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의 과학 (3) - 세포 증식과 불멸화, 셀 뱅킹
* 이 글은 Good Food Institute의 아티클 Deep dive : Cultivated meat cell lines를 국문 번역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세포주 선발 이후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은 두 단계로 나뉜다 : 증식과 분화. 증식 단계에서 줄기세포는 많은 수의 세포를 만들며 반복적으로 분열하다가,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져 지지체(scaffold)나 배양액 구성이 변하면 성숙 세포로 분화한다.
많은 수의 세포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본질적으로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횟수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 하는데, 복제 과정에서 염색체 말단 부분에 필연적으로 결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다. 보통 인간 세포의 경우 체외에서 30-50회 분열하고 나면 노화 단계에 진입하고 분열을 멈춘다. 따라서 하나의 초기 세포 그룹에서 얻은 잠재 세포의 숫자는 생물학적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어떤 세포들은 헤이플릭 한계를 지나쳐 불멸 세포가 되기도 한다. 만능줄기세포는 부분적으로 후생적 변화(Hochedlinger and Jaenisch 2015)와 텔로머레이즈(telomerase: 염색체의 양쪽 끝에 말단 소립을 부착해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의 상향 조절(up-regulation)(Y. Huang et al. 2014)에 의해 불멸 세포가 된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만능줄기세포가 초기 단계에 유용하다.
몇몇 성체 줄기세포는 텔로머레이즈 발현을 유지하지만(Hiyama and Hiyama 2007), 이것만으로 불멸을 얻기는 불충분하다. 하나의 대안은 정상적인 세포 검문소를 우회하기 위해 체외에서 충분한 수의 돌연변이를 축적해 자연 발생적인 불멸화를 이루는 것이다. 연구에 쓰이는 많은 세포주는 자연발생적으로 불멸화된 세포주에서 얻지만, 변이 가능성이 세포의 생리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어 세포주의 유용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종 혹은 세포 종류에 따른 생물학적인 차이는 자연발생적인 불멸화나 세포 형질전환(cell transformation)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컨대 암세포 형질전환에 저항력이 센 벌거숭이 두더지쥐(naked mole rat)는 접촉 저지(contact inhibition: 정상 동물세포가 상호 간 밀접해 있을 때 볼 수 있는 세포분열의 억제)에 매우 민감하고(Seluanov et al. 2009), iPSC 리프로그래밍에 저항력이 있다(Tan et al. 2017). 텔로머레이즈 발현을 높게 유지하는 랍스터나 어류(Klapper et al. 1998; Gomes, Shay, and Wright 2010)는 형질전환을 하기 쉬울 것이고, p53 종양억제 유전자를 여럿 갖고 있는 코끼리(Sulak et al. 2016)는 형질전환이 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체내의 텔로머레이즈 발현 정도와 체외에서 관측된 정도가 반드시 연관된 것은 아니다(Venkatesan and Price 1998). 이와 같은 특유한 동물 특성들은 현재 알려진 것이든 아니든 간에 배양육 생산에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외부에서 추가된 유전자나 바이러스 단백질의 과발현에 의해 타게팅된 불멸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불멸화되지 않은 줄기세포의 증식률을 높이거나 증식능력을 유지하는 추가적인 방법도 있다. 예컨대 근아세포에서는 소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 compounds)을 사용하면 증식 진로의 타게팅(Bar-Nur et al. 2018)이나 특정 단백질의 억제(Tierney et al. 2014, Ding et al. 2018, Judson et al. 2018)를 통해 증식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계속 연구되고 있으며, 유전 공학 방법론이 쓰일 수도 있다. 여러 개의 세포주나 복제 세포주를 보유한 기업은 노동집약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증식률이나 분화 가능성 등 뒷단의 특성을 최적화하는 세포주를 고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바이오프로세스에서 재생 가능하고 안정적인 세포주는 매우 중요하다. 배양육 대량생산에는 매우 많은 세포군 분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개체수가 적은 집단 내에서 어떤 형질이 적응과는 관계없이 보편화되거나 소실되는 일)과 세포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는 뒷단의 가공과정과 최종 제품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세포가 분열과 DNA 복제를 반복함에 따라, 유전적 변이의 가능성도 증가한다. 이러한 변이가 가공 과정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유전적 안정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
유전적 부동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세포는 초기에 확장되고, 엄격한 퀄리티 컨트롤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며, 마스터 셀 뱅크로 저온 보관되어야 한다. 마스터 뱅크 안의 개별 병들은 이후 연속적으로 계대배양되어 실제 사용하는 세포 뱅크를 생산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 바이오의학 분야에서 백신을 생산할 때 유사한 전략을 쓰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의 여러 세포 종류에 최적화된 저온보관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산업동물종의 세포주가 많지 않아, 학계와 산업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세포주 생성 및 뱅킹이 필요하다. 다양한 동물종의 많은 세포주를 확보하는 것이 배양육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연구에 제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멸종위기 동물 보존과 관련한 세포주와 조직 보관과 같이 바이오 저장소를 세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