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를 가장 '사랑'하는 법
시술하면 보통 사흘 뒤부터,
수술하면 2주 뒤부터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시술. 수술법과 환자에 따라 차이는 있다)
그리고 실비 보험을 들었다면
시술. 수술비용은 비싸지만 돌려받을 수는 있다.
고민이었다.
효과 빠른 시술 혹은 수술을 하고
일을 바로 할 것인지,
좀 더디더라도 근본적인 치료를 하고
이를 위해 휴직을 해야 할지..
입사 이후 사회부 사건팀만 줄곧 했던 나는
다른 동기들처럼 법조팀, 정당팀도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인사에서
늘 배제됐던 나였다.
겉으로 너무 씩씩해 보였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사건팀 2 연차 때 당시 사내커플이던 나는
3년 선배인 지금의 신랑에게
일이 너무 힘들다고 투정 부렸다가
"천년 만년 사스마리 할 것도 아닌데
그게 뭐가 힘들다고 징징대느냐"
는 호통을 들었다. 그 말이 저주가 돼 돌아온 걸까.
아프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사건팀에 있었을 것이다.
(복직을 앞두고 회사에 갔을 때
아무도 사건팀에 오지 않으려 하니까
나는 복직하면 또다시 사건팀에 가야만 한다고 했다.)
여하튼, 휴직을 하게 되면
나는 또 인사에서 배제될 것이고,,
경력 쌓는 것 또한 물 건너 간다.
...
그래..
"단기간에 치료 끝내서 다음 인사 때는 꼭 법조팀 보내 달라해야지"
그러나.. 어른들은 생각이 달랐다.
어른은 괜히 어른이 아니었다. 머리는 경험을, 지식은 지혜를 이기지 못한다.
(나는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욕심만 많은 철부지 어린애였다..)
"그러다 또 망가지면? 수술하려고"
"일은 또 할 수 있지만
건강 망가지면 일도 못 한다 "
"수술하더라도 제대로 몸 관리 못한다면 100% 재발이라는데?"
맞다. 수술에 대한 공포보다
사실, 수술 뒤 관리에 대한 불확신과 두려움이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잦은 술자리에, 걸핏하면 돌아오는 야근,
불규칙한 식사와 밤낮의 바뀜, 수면과 운동 부족..
더구나 어딜 가나 막내는 괴롭다.
작년에 나는 입사 4년 차였지만 후배라곤 달랑 둘.
막내였다. 언제든 어디서든 굴러야 하는..
그래서 후자를 택했다.
장기간의 근본적인 치료.
바로 운동이다.
(물론 한동안 물리치료와 한약, 추나 등의 한방치료도 병행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내 몸속의 자연 치유력을 믿기로 했다.
그래도 만 28년을 큰 병 없이, 감기도 잘 안 걸리고,
아주 건강하고 생기발랄하고 씩씩하게 살아온 나였으니까.
허리를 펴고 정면을 보고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땅에서 물에서.
욕심은 바닥에, 물 속에 내려놨다.
처음에는 물 압력 때문에 10분도 걷기 힘들었다.
(사실 압력보단 그저 걷는 게 지겨웠다.
옆에 사람들은 멋있게 신나게 수영하는데,
괜히 그 사람들 방해하는 것 같고..
차라리 수영을 하면 했지..)
그렇게 10분, 20분, 30분..
걷는 시간을 늘렸고..
35분 걸으면 5분 수영하면서
자유형, 배영도 병행했다.
40분 수영만 해도 허리에 무리가 없을 때부터
재활 PT를 시작했다.
벽과 등 사이에 짐볼을 끼고
스쿼드 1cm.
가장 먼저 시작한 운동이었다.
플랭크 10초, 런지 5개..
플랭크 15초, 런지 10개..
조금씩 조금씩, 갯수를 늘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시술과 수술을 무조건 막던 주위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더딘 회복에 지겹고 짜증 나고 괴로웠지만
그 기간을 잘 견뎌준 내 몸에게도 정말 고맙다.
이제 운동은 습관이 됐다.
아무리 피곤하고 술을 먹고 들어와도
단 10분이라도 반드시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놀러 갈 때도, 시댁 갈 때도 반드시 트레이닝복을 챙겨간다.
운동을 안 하고 자면
마치 볼일을 본 뒤 안 닦고 나온 기분이랄까.
운동을 해야만 편히 잠들 수 있다.
그렇게 나는 극복해가고 있다.
이렇게 나는 또 행복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