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
만 스물여덟.
직장 4년 차.
결혼 2년 차에.
주저앉았다.
한창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취재하고
살림의 재미(?).. 보다는 노하우를 익히면서 살아가야 했던 때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는 의미였을까.
이 길은 네 길이 아니란 하나님의 뜻이었을까.
젊고 생기발랄했던 나는
늙고 녹슬어버린 노인처럼
허리가 굽어졌고 목이 돌아가지 않았다
단 하루도 쉼 없이 지나간,
한 달 간의 세월호 취재 뒤
극심한 통증을 참다 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몹시 익숙하지만
내 나이에는 몹시 어울리지 않은
단어를 듣게 됐다.
디스크.
전문용어로 추간판 탈출증.
목과 허리 둘 다.
그것도 허리는 디스크가 터져 흘러내린 상태였다.
사진을 본 의사는 사고 난 적이 있냐고 물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걷기조차 힘들었을 텐데?
"..."
(네, 힘들었어요 많이 아팠고요,
근데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여기자'의 위치는 그렇다.
아프면 그저 나약한, '여자'여서 아픈 것이다.
女기자이기 전에..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세상의 모든 편견과 싸워야 하는 숙명이 있다..
(여기자의 고충은 간간이 쓰려한다..
얘기가 샜네.. 여하튼...)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무섭.."
그러자 시술을 권했다.
그래.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 순 없잖아?
날짜를 잡았다. 연차도 냈다.
"병은 알려야 한다"고
주워들은 말은 있어서
또 여기저기 알렸다.
시술 날짜는 다가왔고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모두 다 뜯어말렸다.
시술 주사에는
'마법의 약'이라 불리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데..
이는 정말 거짓말처럼 기적처럼
통증을 없애준다고 정평이 나있다
문제는
시술이든 수술이든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잊게 해 준다"는 것이다.
시술이나 수술 뒤에 생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공주처럼 남이 차려주는 밥 먹으면서
우아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디스크 재발은 시간 문제라는 것.
더구나 한창 치열하고 뜨겁게(현실적 인말로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30대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평소처럼 또 살다 보면
금방 재발한단다.
결국 일단 한 번 시술한 사람은
재발시,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하고
수술한 사람은 계속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주사든 칼이든 대고 나면 자연 치유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허리가 분질러지지 않은 한
수술보다는 자연치유의 힘을 믿으라는 것이
디스크를 겪은 사람들의 얘기였다.
의사도 강조했다.
시술이나 수술을 하더라도
본인이 평소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거나
운동을 통해 주변 근육을 키우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고.
의사는 신이 아니다.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다.
통증을 잊게 해줄 수는 있어도
이미 아파서 온 환자를
아프기 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릴 수는 없다.
결국 운동과 습관이 답이다.
그것도 꾸준한.
그렇게 나는 극복해나가고 있다.
조직 내 일개 부품인 나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품일지라도
디스크도 그 어떤 것도 내 행복을 막을 수 없다.
몸과 마음만 건강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