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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May 20. 2021

브런치 5년 만에 책 출간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네 인생은 끝이야" "아니던데요~ 저 잘 사는데요"

", 이제부터는 어떻게 살 건데?"     


내게 '엄마'는 ‘질문’이었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내가 나에게 던지는 물음표의 나날들이었다.  

  

16시간 진통 끝에 핏덩이를 품에 안은 감격의 순간, 질문은 눈치도 없이 찾아왔다. 뜨끈뜨끈한 아이가 얹어진 내 가슴은 터질 듯 벅차오르는데, 머릿속에선 느닷없이 던져진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실타래 엉키듯 꼬이기 시작했다.      


1분 아니 1초 뒤도 예측할 수 없는 인간 엄마이지만, 한가지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나는 절대 2018년 12월 5일, 내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5번의 결혼기념일을 맞이할 때까지

아이는 엄마에게 와주지 않았다.


처절하리만큼 엄마가 되고 싶었다.

엄마가 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가 되고 나니 불안해졌다.

엄마만 남고 나는 없어질 것 같았다.     


드러누워, 사지만 꼼지락거리며 울기만 하던 아기가 빵긋 웃기도 하고, 뒤집기를 하고, 온 집안을 배로 쓸고 다니며, 자기 힘으로 한 발자국 지구를 밟고 일어서는, 그런, 감히 말로는 표현 못 할 감동의 순간에도 아이를 얻은 기쁨과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은 항상 맞닿아 있었다.      

                                                                                        - <꿈꾸는 엄마의 미라클 모닝 中 >




"아기가 태어나면 이제 네 인생은 끝이야"     


이 한마디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을 때 수없이 들었던 육아 선배들의 위로이자, 아이를 낳은 뒤엔 "우리 함께 지옥행 열차를 타자"는 일종의 '동맹 선언' 같은 것이었다.     


그때마다 다짐했다. "난 절대로 그 열차 타지 않을 것"이라고. 인공수정도 시험관도 없이, 기적처럼 찾아와준 기특한 내 새끼에게 "내가 너 때문에 힘들다"라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너 덕분에 엄마는 더 행복해졌어"라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리라.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자식이 있어 더 멋지게 살 수 있는 엄마를 증명하고 싶었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내 딸도 언젠가 커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텐데, 아이가 생겼다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 여성이 아니라, 사랑하는 딸도 키우고 추억도 만들고 커리어도 쌓고 싶었다. 엄마로도, 나 자신으로도 만족하며 사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일만 하고 자기밖에 모르던 생초보 맘이 맞닥뜨리는 하루하루는, 이런 내 각오를 수없이 비웃었다. 자꾸만 내 양팔을 움켜쥐고 두 다리를 둘러 메서라도 지옥행 열차로 끌고 가려 했다.


끝내.

..

타지 않았다. 내 딸은 엄마가 지옥행 열차를 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브런치 시작한지 5년. 디스크 극복기로 브런치를 시작했고, 지금은 유튜브 / 자아찾기 주제로 브런치 북만 2권을 냈다.


그간 기고나 강의 요청은 제법 들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출간 요청은 4년간 받지 못했다.


남들은 그렇게도 쉽게 쉽게 책을 쓰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잘 안될까. 어떤 사람은 브런치 시작한지 3~4개월만에 출판사 계약도 맺고 그러던데..


물론 적극적으로 출판사 문을 열심히 두드리거나 그러진 않았다. 대형출판사 몇군데 보내보긴 했으나, 연락이 없자 그냥 제풀에 지쳤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다 워킹맘이 되면서 사실 출간의 꿈은 이대로 멀어지나보다 싶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내 인생은 끝인건가"


5년 만에 와준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데, 이런 얘기는 입에 담고도 싶지 않았다. 행여 이런 생각의 그림자조차 비칠까 겁났다.


그러나 내 24시간이 더이상 나만의 24시간이 아니게 되고, 하고 싶은 것들을 그냥 마음 속에 꾹꾹 담아두는 날들이 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이 가시가 돼어 명치를 콕콕 쑤시곤 했다.




복직 1년이 지나고, 출간을 일주일 앞둔 지금,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내 인생은 더 빛나게 됐다"고.


딸은 엄마가 더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줬다. 딸은 꿈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엄마가, 육아 세계에 들어오면서 혼란을 겪고 방황하던 찰나, 새벽이라는 염원의 시간을 만나게 해줬다.


새벽 기상은 복직 디데이 100일에서 시작됐다. 워킹맘은 처음인지라,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는 무수한 변수들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선 자신을 돌볼 시간, 생각할 시간, 나를 위해 보낼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아이가 엄마 안에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게,

몸과 마음의 여유 공간을 늘리기 위해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 시간을 아이가 잠든 시간에서 찾았다.

그중에서도 내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시간,

그것이 새벽 4시 반이었다.


"본격적인 하루 시작 전에 딱 2시간만 나를 위해 쓰자. 출근한 동안은 아이에게 미안하거나 부끄럽지 않게 업무에 열정을 쏟아붓고,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에는 모든 걸 다 잊고 아이에게만 집중하리라" 다짐했다.


일어나서 짧게 기도, 명상 등을 하고, 밀렸던 유튜브 영상 편집을 했다. 영어 공부할 때도 있고, 글을 쓰기도 한다. 새벽 기상 브이로그 영상도 찍고, 관련한 글을 브런치에도 남겼다.


이것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제목은 <꿈꾸는 엄마의 미라클 모닝>이다.



남들은 그렇게 쉽게 쉽게만 내는 것 같은 책을,

난 참 어렵게도 내게 됐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것이 또 딸이 태어난 이후라,

딸이 준 선물 같아서 더 경이롭고, 가슴 설렌다


딸이 아니었으면 새벽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벽을 찾지 않았으면, 책을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달전쯤, <5am모닝레시피> 채널을 새로 만들었다.


이 채널에서는 혼자서는 하긴 힘든 명상, 독서, 인사이트를 주는 뉴스를 전한다.


부자들의 성공습관을, 가장 에너지가 넘칠 때 함께 하는 것이다. 각자 소중한 꿈을 품고 사는 꿈쟁이 구독자들은 <5am모닝레시피>채널에서 서로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받으며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나 역시 갓독자님들로부터 뜨거운 열정을 얻어간다.


맞다. 나는 딸을 낳기 전인 2018년 12월 5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새벽이 주는 기쁨을 안 이상,

올빼미로 돌아갈 생각이 1도 없다.


사랑하는 딸로 인해,

자기만 알던 철부지가 '어른 사람'이 돼가고 있는데, 퇴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일 오후, 인쇄에 들어간다. 교정을 보고 또 봤지만, 이번에는 오타가 없으리라 확신하고 넘겼지만, ..정말 없길 바라면서..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공감을 하고,

애 키우면서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길..


또 예비 엄마들이,

엄마됨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참 더디고 늦었지만,

또 브런치북 공모에서 2번이나 탈락시켰지만,

그래도 출간 기회를 열어준 브런치에게 감사하며...


모두 고맙습니다.

저 혼자했다면 여기까지 절대로 못 왔을 겁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늘 글 읽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낼 수 있었습니다.   

저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SlJvfNwXyv6uh-w_71wEUw


https://www.youtube.com/%EA%B8%B0%EC%9E%90%EA%B9%80%EC%97%B0%EC%A7%80


https://www.youtube.com/%EC%97%84%EB%A7%88%EA%B9%80%EC%97%B0%EC%A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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