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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Jun 29. 2021

엄마의 복근은 갑옷_복직 1년 바디프로필

운동은 업무 효율성을, 체력은 엄마의 자신감과 직결된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정확히 출산 6개월이 되던 무렵, 허리디스크가 다시 도졌다. 

조리원에서부터 두세 시간마다 ‘모유수유’가 반복됐다. 초보 열정맘은, 5분 젖 빠는데도 온 몸에 땀을 뻘뻘 흘리다 지쳐 잠들어버리는 아가의 조그만 어깨와 발을 연신 주무르고 깨워가면서 다시 물렸다. 


아기가 젖을 빨아야 하기에 등과 허리는 구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아가가 젖을 제대로 무나 쳐다보느라고 목은 점점 거북이가 됐다. 조리원에서는 그래도 우는 아기 달래주고 잠이라도 재워줬다. 퇴소와 동시에 디스크 재발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안눕안눕(안았다 눕혔다)' 반복하고 '둥게 둥게' 안고 걷고, 기저귀 갈고 엉덩이를 씻겨야 한다.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물티슈, 각티슈 다 뽑아버리고 두루마리는 다 풀어헤친다. 장난감, 기저귀, 양말 등 손에 닿는 무엇이든 서랍에서 죄다 꺼낸다. 거실과 방은 폭탄이라도 맞은 듯, 매일 쑥대밭이 된다. 엄마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 뒤를 뒤따라가며, 연신 굽신굽신 이삭 줍기한다. ‘허리 멀쩡하던 엄마들도 애 낳으면 아파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몸소 체감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됐고, 허리는 점점 펴지지 않았다. 구부려지지도 않았다. 어깨와 등, 골반까지 두드려 맞은 것처럼 여기저기가 다 아팠다. 다리까지 저려왔다. 앉아도, 걸어도, 누워도 욱신거렸다. 결국 통증에 잠들기조차 힘든 그 고통이 다시 찾아왔다.     


휴직 중이라 웬만하면 진통소염제를 안 먹고 자연치유로 버텨보려 했다. 그러나 허리를 가로지르는 듯한 찌릿한 통증을 느껴가며 작은 생명체를 돌보기란 불가능했다. 하필 그때 아이가 장염에 걸렸다. 딸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응가를 누고, 기저귀 발진에 살갗이 벗겨졌다. 물소리만 들어도 울부짖고 바둥대는 딸을 안아 씻기고 땀과 눈물로 범벅된 아이 얼굴을 닦아주며, 약을 삼켰다.      


디스크는 ‘노화’라 완치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잘못 쓰고 많이 써서 닳고 닳은 거라,
평생 운동하고 관리하며 살아야 할 숙명인 것이다. 


병원 진료를 받으며 통증이 사그라들 즈음 필라테스로 재활을 시작했다. 마침 집 근처에 교습소가 있어서 비뚤어진 골반과 척추 교정부터 하나씩 했다.      


근데, 웬걸. 코로나가 터졌다. 


괜찮아지려면 아직 멀었는데, 한참은 더 해야 했는데 회원 의지와 상관없이 센터는 결국 문을 닫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복직 일주일 앞둔 때였다. 통증이 채 가시기 전에 육아에 일까지 시작하자 허리가 안 아픈 날이 없었다. 약으로 버텼지만, 이는 통증을 잠시 잊게 해 줄 뿐이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결국 운동밖에 없었다. 


복근과 엉덩이 근육을 키워야 했다. ‘홈트라도 해야지’ 결심만으론 깨짝깨짝거리다 철퍼덕 널브러지기만 반복했다. 우물쭈물하다 시간만 흘렀고, 코로나는 무섭게 확산됐다. 통증도 지속됐다.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출산 뒤 변화 과정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했다. 


목표는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던 작년 추석 즈음, 헬스장을 등록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이자 복직 약 1년을 맞는 날을 D-day로 잡았다.      


새벽에 일어나선 라이브 끝나고 무조건 30분간 복근 운동을 했다. 아이가 일찍 깨거나 출근이 이른 날엔 생략할 수밖에 없었고, 컨디션에 따라 깨짝거리다 끝나기도 했지만, 허리와 척추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점심 약속이 없는 날엔 헬스장으로 향했다.     


예전 피트니스 대회 준비할 때의 운동량에 비하면 1/3도 안됐지만, 뭐가 됐든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안돼 코로나로 헬스장이 6주 가량 문 닫았다. 그때는 확산세가 심해 기자실은 물론 커피숍, 등 웬만한 장소들이 대부분 폐쇄돼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했다. 6주간 운동과 식단 조절을 제대로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바디 프로필’이라는 목표 덕에, 출산 뒤 그렇게 빠지지 않던 마의 5kg을 모두 감량했다. 프로필 촬영 당일 몸무게로 따지면 7kg 정도 뺀 셈이다.      



살을 뺀다는 건, 단순히 몸무게가 줄었다는 수치적 성과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임신하고 10kg 정도 불어났다가, 아이가 나왔는데도 어째 변함없는 몸매에서 오는 충격, 임신 전에 입던 옷들이 몽땅 작아진 데서 오는 자괴감 등은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괜한 자격지심에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든다. 그러나 다시 운동하면서 잃어버린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복근은 엄마의 갑옷이다


운동으로 급격히 떨어졌던 체력도 회복했다. 허리는 육아를 중단하지 않는 한, 안 쓸 수가 없기에,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도 운동하고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허리가 아파오더라도 겁먹기보다는, 하루하루 조심하고 관리하면서 잘 버텨내고 있다. 



http://youtube.com/기자김연지

http://youtube.com/엄마김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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