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 산모, 양수검사 비용 및 주의점
2021. 12. 22. (둘째 20주)
심장이 툭 떨어지고 가슴이 텅 비어지는 듯한 날.
2차 기형아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다음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둘째를 가지고선, 본의 아니게 (?!) 어쩌다 보니; 집 근처 산부인과/ 회사 근처 산부인과 두 군데를 다니고 있었다;)
사실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1,2차 기형아 검사 결과 모두 '정상'으로 나왔던 터라,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출근 전, 좋은 결과를 듣고 발걸음 가볍게 회사를 가려고 산부인과에 먼저 들렸다. 검사 결과 듣는 데는 5분도 채 안 걸리니까.
막 병원문이 열렸을 때라 접수하자마자 곧바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찌 선생님 표정이 좀 어두웠다. 첫 진료라 그런가.. 말씀도 조금 머뭇거리신다..
"음.. 결과 보러 왔죠? 물론 이게 다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이런 말씀을 서두에 붙이신다.
속으로 '괜찮다고 나와도 정확한 게 아닌가요?' 생각할 때쯤,
"에드워드 증후군 고위험군으로 나왔어요"
네?!
귀를 의심했다. 아 아니, 꿈일 거야.
"산모분 나이가 좀 있어서 그런 건 것 같긴 해요"
나이가 있어서 아이가 증후군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이 때문에 검사 결과가 조금 위험하게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이 좋은 날 아침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가 혼란스러웠다. 코끼리 코 100바퀴는 돈 것처럼 세상이 정말 빙글빙글 돌아갔다.
근데.. 에드워드 증후군이 뭐예요? 다운증후군 같은 건가요?
결론만 말하면, 다운증후군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지만, 에드워드 증후군은 사산할 확률이 50%, 태어나도 100일도 채 못 살 확률이 농후한 그런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선생님은 불안해하는 산모에게
"1:140 이면 3~3.5% 확률이라 100명 중에 3~4명 확률로 에드워드 증후군일 수 있어요.
다시 말하면 96~97명은 괜찮다는 거예요"
라고 안정을 주시려 했다.
그러나, 이미 에드워드 증후군 고위험군이라고 빨갛게 확! 적혀 있는 결과지를 본 마당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절대 가시지 않았다. 1~2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정말 불안의 가지는 쉴 새 없이 뻗어나가며 공포에 휩싸였다.
아냐 아냐 아닐 거야. 정신 차리자.
그럼 선생님, 저는 이제부터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에드워드 증후군이든 다운증후군이든 결과가 안 좋게 나와도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 병을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론은, 엄마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일단, 선생님 말씀은
1:140이면 확률적으로 아주 위험한 정도는 아니고, 산모 나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는 괜찮은데, 이렇게 나왔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나는 85년생이다. 실제로 '고위험군' 옆에 'Age Factor'라고 적혀 있었다. )
"정 불안하다면, 분만 병원이나, 가까운 병원에 가서 양수 검사를 받으라"고 하셨다.
분만 병원은 첫째를 낳았던 강남 차병원으로 정했으나, 일단 거리가 조금은 있었고, 워낙 큰 병원이라 이게 바로 될지는 의문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2 정거장 거리에 서초 함춘 병원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여기도 큰 병원이긴 하지만, 차병원만큼은 아니고, 진료 결과도 빨리 나오는 편이라고, 불안하다면 병원에 전화 걸어서 양수 검사받을 수 있냐고 확인해보라고 하셨다.
말씀 끝나기 무섭게, 수납하고 곧바로 병원에 전화부터 했다. 그 병원은 불임 난임 치료 및 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으로 유명했는데, 양수 검사 같은 것도 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20주 산모인데 에드워드 고위험군으로 나왔다. 양수 검사를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
당일 예약은 어렵고, 오늘은 시술 등이 꽉 찼으니 일단 점심시간 지나서 대기를 해보라"고 권했다.
"너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받고 싶은데, 힘들까요?"
전화기를 붙잡고 사정하는데, 정말이지 눈물이 우두둑 떨어졌다.
내 목소리가 너무나 심각하고 안타까워 보였을까.
알아보고 다시 전화해주겠다더니, 한 5분 만에 전화가 와선 "선생님께서 시술 중간에 해주시겠다고 한다"면서 1시 반까지 예약해주셨다.
아.ㅠㅠ 감사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무슨 일 있어?'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에..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다.ㅠㅠㅠㅠㅠㅠ
줄줄줄줄 흘러내렸다. 눈물에 마스크가 젖어서 숨 쉴 때마다 코와 입술이 시릴 정도였다.
영하의 날씨에 출근길 양재역 한복판에 서서, 그렇게 서럽게 울면서 남편과 통화를 했다.
병원은 일단 예약했고 그 병원은 회사와도 가까우니 "점심시간에 혼자 다녀오겠다"라고 했는데 남편이 조퇴를 하고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사실 정말 안 와도 괜찮았는데, (그냥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서운하고 섭섭하고 그럴 건 느낄만한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도 와주겠다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남편 회사는 목동이라 양재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는데도..
남편은 시간 맞춰 회사 앞까지 데리러 와줬고 차에서 간단히 먹을 샌드위치를 싸왔다. 이런 기분에 밥이 안 넘어갈 줄 알았는데, 오전에 하도 울어서 그런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또 샌드위치는 꿀꺽꿀꺽 잘만 넘어가는지ㅠ 정말 나는 제정신이 아닌 건가, 미친 건가.. 별의별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가며 병원에 도착했다.
양수 검사란, 시술법과 비용. 그리고 주의점
우선 접수하고, 혈압/몸무게/소변 검사를 한 뒤 양수검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양수의 일부를 체취해, 염색체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었다.
기형을 결정짓는 주요 염색체 5군은 하루 정도 뒤에 1차 검사 결과가 나오고 보다 정확한 2차 검사는 약 15~20일 동안 염색체를 배양한 다음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1차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보통 2차에서도 이상이 없다고는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확률 싸움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2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곤 했다.
양수 검사를 해주실 선생님도 1:140이면 3% 정도의 확률이라고, 또 에드워드 증후군이면 초음파 상으로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전에도 알았을 확률이 큰데, 그렇지 않았다면 아닐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셨다.
실제로 초음파를 이곳 병원에서도 다시 꼼꼼히 봐주시면서 태아 머리 크기나 모양, 목둘레, 눈코잎, 팔다리 길이 등으로 봤을 때는 별 문제없을 것 같다고 말씀 주셨다.
(그러나 이미 놀란 산모는 안심이 되질 않...)
양수 검사는 침대에 누워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됐다.
의사 선생님이 배 부위에 넓게 소독약을 발라 주시면서 "두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절대 내려서는 안돼요.
주사 바늘이 배에 들어갈 텐데 절대 움직여서도 안돼요" 신신당부하셨다.
심호흡을 크게 했다. 초음파를 보며 태아 위치를 확인한 뒤 태아에 닿지 않게 주사기를 양수에 찔러 넣었다.
주사 바늘이 배를 뚫고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옆에 쑥쑥이가 보였다.
숨이라도 쉬었다간 날카로운 주사 끝이 닿아버릴 것만 같아서 숨도 꾹 참았다. 1분도 안됐을 그 시간이 족히 10분은 된 듯했다.
'아가야 아가야, 괜찮을 거야 걱정 마. 괜찮아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어떤 증후군도 엄마가 임신 중에 뭘 잘못 먹었거나, 부모 중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데, 아이가 아주 조금이라도 안 좋다고 하면 엄마들은 이 모든 게 다 내 탓으로 느껴진다. 첫째를 키우며 그 밑도 끝도 없는 죄책감 순환의 바퀴를 돌리면서도 둘째를 가진다고 해서 그게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
양수 검사 비용은 84만 원이었다.
여기에 불안한 경우, 양수 검사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의 검사인 '미세변이 검사'를 추가할 수도 있는데
그 가격은 20만 원대, 40만 원대가 있었다.
일단 1:140의 확률을 믿어보기로 하고, 미세변이 검사는 받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84만 원을 결제했고 임신 바우처 카드는 그 자리에서 0원 처리됐다. 나머지는 생활비 카드로 결제.
84만 원의 비용에 또 한 번 깜짝 놀랐지만, 남은 임신 20주간의 기간을 안정되게 보낼 수 있는 '안심 비용'으로 여기기로 했다.
양수 검사 뒤에는 아주 드물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무조건 누워서 절대적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일부러 안정을 취하려 한 것도 아니었는데, 집에 오자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침대에 눕자마자 수면내시경 받는 듯 그대로 잠이 들었다.
40분 정도 폭 곯아떨어졌는데 어째 또 이게 뭐라고 굉장히 개운함(?)을 느꼈다. ㅠㅠ 한편으론 별일 없을 거란 생각이 또 들었다.
그래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이렇게 된 이상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엄마인 내가 잘못해서 나쁜 짓을 해서 아가가 아픈 건 아닌 거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테고 없을 것이지만 설령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다 뜻이 있을 것이다'.. 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음날이 왔고, 검사 결과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회사 일이 좀 많아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시간이 빨리 갔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어느새 4시.
그런데 4시를 가리킨 시계를 본 순간 그때부터는 정말이지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1분에도 수십 번씩 전화를 들었다 놨다.. 하고
문자가 혹시 왔나, 울리지도 않은 폰을 또 켜보고..
그렇게 마음 종종 거리는데
정확히 4시 25분에 전화가 울렸다.
번호 확인도 하지 않고 잽싸게 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생년월일과 이름을 확인하고선..
1차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전해주셨다.
곧바로, "나는 1차에서 이상 없으면 2차에서도 보통은 괜찮은 거죠?"라고 되물었고,
"일반적으론 그런데, 그래도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는 2차까지 기다리시는 게 좋아요. 2차 검사 결과 나오는 일정은 받으셨죠?"
100%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1차에서 괜찮다는 얘기에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만 외쳤다.
아가야, 쑥쑥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쑥쑥이 예정일은 5월 11일인데
둘째는 좀 빨리 나오기도 해서, 어린이날 전후가 될 거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 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부부는 웃으며 쑥쑥이가 5월 5일 어린이날 태어나면 생일 선물이랑 어린이 선물을 하나밖에 못받겠네 그랬는데 .. 혹시나 그것때문에 속상했던 건 아니지? ㅠㅡㅠ
쑥쑥아~
어린이날 태어나도,
생일 선물이랑 어린이날 선물이랑
다~ 줄테니까
우리 건강하게만 만나자 꼭!!
사랑해 아가야. 많이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