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오행]에 실린 글입니다._예민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시간은 어떻게 가는지… 게으름병이 도져 또 한참을 쉬었다.
예민의 음악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1집, 2집 말고도 이후에 발표된 앨범들도 나는 참 좋아했다. 작년까지도 꽤 자주 들었었는데 예민 음악 앨범 전곡을 넣어둔 USB는 어디로 갔지? 1년쯤 잊고 있었다.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는 가사와 리듬 모두 좋지만 나는 전주 부분의 피아노 리듬이 좋았다. 예쁜 음악을 만들어 두고 재야(!)에 숨어버린 예민 아저씨의 안부도 궁금하고,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곡이라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나는 이제 막 바이엘을 마친 수준이라 사실 음표가 조금만 많아지고 반음 표시가 있어도 금세 더듬는다. 음표 읽고 계산하고 손가락이 움직이는 데에 몇 초씩은 걸린다. 이 악보도 마찬가지였다. 전주 부분, 그리고 중간에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부분이 조금 어려웠다. 그런데 이 두 부분은 내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부분이라는 것은 아이러니, 또는 내게 닥친 딜레마.
두 번째 시간, 레슨을 해 주시던 선생님이 내가 전주 부분을 어려워하자 가사 들어가는 부분부터 연습해 와도 좋다고 한발 뒤로 물러서 주셨다. 언젠가는 앞부분도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은 전곡을 한 번쯤 배워두고 싶어서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그리하여 나의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는 내가 가장 듣기 좋아한 전주 부분을 빼고 연습하고 있다. 앙꼬가 빠진 풀빵 같은 느낌, 억지로 진도는 나갔지만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체를 한번 연습해보고 어떻게 연주하면 되는지를 배웠는데도 재미가 없었다. 나는 갑자기 이 노래에 흥미를 잃어 버렸다. 듣는 음악과 직접 연주해 보는 음악 사이에 간극이 이렇게나 컸단 말인가. 지금 내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난이도였나 보다. 아는 음악인데도, 피아노로 직접 연주해 보려니 쉽지 않은 이 상황. 그래서 말보다 실천, 계획보다 실행, 이론보다 연습, 자격증보다 경력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우선, 한동안 쉬어있던 몸과 마음부터 차분히 추스르자. 시간이 필요한 일에는 반드시 그만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있어야 하는 법, 참고 꾸준히 버텨야 하는 일에는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되는 법.
그래, 한참 쉬었으니 처음의 마음으로.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앞부분에서 나는 계속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 곡의 느낌이 살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레슨은 이미 끝나 버렸다. 이제 혼자 연습해야 한다.
혼자인 조용한 시간, 싫어도 한 번만 해보자 마음먹고 악보를 폈다. 리듬이 바뀌고 다시 반복되는 부분에 선생님이 연필로 남겨준 메모가 남아 있다.
“쉬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그러고 보니 오늘은 10월 첫날이네.
2021 / [캐논까지 느릿느릿]/[계절의 오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