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김연지 Oct 23. 2020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왜 그동안 한 게 없지"

[방황하는 어른이의 자아찾기] 다됐고, 나부터 찾고 올게요

"진짜 못해 먹겠어.
이러다 제명에    같아.
내가 이럴려고 미친듯이 공부해서 
 회사 들어온  아닌데"



유튜브 구독자 2만명을 찍은 뒤부터, 오랜만에 연락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이름 대면 "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 대기업을 다니거나, 언론사 동기 혹은 선후배다.


사는  괴로워 이직이라도 해볼까 싶어 이력서를 쓰는데,  말이 없단다. 최소 10 혹은  이상으로 혹사당할만큼 일했는데, 결혼도 못하고 (자기 딴엔) 몸바쳐 일했는데, pc 하얀 바탕에 까만 커서만 깜빡일 ..적으려니 그동안   없단다. 몇년차 '팀장', '차장'이라는 직급말고는 딱히 내밀 만한  없다는 것이다. 취준생 시절 그렇게 부럽기만한 경력직인데 어째  없던 시절, 자기소개서 쓰는 것보다  막막하단다.


분명 월화수목금금금 열심히 살았는데 "지난 10년간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고개를 살포시 들더니.. 내 눈을 보며 싱긋 웃는다.

  

연지야, 그래서 말인데,
유튜브 어떻게 하는 거야?
진짜 막 돈 많이 벌고 그래?


힘들다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욕할 뻔 했다.


 구글이 미쳤다고 아무나  주냐?  하기에 달렸지. 그리고 영상 만드는  쉬운  아니야. 그냥 보기엔 " 놀고 먹는  찍으면서 떼돈 번다" 그러겠지만,   신랑 생일 축하 영상이라도 편집해봤어? 조카 돌잔치 영상이라도 찍어봤어? ,  좋다는 대기업 다니면서 남의  벌어먹기 쉽지 않다는  10 넘게 깨닫고 있으면서, 잘난 구글이 퍽이나 거저 주겠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왔지만, 당연히 이렇게 말하진 않았다.


"흠.. 왜, 무슨 일 있어? 네 기록을 남기고 브랜딩이나 다른 네 커리어를 위해 유튜브를 수단으로 삼는 건 추천하긴 하는데, 단순히 돈 벌려고, 생계를 목적으로 하려면 힘들 순 있어. 오늘 올린 이 영상이 잘됐다고, 내일 올릴 영상도 잘 될거란 보장이 없거든. 이것도 어떻게 보면 사업하는 거고, 프리랜서랑 똑같다고 보면돼~"


뭐..근데 나도 그랬다. 다들 그렇다. 그렇게 비슷한 생각하면서 또 그렇게 살고 가는 세월 야속해하며 '즐거운 소풍이었노라~' 외치다 가는 게지;




2020년. 올해로 10년차 기자다. 기자가 되겠다며 대구 촌구석에서 상경했다. 언론정보학과 수업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에는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나를 상상했다.


칠전팔기 끝에 국내 한 방송국에 입사했다. 금수만도 못하다는 수습 기간을 거치고 사회부서 이리 구르고 저리구르면서, 병이란 병은 다 달고 살았다. 이를 꽉 다물고 버텼다.


"지금 내 모습은 보잘 것 없지만 10년차쯤 되면 난 정말 멋진 기자가 돼 있을 거야"


"좋은 기사란 이런 것이야!" 여기저기 지식을 설파하고 다니고 "여러분 이게 팩트입니다. 가짜 뉴스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대한민국 정의 언론인(?)으로서 맹활약을 펼칠 것이라 생각했다.  5 국어를 쌸라쌸라하며 외국CEO 만나도 거침없이 영어로 인터뷰하는 , 멋진  멋진 여성.


무채색 정장에 또각또각 뾰족 구두를 신으며 '여대생이 닮고 싶은 언론인' 막 이런 데에 인터뷰도 실리고,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부조리를 뿌리 뽑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소외된 분들이 좀 더 마음놓고 숨쉬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지!!!


개뿔..



남의 숨통 뚫어주기 전에 내 숨통이 먼저 끊어질 것 같다;;;; (거, 숨좀 쉬며 삽시다)


무채색 정장은커녕, 10년차란 숫자가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팀에서는 막내를 벗어나지 하고 있다. 매년 신입이 들어오는데,   밑으로는 후배가  들어오는 건가!


지식 설파는 무슨..


"네" 혹은 "넵",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말고는

 단톡방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못한다)

'할많하않'이다.

기자란 소신있게  소리 해야한다고 배웠건만..


그리고 ..외국어? 5 국어..라고요??


기자로  벌어먹고 살아가면서 세종대왕님께 석고대죄하고플 정도로..우리말마저도 헷갈린다.  매일 한국어로 기사를 쓰면서도   오락가락하는가; 연차가 쌓일수록 정신은  없어지고 눈도 침침해 지는  같고 오타만 늘어난다. 기사  때는 그렇게 여러  봐도  보이던 오타가, 송고되고 나면 제목에 떡하니 있네?!  마이 ..숨을 쥐구멍마저도 못찾겠다 이제.


그래. 긍정도 심하면 병이다. 팩트없는 상상은 망상이다. 알맹이는 없고 화려한 껍데기만 꿈꿨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지도 못한채 그저 '열심히만' 살았다. 일을 잘 한다고, 회사에서 업계에서 인정받는다고 내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었다.


어떤 사람으로 살겠다는 목표가 없었다. 그저 무슨 일을 하며 살겠다는 직업 의식만 투철했다. 형태도 잡히지 않는, 업으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늘 아둥바둥대기만 했다.


그러다 아팠고,

병들었고,

마음도 병들고,

멘-붕.

만신창이가 됐다.

그제야 깨달았다.


"기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잖아"


'나'는 도대체 누구지?
뭘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릴  간절했던 꿈을 이뤄서 좋다.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다만 내 행복의 이유가 단지 '내가 기자여서' 오는 건 결코 아니다.  기자로서의 내 삶도 있고, 일에서 오는 보람도 물론 있지만 나는 나일 때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나답게 살기로 했다. 나는 내가 나여서 참 좋다.


서른 중반, 이제야 간신히  삶의 모양을 다듬어 가는 즈음,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산다는  알게 됐다. 가끔 생면부지 어린 친구들에게 DM 받는다.


"인서울은 하고 싶은데 성적이 나오질 않아서 답답해요. 좋은 대학 못 가면 이생망일텐데.."

"재수했는데 망했어요. 삼수 해야하나 고민되네요" "   하면 달라질까요?"


"나름 좋다는 대학 왔고, 취업을 하긴 해야하는데,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 직장이 너무 나랑 안맞는 것 같아요. 그만두고 싶은데 그럼 경력도 월급도 끊기니.."


정확한 나이와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는   없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잣대는 상대적이니) 그들의 글만 봐도 한숨의 깊이와  나름의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 얼마나 고민이면 생판 모르는 아줌마한테 그렇게 용기내 메시지를 보낼까.


나도 그랬다. 학창시절엔 좋은 대학만 가면, 꽃길이 펼쳐질  알았다. 남들이 알만한 좋은 직장에만 들어가면, 더이상 힘들지 않을  알았다. 승진만 하면 행복이라는 보따리가  하니 안길  같았다.



서울대 가면 성공한다고?
인생이 그렇게 쉬운 줄 아니?

허세 가득하던 학창 시절, '성적은 안되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하던 내게, 예일대 다니던 한 언니가 내게 해준 말이다. 왜 서울대 가고 싶냐는 질문에, "성공하고 싶거든요" 이렇게 답했거든(아유 귀여워라)


"성공이 뭔데? 행복? 그럼 서울대  사람들은  행복해? 그럼 연대 붙은 학생은 서울대  학생보다 조금  행복하고? 그럼 아이유나 서태지는 불행할까? 대학 안가서?"


대학 다니는 4년간의 행복이 향후 40년간, 아니지 이제 백세시대니까, 그래, 99세까지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행복이란 하늘이 푸르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하지 않을까" - 요슈타인 가이더 -


분명히 열심히 살고 있는데 한 게 없는 것처럼 공허하다면, 남들은 행복해보이는데 나는 끝없이 힘들기만 한다면, 앞으로 뭘 해야할지 막막하다면 내 인생인데, '내'가 빠졌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남이 보기에 괜찮은 것,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 인정받을 만한 것을 판단 기준으로 삼다보니, 뭘 해도 행복하지 않다. 내 인생에 확신이 서지 않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길을 정한 게 아니라, 남들이 괜찮다고, 다들 가고 싶어하는 길을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올 때 결정하지 못하고 그렇게 뚜렷하게 보이던 길이 안개속에 휩싸여버린다.


괜찮다. 지금부터라도 하면 된다. 잃어버렸던 나를 찾으면 된다. 세상 눈치에 덮어뒀던  취향과 개성, 다시 끄집어 내면 된다. 이미 충분히 알잖아. 부장님 눈치에 휴가  냈더니 행복하던가.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 선에서 나만 생각하기로 한다. 섹시하게 뻔뻔해져야 한다. 무엇을 하며 사는 것보다 어떤 '' 살고 싶은지,  내가 그리 살아야 하는지, '성공하는 ' 아닌 "내가 행복해지는 " 찾으면 된다.


길을 걷다보면 또다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날 수 있다. 길이 갑자기 뚝 끊길 수도 있다. 폭풍우가 몰아칠 수도 있다. 내가 나를 잘 안 다면 이 모든 걸 뚫고 나아가는 방법 또한 알게 될 것이다.


입시, 취업, 결혼, 승진?


다 됐고,

나부터 찾아봅시다.




글로 밥 벌어먹는 기자,
좋아서 하는 유튜버이기도 하고
브친님들 하트에 기분 째지는 브런치 작가이고,

미라클모닝 전도하는 모닝레 셰프,
흥많은 아줌마 댄서 됐다가
사랑받는 아내이자 
친구같은 엄마 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XQIAmNf2xq809gKk2mOpdg?view_as=subscrib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BPtbv6b0pi-NmWVMfyGbzQ?view_as=subscriber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