게으름에도 감사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고민의 대부분은

적어도 5년 뒤엔, 고민 거리가 되지 않는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더라도,

생각보다 내 의지대로,

노력만큼 바꿀 수 있는 게 많더라.


시간도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간다.

상황이 변하거나, 내가 변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되더라.


이런 걸 깨닫게 되면

때론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와도,

물론 당장은 힘들겠지만,

그 고통에만 매몰되지 않더라.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휘말리기보다는, 소용돌이 속에 있는 내 모습을,

밖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당장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닥친 것이고,

이또한 반드시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도 아닌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됐을까, 하필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긴걸까' 원망, 후회나 자책보다는,

이미 일어난 일,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시시선만조금 바꿨을 뿐인데,

6년 전 만 스물여덟 아가씨때보다

만 서른 넷 애엄마인 지금,

훨씬 더 젊고 에너지 넘치게 살고 있다.

디스크는 내 인생의 숙제이자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굳이 이렇게, 힘들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처럼 바닥을 치고서 힘겹게 올라오지 말고, 바닥을 치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내가 살고 싶은 모습으로,

진짜 나 자신으로 살기를 바란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건강한 몸이다. 아프면 다 소용없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 시총 1위의 기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는 지금, 세상의 풀 한 포기 만질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건강해야 한다. 어떻게 건강할 수 있을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선 안된다.

디스크는 특히 더 그렇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내 몸이 주는 신호.

디스크 초기 증상은 다음 편에서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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