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인의 호구상 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가인처럼 생기지도 않았으면서
세상 호구, 여기 있었다고.
남편이 연정훈도 아니면서.
물론 나는 한가인도 아니고
더구나 우리 부부는 이들 부부와는 전혀 다른 관상을 지니고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풀이'부분이다.
그냥 나는 퍼주고, 책임감만 있고, 계산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사소한 건데도 자꾸 생각이 머문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한참을 도와준 시간,
내가 먼저 연락하고 챙겨온 선의.
바라고 한 건 아니었다.
조건을 걸고 도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뭐 어때’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헛헛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내 마음 속 계산기가 꺼지지 않는다.
이제는 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이런 마음 품는 내가 쪼잔한 걸까?’
‘그냥 넘기면 될 텐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일까?’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손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 정성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에 돈을 썼다.
돈은 어쩌면 이에 대한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이제는 마치 내 수고가 당연하다는 듯 툭툭 건너뛴다.
돈이 없다면서, 다른 일에는 펑펑 쓰는 걸 보면 이게 뭔가 싶다.
베풀고 잊으라곤 하지만, 계산기가 자꾸만 꺼내진다.
'고맙다'는 그 짧은 말 한마디에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고,
관계를 대하는 격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답게'와 '나 좋게'를 구분하려고 한다.
이제는 내가 기꺼이 내고 싶은 곳에만 쓰려고 한다.
고마움을 아는 사람, 관계의 균형을 지키는 사람,
더 이상 기대의 눈빛에 휘둘리지 않고,
정 때문에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애써 웃는 표정을 조금 내려놓기로 한다.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해주며 살아갈 것이다.
도움을 아끼지 않고, 내 사람에게 마음을 쓸 것이다.
하지만, 내 진심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에겐
이제 조용히 거리를 둘 것이다.
나의 돈도, 나의 마음도, 내 시간도, 소중한 나의 자산이니까.
남편이 나의 자산을 관리하기로 한 건도 정말 잘한 것 같아다.
내 운이 지금부터 트인다고 하니, 정말 내 사람들한테만 살뜰히 쓸테다.
호구 방지 AI라도 만들어야 하나..
질문)
호구가 아닌 관계에 있어 똑부러진 분들은
인연을 맺고 이어가는 데 있어 어떤 기준이나 특별한 느낌 같은 게 있나요?
있다면 제게 훈수 좀 둬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