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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Aug 25. 2020

배달앱 안 쓰면 배달비 아낄까

[e면엔]세계 배달 시장은 전쟁 중 "거슬리는 건 먹어버리는 거죠"

(해당 글 메인 사진은 Tommy 디자이너님의 것으로, 핀터레스트에서 무료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과거엔 점주가 배달원 직접 고용,

배달앱 사용↑ 주문량↑

식사 때만 몰리는 주문, 라이더·대행↑

배달비, 통신비처럼 고정지출비될 것
수수료↓ 착한 앱 좋지만 인지도↓

"수수료 높아도 주문 한 건 더 받는 게 낫다"

배달앱.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예전엔 짜장면 한 그릇만 시켜도
배달비 없었는데,
 이제는 왜 배달료를 따로 내야 되죠?"

한밤중에 치킨 시켜도, 치킨값만 내던 시절은 갔습니다.

'최소 주문 가격'이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배달비를 따로 내는데도 말이죠.


여러 가지 논란 속에 배달의 민족은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며 소비자를 사로잡은 배민이, 알고보니 게르만 민족이었다"는 배신감에 앱을 삭제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쿠팡이, 위메프가, 네이버, 카카오까지 배달 시장에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배민앱을 지우더라도

배민이, 요기요, 쿠팡이츠가 없던 시절로

돌아진 못한다는 겁니다.


일상의 리모컨처럼 돼버린 모바일 위주의 라이프 스타일, 음식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의 배달 서비스 증가는 외식 시장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배달 시장은 격변 중입니다.


대한민국 5천만 국민 배달을 노리고 연일 쿠폰 공세로, 국내 업체끼리 출혈 경쟁을 벌이는 동안, 글로벌 배달앱은 서로 먹고 먹혀가며 인수합병을 무섭게 추진중입니다.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의 확장성이 증명된 데다. 영토 확장을 하는데는, 기존 업체를 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 시장은

이들 거대 공룡의 작은 발판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엔 점주가 배달원 직접 고용, 한두 명만 있어도 소화 가능


과거 동네 중국집 배달원은 사장님이 직접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었습니다. 주문 요리에 배달비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집은 특히, 직접 가게에서 먹는 것보단 '시켜 먹는' 인식이 강하기도 했습니다. 피자, 치킨도 그렇고요.


예전에는 가게들이 이렇게도 운영했던 건, 익숙한 배달 음식 문화도 있습니다만, 동네 중국집엔 배달원이 한두 명만 있어도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여 주문이 밀리면, 사장님이 직접 배달 가거나 자녀들이 동원되곤 했고요.


"아직도 전화로 주문하니?" 앱 주문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인 '요기요' 광고입니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주문하는 데다, 리뷰도 볼 수 있고, 메뉴 추천도 해주고, 가끔 할인 쿠폰도 줍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층 위주로 배달앱 시장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당시 앱 주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배민이 위기를 느껴, 앱으로 일단 주문은 받고, 직원들이 일일이 가게에 전화해 '배민도 마치 앱 주문을 하는 것'처럼 위장(?)했다는 무용담이 나올 정도입니다.


배달의 민족.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배달앱 이용률 늘면서 주문 증가, 전단보다 가게 알리기 쉬운 측면도


2010년 출범한 배달의 민족은 2012년 1월부터 유료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광고비는 월 3만 원 수준. "광고 효과가 불확실한데 비용부터 투자하는 전단보다, 주문 건수 등 결과에 따라 지불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유료 광고 시작 한 달도 안돼, 시장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하루 평균 8건의 주문에서 평균 2배, 많게는 5배까지 늘었다는 가게가 등장했고, 이에 매달 2천 건 이상 매장 등록 요청이 왔다고 해요.


매출도 매출이지만, 매장 유지·관리비 등 신경 쓸 부분도 대폭 줄었습니다. 배달원의 안전 사고에 노심초사하는 일도, 전단지를 찍고 돌리며 손님을 모으는 시간과 노력을 줄였습니다.


배민앱 주문이 늘면서, 일부 식당은 배달원 한 명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외식업 특성상, 주문은 식사 시간에 몰리는 경향이 큽니다. 24시간 내내 주문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 터라 사람을 무작정 더 뽑긴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사진=황진환 기자)


2015년 지금의 배민라이더인 민트라이더가 등장했습니다. 주문 콜을 잡고, 음식을 식당서 픽업해 손님 집으로 배달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전문 라이더가 아닌 일반인들도 배달에 참여하는 배민 커넥터도 등장했습니다. 쿠팡이츠에는 쿠리어가 있습니다.


주문 증가 → 배달대행업체↑ 배달앱 안 써도 배달비 그대로


배달앱에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때 나오는 배달팁(배달료)은 배달앱이 가지는 게 아닙니다. 물론 사장님 몫도 아니고요. 모두 라이더의 수고료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오히려 배민라이더에게 비용을 추가로 주고 있다는데요. 거리나 날씨에 따라 가게 배달비가 너무 적게 책정되면 라이더의 후생 복지를 고려해 차액을 배민이 낸다고 합니다. 지난해 주문 한 건당 배달팁은 3214원, 평균 배달료는 건당 4342원이라니, "건당 1천 원 이상을 보태 라이더와 커넥터에게 지급한 셈"이라고 배민은 얘기합니다.


사장님도 배달비를 냅니다. 예를 들어 쿠팡이츠 배달비가 5천 원이면, 사장님은 5천원을 다 사장님이 내든지, 손님과 2500원씩 반반 내든지, 5천원 전부 고객에게 돌릴 수도 있습니다. 배달비는 사장님 영업 비용인 셈입니다.


배민이나 쿠팡이츠 앱 대신 가게 번호를 찾아 전화로 주문해봤는데요, 똑같이 배달비 3천원이 붙었습니다.


배민라이더, 쿠리어가 아니더라도, 가게는 '생각대로', '바로고' 같은 배달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내며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소비자는 물론이고, 가게 사장님도 손님이 홀에서 먹지 않는 이상, 이러나 저러나 배달비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배달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도 하는데요. 1만 5천 원짜리 탕수육을 홀에서 팔면, 재료비 빼고는 사장님 몫이지만, 배달료에 광고비, 수수료 등이 나가게 되면 1만 원도 채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쿠팡이츠는 프로모션 기간 내 결제 1건당 1천 원, 요기요는 결제 금액 12.5%, 배달통은 결제금의 2.5%, 띵똥 등 서울시 제휴업체는 결제금 최대 2%, 위메프오는 월 3만 8천원 정액(9월 도입) 배달의 민족은 건당 수수료 대신 월 8만 8천원의 광고비/ 건당 6.5% 수수료를 혼용하고 있습니다.


무슨 배달앱이 더 좋냐구요? "그놈이 그놈" 배달비, 통신비처럼 '고정지출비' 될 것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게 사장님들 얘기입니다. 라이더 비용이 비싸고 배달앱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식당을 운영하려면 한 건이라도 주문이 더 들어오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착한 수수료가 반갑긴 하지만, '인지도 부족'은 가게 입장에선 발목입니다. 수수료가 적어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입점한 가게가 늘기 힘들고, 다른 데선 배달되던 치킨이 신생 업체에선 되지 않기도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수수료보단 우리 집까지 빨리 배달되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서 가게 매출에 따라 최소주문금액을 붙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소비자는 원치 않는 주문으로 돈 아깝고, 배달앱은 욕먹고, 사장님도 울상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데 배달앱 쿠폰이 도착하면, 없던 식욕이 솟구치곤 합니다. 배달앱간 경쟁으로 서비스는 향상되고 가격은 낮아지는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확인된 것은, 우리가 이렇게 추가 비용으로 내는 '배달비'는 곧 '통신비'처럼 '고정지출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식당-소비자로 바로 연결되던 주문 결제 방식이 식당-배달앱-라이더(배달 대행)-소비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는 타오르는 배달 시장에 기름 부은 격입니다. 그저 '서비스'이던 '배달'이 외식 사업의 커다란 수익화 모델로 급성장한 셈입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세계 배달 시장은 전쟁 중 "거슬리는 건 먹어버리는 거죠"


세계 시장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막강한 배민을 제외한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통, 위메프오가 2위 쟁탈전을 벌이는 동안, 글로벌 배달 시장엔 미국 우버와 그럽허브, 동남아 그랩, 중국, 네덜란드, 영국 등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우버가 자국 내 2위 음식배달 업체인 그럽허브를 인수하려 했지만, 그럽허브는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테이크어웨이닷컴+저스트잇 4월 합병)품으로 갔습니다. 무려 8조 7천억 원에 말이죠.


우버와 그럽허브의 합병에서는 반독점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미국 2,3위 배달 업체가 합병하면 시장 점유율 50%가 넘어 독과점 우려가 커진다는 이유였습니다.


DH와 배민의 M&A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심사중입니다. 올가을쯤엔 결과가 나올 거라 하는데요, 미국 2,3위 사업자 합병이 실패한 것처럼 DH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민은 다시 같은 민족이 될까요?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배민은 동남아시아 배달 시장을 먹으려는 글로벌 배달 공룡들의 아주 매력적인 발판입니다. DH가 아직 스타트업인 배민을 4조 8천억원이나 주고 인수를 하겠다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배민이 한국에서 성공한 것처럼, "동남아 배달 시장에서도 실력을 발휘해보라"고 한 것이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거슬리는 건 먹어버리는 거죠". 스콧 갤러웨이의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는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22조 5천에 인수한 것을 두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DH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은 만년 2, 3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DH가 동남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데, 배민이 걸림돌이었다는 해석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동영상 앱 틱톡을 견제하다 못해, MS한테 인수를 보채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독과점을 우려해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DH의 경쟁사들은 우리 공정위 입만 바라보며 인수가 무산되기만을 기대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막대한 자금을 들고 군침을 삼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http://naver.me/xpV6mf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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