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자애가 디스크라니

디스크, 초기 증상. 그냥 넘기지 말아야 했다.

by 기자김연지

아무래도 허리가 좀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면, 목에도 통증이 계속 느껴진다면..

병원은 아직 가지 않았더라도 현재 자신의 몸 상태가 아래와 비슷하다면 이제부터라도 조심해야 한다.


목디스크 증상. 나 같은 경우는 이랬다.


우선 목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양 옆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물론 아주 아주 억지로 돌리면 돌려지기야 했지만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듯 찌릿찌릿거렸다.


목을 뒤로 젖히려 하면 '너를 쉽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목 앞쪽의 근육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서서히 넘어가다 보면 특히 목 뒤쪽 한 점이 결리듯이 아팠다.

두 손을 뒤통수에 깍지 끼고 아래로 숙이면, 날개뼈 사이를 누가 한대 치는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등에서도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이 시작돼 허리까지 타고 내려왔다.


목을 젖혀도, 숙여도, 손가락 끝까지 찌릿찌릿했다. 오로지 정면만 바라봐야 했다. 오른쪽 팔도 올릴 수 없었다. 팔을 올리면 어깨와 등 뒤에서부터 목을 타올라가면서 머리까지 지끈지끈거렸다.


세수하는 것조차 도전이었다. 목과 등을 굽힐 수가 없어 거의 선채로 얼굴을 씻어야 했고, 매번 옷은 흠뻑 젖어 그냥 샤워를 하거나, 시간이 없을 땐 세수만 하더라도 옷을 다 벗고 하는 게 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게 디스크 증상인 줄 몰랐다. 20대 여자애가 무슨 디스크냐 싶었으니까.


그러다 병원을 찾게 된 건, 머리가 너무 아파서였다.


머리 오른쪽이 막 쥐어짜는 듯 아팠다. 어떤 날은 이러다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다. 머리가 아파서인지 눈도 아프고 귀도 가끔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두통이 심한 날이 많아졌다. 잠은 쏟아지는데, 머리는 미친 듯이 아프고, 그러다 아침이 오고, 출근하고, 머리 아프고, 자려해도 아파서 못 자고.. 멍하고 지끈지끈한 상태에서 몇 달을 보내다..


오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날이었다. 잠도 못 자고 머리도 아프니,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심한 현기증과 함께 구역질도 나기 시작했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떠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모니터가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물안경 쓰지 않고 물속에 눈을 뜬 것처럼, 앞이 뿌옇게 보였다.


주말이 되자마자 뇌 CT를 찍으러 갔다(;;) 아무래도 머리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증상을 말씀드리고, 옷을 갈아입고서 촬영 기계 위에 누웠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동그란(?) 돔 형태의 관문을 통과하는데, 그 짧은 순간 별에 별 생각이 들었다..


...

sticker sticker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게 틀림없다.


.....


잠시 뒤 의사 선생님께서는 머리에는 아무 의상이 없다고 하셨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잠을 못 잘 정도로 두통이 심하고, 그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목디스크일 수도 있으니 정형외과를 가보라는 것이었다.


그다음 주 정형외과에 갔고,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3,4,5번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데 다리가 저리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허리디스크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특히 오래 앉아있을 때 가장 심했고, 걸을 때도 오른쪽 종아리와 발가락까지 저릿저릿했다.


허리를 도무지 일자로 펼 수도 없었다. 앉았다 일어날 때, "어이구 허리야" 퉁퉁 치는 정도의 아픔이 아니다. 한의원 같은 곳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는, 등이 완전히 굽어버린 어르신들. 통증이 심할 때는 내 모습이 딱 그랬다. 75~80도 기울어진 상태로 생활하다 보니 등이랑 날개뼈 있는 곳, 어깨 위쪽까지 다 결리고 아프다. 격한 운동을 오랜만에 했을 때 상체 곳곳에 근육통이 온 것 같달까. 이런 통증을 매일 달고 살아야 했다. 온몸이 뻐근하고 뻣뻣하면서도 점점 돌덩이처럼 굳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허리가 아픈데도, 방치했다. 기자들 대부분이 허리 아프단 말을 입에 달고 사니까. 그냥 직업병인 줄 알았다


좀 쉬면 나아지겠지


그러다 허리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단 걸 듣게 됐다. 감기에 걸리면 서다.


목디스크 치료받으러 병원에 간 날이다. 그날도 "선생님~ 아파요.. 여기도.. 저기도.. 죠기도.. 아아 고기도.. 아파요" 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허리는 괜찮으세요?"라고 여쭤보셨다.


"아프긴 해요. 늘 뻐근하고 묵직하고.. 노트북 많이 쓰다 보니, 그런 거 아닐까요? 아.. 근데 기침을 할 때마다 허리가 좀 울리긴 해요."


선생님 표정이 달라졌다. 기침할 때 허리가 아프다는 건 디스크 증상이라는 것. 사진을 찍어보는 게 좋겠다 하셨다.


그리고 또 방치했다. 방치라기 보단, 평일에 시간 내기가(?) 힘들었다. 목디스크 통원치료도 일주일에 3번은, 최소 2번은 오랬는데, 주말에 한 번밖에 못 갔고 주말 당직도 그렇게 자주 찾아와, 그마저도 못 갈 때도 많았다.


그러다 끔찍한 참사가 진도에서 터졌다. 한 달 동안 거기서 머물렀고, 허리는 누가 짓이기듯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하지만 아프다는 말을 할 환경이 못됐다. 그곳은 처참.. 참담.. 그 자체였다. 내 아픔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군기를 중요시 여기는 조직에서, 아프다고 말을 꺼낼 엄두도 안 났다. 여성에 대한 편견도 심한 터라 아프다고 얘기했다간 일 하기 싫어 꾀부리는 애로 볼 게 뻔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허리는 통증은 극심해졌다. 예전엔 누웠을 때는 그래도 이렇게까지 아프진 않았는데, '정말 뭔가 잘못됐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통증과는 다른, 진짜 '악'소리 나는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 날카로운 칼이 허리를 두 동강 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든 건 Stop. 가던 걸음마저 멈춰야 했다. 그대로 허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거리에서 엉엉 소리 내 운 적도 많다. 도저히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었다.




만 스물여덟.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전문용어로는 추간판 탈출증.


엥? 제가요? 우리나이론 서른이여도..

international age로는 스물여덟이라고요..

어렸을 때 계단에서 구른 적은 있지만, 큰 사고 없이 살았는데, 제가 디스크라고요??


목과 허리 둘 다. 그것도 허리는 디스크가 터져 흘러내린 상태였다. 퇴행성 관절염에 좌골신경통까지 있단다.


직장 4년 차, 결혼한 지 딱 1년 만이다.


한창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취재하고 커리어 쌓고, 신혼 깨도 볶고, 알콩달콩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는 신호였을까.

"이 길은 네 길이 아니야" 하나님의 메시지였을까.

이 나이에, 하필 지금 이때에, 나에게 척추 디스크가 올 거란 상상조차 못 했다.


아니, 20대 여자애가 디스크라니,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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