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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May 08. 2022

둘째 출산은 수월하다면서요

세상에 쉬운 출산은 없다

"힘 몇 번 줬더니 쑥 나오더라"

"둘째는 첫째보다 확실히 금방 나와"


한번 해봤으니 '느낌 아니까~' 출산에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 더구나 둘째는 다들 수월했다는 주변의 얘기에 마음을 놓았던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출산은 기나긴 육아에 비하면 찰나다. 뼈가 끊어지고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이 떠오르긴 했지만, "두 아이 육아는 한 아이를 키우는 컷보다 두 배가 아닌 네 배가 힘들다"는 애둘맘 엄마들의 육아 경험담이 훨씬 무서웠다.


둘째는 또 일찍 나온다지 않나. 첫째가 세 돌이 지나면서 이제야 겨우 찾은듯한 천국이 둘째 출산과 동시에 사라지는 건가 싶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둘째는 사랑 그 자체'이고 둘째를 만나고픈 설렘도 컸지만, 둘째를 품에 안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도 참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둘째 출산 예정일 전에 5월 황금연휴도 있어 이 연휴를 알차게 보낼 이런저런 스케줄을 꽉 잡아둔 상태였다.


그러나.

역시는 역시.


계획대로 다 된다면 그것이 어찌 인생이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황금 연휴 첫 시작인 5월 5일 어린이날 새벽 4시 30분, 기상과 동시에 황금 계획은 내것이 아니게 됐다.


그날도 어김없이 유튜브 새벽 라이브 '5am모닝레시피' 방송 준비를 하려는데 어쩐지 배가 싸르르하니 아프다. 32주쯤부터 지독한 변비에 시달리고 있어서 잠결에 배가 아픈 건가, 그러기엔 생리통 같은 느낌도 있고, 일단 소변을 보고 일어나는데 헉.! 웬 피가.!! 이슬이었다.


이슬이 비친다고 해서 곧바로 출산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아는(?) 경산모의 여유랄까.. 일단 5시 방송 시간에 맞춰 라이브를 시작했다. 그러나 집중이 안되고 긴장만 되는 것도 사실. 라이브 도중 양해를 구하고 분만실로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했다. 


"일단 와보라"는 당직쌤. 


"여러분~ 저 일단 병원 가볼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설렘 반, 긴장 반으로 방송 도중 병원으로 떠났다.


사전 검사와 이것저것을 체크한 다음, 이미 39주가 넘었고 태아가 3.7kg으로 큰 상태라 의사 선생님은 "입원해서 낳자"는 결정을 내리셨다. 그렇게 어린이날 둘째 쑥쑥이를 만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오전 8시 전에 3대 굴욕이라는 제모와 관장, 첫번째 내진을 마쳤다.


"경산모라 수월할 거예요. 오전 중엔 나올 것 같은데?!" 


분만실로 들어오는 의사 선생님, 간호사 쌤마다 그렇게 얘기해주셨다. 나 역시 조금은 자신감이 있었다. 출산 전까지도 운동도 꾸준히 했고 어쨌든 한 번 경험이 있으니까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정오 무렵 자궁문이 이미 8cm가 열렸고 힘을 죽어라 열심히 주는데도, 아이가 잘 나오지 못했다. 무통 때문에 힘을 잘 못주나 싶어서 무통주사를 넣는 것도 줄여서, 진통은 또 진통대로 겪고 있었다.


"둘째가 좀 크네요"


첫째는 딸이었고 2.92kg으로 나왔다. 보통 둘째가 수월하다고 얘기하는 건, 첫째가 둘째보다 클 때였다. 나는 예외였다. 게다가 속골반까지 좁았다.


그렇게 또다시 힘주기가 반복됐고, 될 듯 될 듯 되지 않는 밀어내기(?)에 과호흡이 오기 시작했다. 힘주며 밀어내는 동안엔 숨을 참을 수밖에 없는데 이걸 반복하다 보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던 듯했다. 호흡이 딸렸고 열도 났다. 선생님이 황급히 산소호흡기를 씌웠다. 아이가 그래도 많이 내려온 상태라 다시 또 연달아 진행했지만, 결국 나는 더 힘을 주지 못했고, 죽어라 용쓴 탓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도가 넘자, 일단 올 스톱됐다. 아이스팩을 내 몸 구석구석에 끼웠고 열이 빨리 내려가기만을 기다렸다. 산모가 숨을 못 쉬면 아이에게도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또 산모가 고열이 나면 아이도 위험해진다. 그렇게 잠시 안정을 취했다가 다시 시작된 밀어내기!!! 그 이후로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 40분 쑥쑥이를 힘겹게 만났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를 만난 감격도 컸지만, 아 진짜.. 죽다가 살아난, 정말 낭떠러지에서 지푸라기 잡으며 간신히 올라온 기분이랄까

쑥쑥이를 만났어요 ㅠㅡㅠ


하늘이 노래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둘째는 쉽다더니, 둘째도 힘들 수 있다는 얘기는 아무도 안 해준 거냐" 푸념과 함께 그대로 실신한 듯 잠들었다.


출산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후 7시 30분쯤 신랑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신랑은 첫째 케어로 귀가.. 병원에 보호자 없이 혼자 있던 산모) 쑥쑥이가 호흡이 딸려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때는 정확한 원인을 몰랐지만, 출산 사흘이 지난 오늘, 그간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쑥쑥이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면서 양수를 먹게 됐고, 그 바람에 폐가 젖었다는 것. 폐를 펴고 말려야 해서 코에 호흡기 같은 것을 꽂아 폐로 바람을 넣는 작업을 해야 했다. 호흡이 가쁜 탓에 젖병을 물 수도 없어 입 속에 관을 넣어 포도당을 주입하는 식으로 영양을 보충해줘야 하기 때문에 인큐베이터에서 집중치료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마인 내가 고열이 났던 탓에, 신생아 집중치료실 면회가 불가능했다. 내가 열이 난 이유가 코로나 감염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닌 것을 의료진은 모두 알지만, 워낙 생사가 오가는 아가들이 많은 곳이기에 어쩔 수 없는 규정이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에나 겨우 쑥쑥이를 볼 수 있었고, 쑥쑥이는 병원에 둔 채 엄마 먼저 퇴원해야 했다.


그래도 우리 쑥쑥이는 정말 씩씩했다.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모든 걸 잘 견뎌내고 이겨내고 있었다. 퇴원하는 날, 쑥쑥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돼 코에 꽂은 호흡기도 떼고 젖병 수유도 시작했다는 것이다. 분유도 굉장히 잘 먹었고 3일 동안 0.3kg이 증가했다고 병원에서 알려줬다.

코에 꽂은 것도 뺐고 곧 퇴원할 수 있대여

의사쌤이 "엄마가 자기 낳느라 고생했다고 조리원에서 먼저 좀 쉬고 있으라고 이렇게 한 것 같다, 효자다"라며 위로해주셨다. 조리원 가본 엄마들이라면 알겠지만, 조리원이 몸조리를 하긴 하는데 어째 쉴 틈이 없다. 아이는 이쁜데 육아는 힘든 것만큼이나 신비한(?) 아이러니다.


병원에서는 "저희가 연락을 안 드릴수록 아이가 잘 있다는 얘기"라며 안심하고 쉬고 있으라고 전해주셨고, 그렇게 조리원에 아이 없이 입소한 첫날, 옆방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경산이 초산보다 쉽다고 하지만, 세상에 쉬운 출산은 없다. 떨리지 않는 시험이 없듯 출산은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일이다. 그러니 경산모여도 더 열심히 출산을 준비하고 몸을 챙겼으면 좋겠다. 엄마가 행복해야 행복한 육아도 가능할 테니까.






용쓴 흔적이 온몸 곳곳에 남아있다. 회음부는 띵띵 부어올랐고 앉을 때마다 '악'소리가 난다. 이제 젖까지 돌면서 젖몸살의 공포까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육아에 대한 공포만큼이나 클까.


첫째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출산만 걱정한다. 아직 낳아서 키워보지 않았으니까. 둘째를 낳는 산모의 마음가짐은 좀 다른 듯하다. 조리원 천국에서 나오는 순간, 육아 전쟁이 시작될 것을 알고 있다.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기에.


알면서도 기꺼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해냈다. 이제부터는 모유수유도 해야 하고, 갓 태어난 둘째뿐만 아니라 여전히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첫째 아이도 챙겨야 한다. 첫째가 속상해하지 않게 항상 첫째부터 챙겨줘야지 다짐하고 있지만, 사지만 파닥거리며 울어대는 둘째를 제쳐두고 마음먹은 대로 잘 될까 싶다. 첫째는 또 그런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낄 테고, 엄마 몰래 동생을 꼬집기도 하겠지. 첫째 때도 육아 문제로 신랑과 그렇게 싸웠는데, 둘째는 또 어떨까. "낳아주기만 하면 내가 첫째 둘째 다 케어할게" 자신 있게 말했던 신랑이지만, 말처럼 쉽다면 왜 많은 부부들이 육아 문제로 싸우겠는가.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둘에서 셋, 셋에서 넷으로. 부부가 함께 그렸던 '우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며 손잡고 그린 그림이다. 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뭘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그만큼 두 아이가 주는 기쁨도 뭘 상상해도 그 이상이라는 육아 선배들의 희망찬 조언만 걸러들으면서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성큼성큼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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