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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May 12. 2018

엄마가 된다는 게 이런건가

'디스크맘' 임신 안 지 이틀 만에 펑펑 운 사연


https://www.youtube.com/embed/GnLiTRVT00Q



2013년 4월 14일 결혼 뒤

2018년 4월 4일, 알게 된 첫. 아이의 임신.


병원을 나오는 데 우연히 연락이 닿은 시어머님께 기쁜 소식을 먼저 알리고!

(참고))"자연분만은 힘들 것" 디스크 판정 4년 뒤 '임신' https://brunch.co.kr/@yeonjikim/208)


아빠가 되는 신랑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에 빠졌다.


곧바로 전화를 걸어 "여보, 나 임신했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준비한 '몰래카메라.!'ㅎㅎㅎ


뭐,; 아주 대단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1. 신랑한테 다짜고짜 "잘못한 게 없냐"고 몰아붙인다.

2. 그러면 신랑이 놀라서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며 안절부절 못하겠지?(그 모습을 담는다)

3. 잘못한 게 없냐고 물어도 말을 못하는 신랑에게 "그래가지고 아빠가 될 수 있겠어?"라고 말한다.

4. 눈치가 빠르면 거기서 임신 소식을 알테고, 모르면;;;할 수 없고;;


막무가내, 밑도 끝도 없는 그냥 몰카를 위한 몰카다;;ㅎㅎ

신랑이 들어올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 카메라를 몰래 켜놓은 뒤 식탁 위에 올려뒀다.


이런 분위기를 모른 채 신랑은 웃으며 들어왔고

나는 엄청 분위기를 잡은 채 "잘못한 게 없냐"며 썽~난 표정, 낮은 목소리로 취조를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래..나 잘못한 거 없는데.."


신랑이 떨리는 목소리로...옷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헉, 카메라 각에서 벗어나면 안되는데;;;;; 

역시나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스마트폰 카메라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ㅠㅠ


몰카의 성공을 위해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려는 신랑 손을 잡고 끌고 나와

스마트폰이 놓여진 식탁 위에 앉혔다.


'앵글 굿'!!


"잘못한 거 없어? 나 다 알고 있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 입으로 말하기 전에 먼저 실토하면 용서해줄게.."


이렇게 진지하게 묻자, 

신랑은 애먼 식탁만 어루만지며..

"뭐지 뭐지, 뭘 잘못했을까.." 그러다


"내가 다 잘못했지 뭐.."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자꾸 묻다보니 나도 겁이 났다;

행여, 내가 모르고 있던 신랑의 진짜 실수(?)나 몰래 숨기고 있던 게 있었고 이를 실토하면 어쩌나;;;?? 근데 그게 감당하기 힘든 어떤 것이라면;;;;?????

아ㅠㅠ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신랑이 미처 다 못 갈아입었던 양복을 훌렁 훌렁 벗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되는데;;;몰카 다 유튜브 영상으로 쓸건데..'(지금 육아튜브 채널 준비중^^;이에요)


이제는 말해야겠다 싶어서 

"그래서 아빠가 될 수 있겠어?" 하는데;;

이미 와이셔츠를 다 벗어버린 상태...에다 벨트까지 푼..;;;;;;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도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서 

내 눈동자와 발만 동동;;; 구르며..(영상은 끝이구나ㅠㅠ) 생각하는데..


신랑이 

"나, 아빠 되는 거야?? 임신했어?"


눈이 입만큼 커지면서 

세상 따뜻하고 포근하게 

나를 꼬옥 안아준다.


내가 몇번이나 산부인과 원장님께, 간호 선생님께 물어봤던 것처럼

"정말 임신이야? 임신이래? 병원가봤어?" 라며

몇번을 되묻는다.


사실 작년부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같은 고민을 진지하게 했었고

어마어마한 비용과, 적지 않은 시간, 무엇보다 고통도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아이를 가지지는 말자"며,

"없으면 없는대로 지금처럼 사는 것도 좋다"고

"아이 생기면 우리같은 여행쟁이 부부가 국내 여행도 잘 못할 걸?"이라며


항상 나를 위로해주며 보듬어주던 그였다.


하지만 결혼 생활 5년 동안

한 번도 화분에 물도 안주던;;;나와는 달리

가지도 쳐가며 햇볕을 잘 받게 포크로 줄기도 고정해가며

말 못하는 식물도 사랑과 정성으로 보듬어주던 그가


주변에 친구, 선후배들 애기가 태어나는 걸 보면서

우리 둘 만의 끈인 '아기'가 생기기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미안하고 고맙고 미안하기만 한 남편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줄 수 있어서 기뻤다..!!

그렇게.. 몰카는 짧은 망작;;으로 끝났지만...ㅎ




이틀 뒤 우리 부부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질염이 있어서 약은 안되고 소독을 좀 해야하는터라 병원에 한 번 더 오라했는데

(직장인 여성들은 스트레스 등으로 질염이 많아요..!! 여성들은 항상 조심하시구, 남친 남편분들은 이런 것도 세심하게 잘 챙겨주세요ㅠ 정말 감기보다 괴로운 거랍니다...)


이왕 가는 거, 첫 기록을 남기지 못한 초음파 사진도 찍고

우리 아이의 존재를 신랑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함께 갔다.


까맣고 하얀 초음파 사진에서 보여지는 정말 좁쌀만한 '점'

"이게 아기집이에요 ~"라고 설명해주시는데 

그때, ;;;;;


"이틀 전에 3미리였는데, 아직 3미리네요..

하루에도 애기집이 조금씩 크기는 하는데 크진 않았네요"


원장님의 이 말씀에..

갑자기.. 가슴이 울렁울렁 뭔가가 횡경막을 툭 치면서

불안이 엄습해왔다;;;;;;;;


수많은 임산부의 아기집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하신 말씀이신데;;

이런 왕초보 엄마, 아니 엄마라는 말을 하기도 힘든, 

엄마의 길로 가는 문턱에 이제야 겨우 선,

아이를 하염없이 간절히 기다려온 그저 철부지 30대 여성에겐 


"뭔가 잘못됐나? 어디가 안좋은가?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주변에 '계류유산'한 여성들 얘기도 더러 들어온터라 겁이 났다. 

정말 정말 무서웠다. 


괜찮은거죠? 괜찮은거 맞죠? 여러번 되묻는데

원장님께서도 뒤늦게; 아차, 이 어설픈 초보맘의 불안을 잘못 건드렸다 싶으셨는지


웃으시며 연일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다만 이 때엔 정말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 또 조심하라면서 주말동안에 집에서 안정을 취하라고 덧붙이셨다.


하지만 ㅠ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요즘엔 정말 많이 아는 것도 병인 듯하다..

계류 유산이라는 거 모르면 모를 수도 있는데;;

몰랐으면 이렇게 불안해하지도 않았을텐데 ㅎㅎ;;;


계산하고 나오는데 눈물이 터져나왔다..


혹시나 혹시나 그 이틀새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
이 바보같은 내가 너무 또 일한다고 열중했나, 먹었던 게 잘못됐을까?
아침에 지하철 안 놓치겠다고 뛰었던 게 잘못됐나?
그냥 놓치고 말걸...아, 정말 왜 그랬을까, 난 왜 이모양일까..

함께 간 신랑은 이런 내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겼는지;;

내가 우는 걸 또 카메라로 찍는다.


그러면서, 생명이라는 게 또 그렇게 쉽게 불씨를 꺼뜨리진 않는다고

원장님도 "커지진 않았지만 저번보다 선명해졌다고 그러시지 않았냐"라며 달랜다.

그러면서 튼튼이(태명)한테 한 마디 해주라고 한다.


아 ㅠ 근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눈물만 쏟아졌다.

행여나 잘못되면 미안해서 어떻게 해...


옆에서 신랑이 "튼튼아 무럭무럭 잘 커라"라며 얘기한다.

그제서야 나도 "튼튼아 무럭무럭 잘 커" 따라하기만 했다.

사실 이런말 했는지 기억은 안난다. 나중에 영상 보고서야 알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임신 9주. 

연일 폭풍 입덧에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감사하게 여기며 우리에게 찾아온 소중한 생명을 축복하고 있다.


한 달 전의 영상을 보는 데 어찌나 웃기고 우는 내가 못생겼는지 ㅋㅋㅋㅋ

신랑은 지금도 껄껄대며 거의 숨 넘어가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다독여주는 신랑..

20대 후반 갑작스레 찾아온 디스크로 주저 앉았을 때

가장 가까이서 항상 나 편이 돼주고 버팀목이 돼줬던 그다.


디스크 땜에 처음 시술과 수술을 권유받았을 때도

행여 약물 성분이 나중에 임신할 때 좋지 않을까봐,(물론 그런 건 아니라고 합니다. 3개월이면 성분은 다 빠져나간다고는 하네요..하지만 혹시나 몰라서...ㅠㅠ 사람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모든 것 다 거부하고 직장도 휴직하고 재활 치료와 운동에 집중했었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울했지만, 

운동은 정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고,

운동이 습관이 되면서 피트니스 대회 입상이라는 작은 성취부터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아줬다.


수술 안하길 너무너무 잘했다, 

운동하길 정말정말 잘했단 생각이 든다.

아니나다를까 신랑도 그 말을 한다.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칼 안대고 약물 안쓰고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엄마가 건강해서 아이도 분명히 건강할 거라고"



P.S) <연지TV:여기자의 일상>https://www.youtube.com/channel/UCXQIAmNf2xq809gKk2mOpdg?view_as=subscriber에 이어

<엄마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nLiTRVT00Q유튜브 채널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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