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김연지 May 22. 2018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폭풍입덧 시작

디스크맘 임신 6주차 '위기'…계속된 토덧에 예민해지고 허리는 아프고


https://www.youtube.com/watch?v=jHthQDTPe1U&feature=youtu.be


소주와 와인을 섞어마신 다음날 숙취,

"입덧이 이런 거구나.."


임신 5주차부터 슬슬 입덧이 시작될 거라고 하셨지만,

속이 조금 미식미식할뿐, 이때까지만해도 견딜 만했다.

속이 니글거리니 그저 매운 음식이나 냉면!이 당기곤 했다.


뭐, 이정도면 견딜만 하겠는데?! 


입덧이 시작되니

드라마에서 임신한 아내가 "여보~ 나 00먹고 싶어~"하면

남편은 밤중에도 나가서 뭘 사오곤 했던 그런 장면들이 떠올랐다.


원래 야식은 즐기지 않는터라 이렇게까진 안했지만,

늘 오늘 저녁은 뭐먹지? 내일은 뭐먹지? 

그저 먹방 찍을 생각으로 한껏 부풀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6주하고 며칠 좀 지나더니 갑자기,

미식미식 거리던게 우욱~ 하고 올라온다.


설마 토까지 할까..그러면서도 영 기분이 심상치 않아

변기 뚜껑을 열고 머리를 숙이는 순간,


조금의 주저도 없이

먹었던 음식들을 도로 확인하고 말았다..


노란 음식을 먹으면 노란 것을

빨간 음식을 먹으면 빨간 걸 토했다..



문제는..

토가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먹은 음식들을 모두 게워낼 때까지 아주 작정을 했는지,

일단 한번 시작하면 2~3번은 기본이고


많이 하면 한 끼에 대여섯번도 해댔다.

더이상 음식물이 없어 위액이 나올 때까지 

게워내고 게워냈다.


더 힘든 것은

입덧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로

물 한 모금 마시기조차 힘들어졌는데,


이게 물은 안마시고 음식에 있는 수분 정도로만 들어간 상태에서 토를 하니까

꾸덕꾸덕해진 음식물들이 위로 제대로 올라오지도 못한채

우웩 우웩 할때마다 위에서 식도 사이 중간중간에 턱 턱 걸려서..


아무리 구역질을 해도, 기침을 해도 

중턱에서 걸린 토사물들이 쉽사리 올라오질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물과 함께 삼켜보려했지만

그렇다고 내려가지도 않았다.

토사물이 낀 채 가슴만 치며 억지로 눈을 붙여봤지만

잠도 들질 않았다.


매운 음식이 당겨 김치전에 김치 만두를 먹었던 날은 

정말이지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날도 변기에 머리를 박고선

우웩우웩 연신 구역질을 해대도

꾸덕꾸덕 덩이진 김치토사물들이 중간에 걸쳐서

시원하게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김치의 매운 기운이 목과 얼굴로 다 쏠리는데

토사물은 올라오질 않아 중간에 막히고

조금이라도 더 토해내려고 기침을 해대는데

얼마나 억지 기침을 해댔는지 목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ㅠ


그렇게 겨우겨우 한 절반은 그래도 토해냈고

나머지는 또 식도와 위 사이에 걸린채 화장실을 나왔는데

물을 마셔도 김치맛이 나고 침만 마셔도 김치맛이 났다.


눈과 코와 귀가 매워서 너무 쓰라렸고,

아무리 삼켜보려 물을 마셔도 올라오는 김치맛과 김치내음에

또 토할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잠드는 게 상책이겠거니,

아픈 속을 부여잡고

피케티..였나 암튼 두껍고 재미없는 책을 골라 침대에 누워

최대한 빨리 잠들려 노력했다.


그렇게 겨우 잠은 들었지만,

아침이 밝아도 속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중간에 걸린 김치토사물은 하루 온종일 나를 괴롭혔고

다신 김치를 먹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눈앞에 김치를 또 외면 못하고

그 이후로 몇번 이처럼 바보같은 행동을 몇번 반복하고 말았다..


계속된 토덧에 신경은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고

한번은 신랑이랑 얘기하다  (정확히 뭐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신랑이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대답을 했다.


뭐때문인지 기억이 안나는 것보면

엄청 사소한 거였을텐데..


호르몬과 토덧 증후군으로 예민지수가 급상승했던터라 결국 나는 '대삐침'을 선포했고

그때부터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싸운 다음날은 튼튼이 심장소리 들으러 가는 날이어서

함께 병원을 가게 됐고


엄마의 격한 토덧에도 잘 있는 튼튼이를 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이어진 구토..

변기와의 싸움이 시작되자

신랑은 후다닥 달려와 내 등을 두드려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풀렸다.


마음은 풀어졌지만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허리가ㅠ 아프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인채 기침과 구역질은 연신 해대는데다..

게워낼 때마다

수월한 토?를 도우려 신랑이 등을 두드려주는데

아무래도 허리에 무리가 간 듯 했다.


하..


"누가 애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했는가.."


만약 정말. 이 때가 가장 행복한 거라면

도대체 낳고난 다음엔 어떻단 말인가...


서운함과 서러움, 두려움, 공포가 밀려왔다.


입덧이 보통은 13~14주까지 계속되고 

사람에 따라 출산 전까지 한다는 사람도 있다는데;;;;;



시간이 해결해주기만 바랄 뿐이다..

얼른 입덧이 폭풍같이 왔지만 폭풍처럼 재빨리 지나갔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단톡방에 대한 단상 - 연결과 소통의 모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