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의 과학 (4) - 배양액
* 이 글은 Good Food Institute의 아티클 The Science of Cultivated Meat을 국문 번역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배양액(cell culture media)은 세포가 체외에서 자라는 데에 필요한 영양분과 성장인자를 가지는 액체다. 배양액은 가까운 미래의 배양육 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배양육의 가격이 높은 가장 주된 이유는 배양액 생산 비용인데, 배양액을 훨씬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조법 최적화와 동물성이 배제된 성분, 재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배양액은 특정 세포나 종 타입에 맞춰진 두 가지 성분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그룹은 '기본 배지(basal media)’라 불리는데 필수적인 영양분을 공급한다. 일반적으로 포도당, 무기염, 수용성 비타민, 아미노산이 포함된 완충액으로 구성된다. 두 번째는 세포의 장기적인 유지와 증식, 분화를 가능케 하는 특정 첨가물들이다. 보통 재조합 단백질, 성장인자, 성장호르몬, 산화방지제와 지방질(lipids)과 같은 성분들이다.
1950년대부터 세포배양에 쓰인 기본 배지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여기에는 대부분 소태아혈청(fetal bovine serum: FBS)이 쓰였다. 동물 혈청이 쓰이는 것은 배양육이라는 아이디어가 가진 윤리적인 함의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나 식품 안전 측면에서도 큰 제약 요소가 된다. 다행히 최근 혈청과 같이 동물에서 얻은 첨가물을 쓰지 않기 위한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동물유래 성분이 전혀 없는 배양액을 쓰겠다고 공표했고, 일부는 이미 이 목표를 달성했다.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은 배양육 제품은 소태아혈청을 생산 과정에서 사용했으나, 최종 제품에서는 제거했다. 이 제품의 제조사 Eat Just는 그들의 차세대 상품군은 FBS를 쓰지 않고 완전히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제조될 것이라 말했다.
배양육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단순히 배양액에서 동물성 성분을 안 쓰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그것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찾고,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합리적인 비용의 배양액 제조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배양액 비용 절감 모델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을 이용해 리터당 0.25 달러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 향후에는 의약계에 판매되는 배양액에 비해 99.9%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겉보기에 벅찬 과제 같지만, 이미 획기적인 비용절감을 만들어낸 사례가 있다. Northwestern 대학의 연구팀은 상용화된 배양액보다 97% 저렴한 줄기세포 배양액 구성을 선보였다. 네덜란드의 배양육 선두기업인 Mosa Meat는 2020년 7월 배양액 가격을 88배 낮췄다고 발표했다. XPRIZE Foundation은 동물성분 없는 가장 저렴한 배양액을 개발하는 데에 2백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여러 비용절감 방법들이 산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은 재조합 단백질과 성장인자의 높은 비용이다. 몇몇 B2B 제조사들은 미생물이나 균, 식물을 발현 시스템으로 사용하여 단백질과 성장인자 생산량을 높이고 있다. 식물성 대체재로 단백질과 성장인자를 대체하는 방법을 찾는 기업도 있다.
식품이나 사료 등급의 배양액 구성요소를 수급하여 약품 등급의 성분을 만드는 데 드는 간접비와 운영비를 절감하는 방법도 있다. 세포 생물량(biomass)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도당과 아미노산의 많은 부분이 풍부한 곡물과 쉽게 기를 수 있는 미생물에서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료 등급의 성분을 얻어 공급 사슬을 발달시키기 위해 이미 동물 사료 제조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배양육 업체들도 있다.
현재 많은 배양액 제조사들은 배양육 산업에 기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적절한 자원을 준비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해 특정 배양액 성분의 총량과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양육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동물종과 세포 종류에 최적인 원재료의 출처를 밝히는 것은 아직 어려운 과제다. 제조법 최적화를 통해 기대하는 퍼포먼스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방법이 사용될 수 있지만, 세포 고유의 제조법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오픈 데이터는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에 활용되고 컴퓨터 모델링 실험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계산 알고리즘을 정교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높은 처리량과 미세유체(microfluidic) 역량을 가진 생명과학 기업들은 제조법 발견을 위한 서비스를 빌려줄 수도 있다. 여기에 쓰이는 원재료가 향후 결정될 규제 체제와 환경적인 지속가능성 발자국, 밸류 체인에 포함된 농장과 노동자들에 미치는 사회적인 지속가능성 함의에 어떻게 들어맞을지에 따라 원재료 선별과 생산이 결정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양육의 상업적 성공에 기여할 비용절감과 제조법 최적화를 이루어낼 기회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배양액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것, 폐기물 흐름이나 세포가 만들어낸 대사산물을 다른 가치 있는 물질로 벼환시키는 valorization, 성장인자의 특성이 개선되도록 엔지니어링 하는 것, 배양액 성분이 최종 제품의 영양성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분야의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공의 투자와 학계, 생명과학계, 배양육 산업 관련자들의 솔루션 공동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