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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Jan 18. 2022

60대 할머니의 산티아고 - 기적의 순례와 여행

"삶 자체가 여행이다" 퇴직 교사의 800km 순례길 46일간 여정

먼 길을 걸을 때 목적지에 닿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걷다 보면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기적의 순례와 여행>을 읽으며 앞만 보며 달리고 걷기만 하다, 잠깐 서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은 또다른 삶" (p247) '산티아고 순례길' 세상에 이토록 단순하고 쉬운 여행이 있을까 싶었다. (..) 순례에 큰 의미를 뒀다면 믿음이나 신앙에 근근거한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내 경우 종교적 의미의 순례라기 보다는 그냥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남은 세상을 내 의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 그동안 다녔던 다른 여행과 비교한다면 오로지 걷기만 잘하면 되는 여행이다. 예를 들어 투어를 예약한다거나 이동 편을 알아본다거나 도시마다 잘 곳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걷다가 힘들면 쉬어가고 체력이 바닥나지 않게 적절히 안배해 순례자를 위한 숙소를 결정해야 한다. (..) 빨리 걸어갈 필요도 없고, 길위에 있어야 더 좋다. 내일은 무슨 옷을 입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설령 씻지 않아도 뭐랄 사람이 없다. (..) 조용히 웃기만 해도 전 세계인이 친구가 된다.(..) 순례든 여행이든 또 다른 삶이라기보다는 삶 자체가 순례이고 여행이다.

나 역시 삶은 여행이고, 잠깐 소풍 온 것이라고 늘 생각한다. 돌아가는 날 "그 소풍이 참 아름다웠노라" 말하는 게 버킷리스트 마지막 항목이다.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잠깐 쉬었다 가고 싶은데, 등떠밀려 같이 가야 하고, 잠깐 하늘이라도 볼랍시면, '남들 일하는데 혼자 한가하다'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어제 입은 옷을 오늘 다시 입었다간 청결하지 못하거나, 외박한 직원이란 오해받기 일쑤다. (옷에 워낙 관심 없고 선택 자체가 스트레스라, 유니폼이 있었으면 하는 요즘 보기 힘든 30대 여성)


물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아직 젊고 할 일이 많기에, 또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가 걷고 바라볼 수 있는 소풍의 후반기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 여기기에, 주어지는 '특권'이라 생각한다.


돌틈새 피어난 꽃, 앙상한 가지에 달린 열매, 지저귀는 새소리 같은 게 보이고 들리기 시작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10대부터 애어른이었겠지만, 바쁜 일상에 치이고 이 사회가 만들어낸 얕고 풍성한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눈칫밥으로 배채우며, 돌틈새 피어난 꽃은 커녕 틈바구니 속에서 아등바등 사느라, 소중한 것들을 정작 놓치고 살 때가 많다. 사실 지나고 나면 그저 한번 웃고말 일일텐데.


그래서일까, 이 책은 내게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책 속의 저자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곳에서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지만, "아무 것도, 별 거 아니다. 걷다보면, 그냥 네 체력과 상황에 맏게 걷기만 하다보면 너만의 답을 찾을 것이다. 설령 못 찾아도 괜찮아. 길은 어디에나 있으니까"라고 토닥여주는 듯했다.

제목만 보고서 많은 분들이 성지순례 책이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정확히는 <60대 할머니의 산티아고 순례 여행일기>다. 수피아여고에서 40년간을 학생들과 웃고 울었던 정금선 교사가 퇴직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과 주변국을 여행한 46일간의 기록이 담겼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에 이르는 길이다. 1987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가 세상에 나오고,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신자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교사로 재직 당시에도 매년 방학 때마다 아프리카, 인도, 에티오피아, 아이슬란드, 러시아, 멕시코, 쿠바 등을 찾았고, 2018년 8월 31일 정년퇴직으로 교단을 떠나게 되면서 품고만 있던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에 나선다.


퇴직 직전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았지만 산티아고행의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수술 이후 끊임없는 재활과 꾸준한 체력단련 후 지난 2019년 3월 14일부터 46일 동안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3개국 여행길에 올랐다.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나자 직장과 가정에 매어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하기 전에 어디로든 한번 떠나보자는 생각에 떠난 여행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잘한 선택”이라는 게 여행의 얘기다. 자식과 가정을 위해 젊음의 많은 순간을 바치는 엄마들에게 주는 메시지로 읽힌다.


800km 순례길에서 한걸음 걸음마다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모든 순간들이 담겼다. 혼자 처음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손쉽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풀어냈다.


문장을 따라 함께 걷고 호흡하다 보면 저자가 보고 느끼는 그대로의 황홀한 전경과 기적이 펼쳐진다. 모두 직접 쓰고 찍은 사진들로 421페이지가 채워졌다.


저자는 여행하는 매 순간을 꾹꾹 문장마다, 글자마다 눌러담았다. 비행기 예매 등 여행 준비부터 기내식, 마지막 식사, 발돋움을 거두는 순간까지. 1분 1초마저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기억하고 간직하려한 듯하다. 그만큼 순례길이 주는 설렘과 인내 그 끝에 다달은 환희의 순간이 경이로웠을테다.


사진만으로도 순례길이 주는 자유와 평안함, 그리고 조금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 생생하다. 전문가의 사진이 아니라 여행자의 사진이라, 함께 순례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더해준다. 그녀의 시선이 담긴 다른 순례자의 얼굴마저도 정겹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고 온 세상은 혼란스럽기만 하지만, 그래서 맘껏 여행할 수 있었던 일상이 정말 소중했고 감사했음을 알게 해주는 책.


순례길에는 상당한 체력과 인내가 소요되는 만큼,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기회가 왔을 때 곧바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다져놓으면 좋을 듯 하다.


“홀로 세계여행이나 배낭여행을 떠나는
내 모습을 보고 어떻게 여행을 떠나는지
궁금해하거나 부러워하는 많은 이들을 봤다. 그들을 위해 최대한 여행 과정을
세세하게 담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천년의 건축물들이 영혼을 위로하는 길은 오직 산티아고에만 있다.”


“여행이 서서하는 독서라면
여행기 정리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자기만족이다.”


“순례는 모험이나 많이,
빨리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체력에 맞도록
자유를 찾아 걷는 일이다.
언어장벽 등을 고민하기보다는
겸손한 마음과 용기와 호기심을 갖고
세계여행을 시작하길 바란다”


P.S) 사실 저희 시어머니께서 직접 쓰신 책입니다. 대단하시죠? 원조 걸크러쉬랍니다 ㅎㅎ



약간 교사용 지침서(?) 같은 느낌도 있는데요, 40년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다보니 정말 꼼꼼히 수업을 준비하듯 모든 여정에 대해 조사하고, 조금이라도 더 설명을 드리려고 정성껏 기록하셨어요.


읽다보면 코로나로 막힌 하늘길이 더 원통할 수 있으니 이것만 미리 당부드려요!!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하실 수 있고요!


필요하신 분들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DM(@pureyunji) 주시면 택배비만으로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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