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못 나가."
2023년 2월 27일
어제 걸었으니 오늘은 요가를 꼭 하고 싶었다. 4시간을 내리 걸어 살짝 뻐근해진 근육을 요가로 부드럽게 풀어줘야지.
씻고 나와 화장대 앞에서 스킨로션을 바르고 발에 풋크림을 발랐다. 그리고 양말을 신고 요가복을 입었다. 점퍼까지 입고 거실로 나가려니, 의자를 문 사이에 두고 앉아 발바닥을 문틀에 대고 있는 딸이 보였다.
"딸? 뭐 하는 거야?"
나는 항상 상황판단이 바로바로 되지 않는다. 여기 앉아 티브이 보고 싶었나?
딸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못 나가. 내가 막은 거야."
"잠깐! 잠깐! 딸! 엄마 젖은 수건 세탁실에 내놔야 해! 얼른 다리 치워!"
힘으로 버티는 딸 다리를 내 다리로 밀어 내 겨우 빠져나왔다. 세탁기 안에 수건을 던져 놓고 선반 위에 놓인 마스크를 쓰고 몸을 돌리니, 이번에는 작은 복도 사이에서 다리 하나는 한쪽 벽, 두 손은 맞은편 벽을 짚고 길을 막고 있는 딸이 보였다. 최대한 잘 막아보려 애쓰고 있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이 자세는 무리인지 다른 자세로 후다닥 바꾸기까지.
"헙... 딸! 엄마 얼른 갔다 올게. 오빠하고 게임하고 책도 읽고 스누피도 보고 있어. 그렇게 잘 있을 수 있잖아."
"안돼. 못 가!"
몸으로 딸을 밀어 보았다. 오... 버틸 수 있는 딸이다.
"딸내미! 제발! 뭐 먹고 싶어? 킨더조이 알 사 올까? 뭐 필요해?"
"엄마가 필요해!"
딸이 방심한 틈을 타 딸 몸을 살짝 밀어보니 길이 열렸다. 내 옷자락을 급하게 꽉 붙잡는 딸에게 말했다.
"나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이번에는 화장실 문을 막고 있다.
"딸! 이게 뭐야! 나 요가 가고 싶어! 제발! 게임하고 있으면, 엄마 금방 오잖아!"
아들이 날 거들었다.
"그래 동생아! 엄마 금방 오잖아!"
아들의 말도 통하지 않아 에라 모르겠다 딸을 밀고 나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딸이 쭈그리고 앉아 내 다리를 붙잡았다.
결국 딸의 모습에 속상해서 점퍼를 벗어던졌지만, 신경질이 났다. 그래서 퍼부었다.
"너! 나 요가 못 가게 했으니까 너도 태권도 가지 마! 알겠어?"
딸은 살짝 당황하다가 "안가."라고 대답했다.
나는 유치해졌다.
"너! 생일 안 챙겨줄 거야! 케이크도 선물도 없어! 감자탕집도 안 갈 거야! 그래도 좋아?"
딸은 "엉!"이라고 대답했다.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아들침대에 누웠다. 딸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들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내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부글거리는 내 가슴이 빵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아 청소기를 꺼냈다. 거실을 구석구석 미는데, 이놈의 4만 원짜리 충전식 청소기는 먼지를 빨아들이지 못하고 여기 밀면 저기 먼지 보여, 저길 밀면 여기에 또 먼지가 있어, 자꾸 눈에 보이는 먼지가 거슬리니 청소기를 잠시 끄고 매트를 들어 옆으로 치우는데, 매트는 왜 이리 무거워, 소파 바닥엔 머리카락이 왜 이리 많아, 무거운 소파를 앞으로 밀어 눈에 보이는 먼지를 빨아들이려 청소기를 다시 켰는데, 위잉~~~ 뚝. 청소기가 멈췄다.
으아아아아아아!!! 왜 그래!! 왜!!! 왜 못 가게 하는데!!!! 어차피 게임하고 티브이 보고 놀 거면서!!! 게임하면 한 시간 후딱 가면서 그 한 시간 내가 얼른 갔다 오면 된데!!!! 아아아아아악!!!!!!!!
오후, 아들이 도복을 입고 있으니 딸이 자기도 태권도 학원에 가고 싶다 말했다.
"안돼! 나 요가원 못 가게 하면서 너도 안 간다 했잖아. 너도 가지 마!"
난 끝까지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