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 줄게!"
2023년 7월 21일
우리 딸은 성깔이 어마어마했다. 밖에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 데서나 드러눕고, 울고 불고, 물론 집에서도 울면서 악쓰기 선수였다. 한 번 자지러지면 끝을 보는 아이였던 것이다. 도저히 내 깜냥으로는 감당이 안돼 그 버릇 좀 고쳐 보겠다고 육아 전문가들이 하라는 방법을 해 본 그날 새벽 두 시. 갑자기 잠에서 깨어 나를 보며 눈에 독기를 뿜고 악을 30분 정도 질러댔다. 아랫집에서 아동 학대로 신고하는 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딸은 악쓰기에 무아지경이었다. 딸이 횡단보도에서 드러눕던 그날에는 맞은편 여성이 날 째려보기까지 했으니, 이미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나는 주위의 못마땅한 시선에 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악이란 악은 다 쓰고 난리를 치더니, 가끔은 해맑게 웃는 딸. 뒤로 걷는 오빠를 보며 자신도 뒤로 뒤뚱뒤뚱 걸으며 까르르 웃는 딸. 귀엽다. 솔직히 말하면 귀엽지만 꼴베기 싫었다. 나는 딸이 귀엽다가 꼴베기 싫었다가 귀엽다가 꼴베기 싫었다가 반복. 귀엽, 꼴베기. 귀엽, 꼴베기. 귀엽, 꼴베기.
그렇게 내 속을 썩이던 딸이 지금은 어느 누가 보아도 순하다.
특히 산을 오를 때는 힘들다 투정 없이 산을 즐기며 "볼을 꼬집었을 때 아프면 꿈이 아니고 안 아프면 꿈이야. 악! 아프니깐 꿈이 아니다! 너무 좋은 날이야~"라고 꼭 말하는 우리 딸. (내가 따 준 복분자 산딸기 몇 알에 취했니~ 우리 딸~)
피부가 태양의 열에 녹아내릴 듯한 더위 속에서 딸 손을 잡아끌고 태권도 학원으로 향했다. 딸은 태권도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징징징. 아픈 오빠랑 집에 있겠다고 징징징. 딸의 징징징을 들으며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다가 퍼뜩 유치원에서 학원가는 길, 길가에 까마중이 군데군데 잘 자라고 있는 게 생각났다.
"딸! 까마중 줄게!"
"까마중이 뭐야?"
"따라와 봐~"
딸을 까마중 앞으로 데리고 갔다.
"이거 엄마가 어렸을 때 자주 따먹었던 거야! 여름 최고 간식이었지! 너도 먹어볼래?"
초록 열매들 사이에서 알이 크고 까만 열매만 골라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매만져 손바닥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좋은 것만 고르고 골라 몇 개의 까마중을 딸 손바닥 위에 올려줬다. 딸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까마중을 받아 입안에 쏙 넣었다.
나는 까마중을 처음 먹어 본 딸의 반응을 기다렸고, 딸은 입을 오물오물하다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맛있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까마중이 맛있다니깐!
"맛있지? 더 줄게!"
딸이 맛있다~ 까마중~ 까마중~노래를 부르며 먹고 있을 때, 나는 서둘러서 까맣게 익은 까마중을 열심히 골라냈다.
역시 넌 내 딸. 너도 나처럼 까마중 좋아할 줄 알았어.
하지만 까마중 덕분에 태권도 학원 가는 길이 즐거워진 딸은 나에게 새로운 징징징을 주었다. 태권도 끝나고 까마중 또 따먹자는...
집 가는 방향 아닌데... 날 더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