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남편!"
2023년 10월 29일
남편은 키 180cm, 운동을 잘한다. 그의 몸은 누가 봐도 운동 잘하죠? 묻게 생겼다. 어떤 운동을 해도 태가 난다. 남편의 남동생은 축구선수였다. 시아버지는 젊었을 적 운동을 즐기셨다.
내 키 157cm, 운동을 못한다. 나의 몸은 누가 봐도 백 미터 달리기 22초로 보인다. 정말 22초이긴 하다. 물론 내 친정식구들도 운동에 재능이 없다.
나는 남편의 건장한 몸을 부러워했고, 운동을 잘하는 그를 좋아했다. 아들을 배에 품고 있을 때, 우리 아들은 남편을 닮아 분명 운동을 잘할 것이다 믿었다. 아들을 멋진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아들은 크면 클수록 날 닮은 모습을 보였다. 공을 굴리거나 공을 던지는데 무언가 살짝 애매했다. 축구를 하면 헛발질을 하고, 공을 던지면 공은 멀리 가지 못하고 아들 앞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아빠가 던진 공을 마주하지 못하고 무서워하며 피하기만 했다. 공을 피하는 아들은 분명 나였다.
한창 프로야구로 떠들썩할 때, 야구에 푹 빠진 아들은 야구선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는 말로 들렸다.
“아들! 야구를 하려면 야구를 배우는 학교로 전학 가야 해~ 갈 거야?”
아들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가르쳐주면 되잖아! 아빠한테 배울 거야!”
“야구선수 하겠다며? 아빠한테만 배워선 안 돼”
“싫어. 아빠한테 배울 거야! 아빠 야구 잘하잖아!”
"잘하긴 하지. 하지만 네 아빠가 야구 선수들처럼 야구를 엄청~ 잘했다면 지금 야구선수로 활동하고 있었을 거야!"
아들은 아빠한테만 야구를 배우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야구를 배우기 위해 전학 가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였기에 결국 그 일은 흐지부지 되었다.
한적한 주말 낮 남편과 아들은 모자를 쓰고 야구 배트와 글러브, 말랑한 공을 들고 집 앞 농구장으로 갔다. 한 시간 뒤, 집에 들어온 그들은 땡볕에서 구르고 왔음을 드러내며 헉헉댔다. 남편은 심각한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
“갈길이 멀다. 하지만 천천히 해봐야겠어.”
아들은 주말에만 야구를 하는 것에 불만을 가득 표했다. 평일에도 하고 싶은데, 왜 안 되냐고 떼를 썼다. 평일에는 아빠가 바빠 안 된다 하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갑자기 내 머리 옆 귀여운 전구는 반짝반짝.
“아들! 나랑 하자! 엄마표 공부도 하는데 까짓것 엄마표 야구도 해보자!”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진짜 할 수 있겠어?”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공 던져 주고, 받아 주고 하면 되는 것 아니야? 나도 자기랑 연애할 때 볼 던지고, 글러브로 공 잡는 것 자주 했었잖아!”
아들 하교시간에 맞춰, 공과 글러브를 챙겨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저 멀리 아들이 웃으며 뛰어왔다. 에코백에서 공과 글러브를 꺼내 아들 손에 공을 쥐어주고, 나도 비장하게 글러브를 꼈다.
“네가 던져. 내가 받을게. 우선 던지는 것부터 해보자.”
“응!”
아들이 던진다. 공이 내 쪽으로 오지 않고 아들 뒤로 넘어간다.
“아들! 도대체 어떻게 던지길래 뒤로 넘어가냐! 다시 던져봐.”
아들 던진다. 이번에는 내 옆으로 공이 날아간다.
“아들!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서 던져야 해. 팔만 대충 휘두르면 안 돼!”
아들 또 던진다. 이번에도 내 옆으로 공이 날아간다. 답답했던 나는 아들에게 글러브를 줬다.
“아들! 안 되겠다. 네가 공을 받아. 내가 던질게. 자~ 던진다"
던졌다. 아들이 공을 피해 뒤로 물러선다. 또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글로브로 공을 쳐버린다. 공이 무서우니 공을 잡지 않고 공을 쳐버린 것이다.
“아들!! 공을 잡아야지! 살살 던질게!”
이번에도 공을 피한다.
“아들!!!!!!”
결국 나의 잔소리에 성이 난 아들이 성이 난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안 할래. 집에 가자.”
그날 저녁, 난 남편에게 선언했다.
“자기야, 나 엄마표 야구 포기. 자기가 알아서 가르쳐~.”
그 뒤로도 쭉 주말마다 남편과 아들은 강렬한 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구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야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아들의 뺨은 붉어져 있고 머리카락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눈동자만은 눈부시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들은 그 해 여름과 가을을 야구로 가득 채웠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어느 주말 아침, 남편이 드디어 보여 주겠다고 했다.
“뭘 보여줘?”
“아들 야구하는 것 봐봐. 놀라지나 말어!”
남편과 아들은 농구장 안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섰고 나와 딸은 울타리 밖에서 팔짱을 낀 채 그들을 응시했다. 아들은 아빠의 눈짓에 살짝 들뜬 미소를 지으면서 공을 던졌다. 공은 빠르지만 강하게 남편의 글러브 안으로 팍! 들어갔다. 던지는 아들의 팔은 강한 채찍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남편이 공을 던졌다. 아들이 낀 글러브 속으로 공이 들어가면서 글러브에 공이 착 붙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은 전처럼 공을 피하지 않았고, 빠르게 날아오는 공이 익숙한 것처럼 덤덤한 표정으로 눈 깜박임 없이 공을 받아들였다.
난 박수를 쳤다. 남편에게... 당신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한다.
"멋지다!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