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안 늦었어! 안 늦었다고!"

by 연주

2021년 11월 3일


딸이 왜 나만 샤워시켰냐고 볼멘소리 할 때 딸 손에 있던 스노우볼이 바닥에 떨어졌다. 자자작 깨진 소리와 함께 얇은 유리와 물, 반짝이 가루가 바닥에 흩어졌다. 딸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어억억 울었다. 날 보며 울다가 깨진 스노볼 보며 울다가... 작은 입술이 달달달 떨리기 까지 했다. 표정에서 두려움이 한가득 보였다.


얼마 전 일이다. 아침마다 학교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아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재촉하고 있었다. 동생한테 빨리 옷 입어라, 엄마는 샤워도 하지 말고 밥도 먹지 말아라. 5분 남았다. 4분 남았다. 카운트 다운 하기까지. 한 번도 지각한 적 없고 오히려 학교를 너무 빨리 가 걱정될 정도인데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 저러네. 내가 참고 말지. 참자. 참자. 금방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을 꽉 잡고 딸 옷을 입혀주고 있는데 아들이 내 앞으로 왔다. 얼굴이 완전 울상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얼굴 표정이 왜 그래?"

"..."

"불만 있어? 늦을 것 같아서 그래?"

"엉."

난 그때 폭발했다.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안 늦었어! 안 늦었다고! 시계 봐봐! 몇 시야! 18분이야! 18분! 너 혼자가! 늦을 것 같으면 너 혼자가! 가방매! 빨리! 가! 가! 얼른 집 나가! 나가라고!"


이후 아들은 재촉하는 걸 멈춰 나의 아침은 순탄했다. 하지만 딸은 날 무서워하게 돼 화를 참지 못한 난 죄책감을 갖게 됐다.

이전 16화그땐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