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그때 그 자리다!"
2021년 8월 30일
오랜만에 가족과 아시아문화전당에 갔다. 신나게 즐기고 점심 먹으러 시내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우리가 서 있는 자리 바로 옆 내가 미니유모차 차양막 부러뜨린 내리막 중간지점이 눈앞에 보였다.
"자기야! 여기 그때 그 자리다!"
"너 그 행동! 많이 참았다, 내가!"
딸이 3살 때 어린이집 막 다니기 시작한 상태에서 이사까지 하니 스트레스가 심했나 보다. 시나브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떼쓰고 울고 횡단보도에서 드러눕기까지 했다. 의사 선생님이 신발 벗겼다고 신발도 던졌고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서 30분 동안 악을 질렀다. 육아 전문가들이 써보라던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봐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옥 같았던 그 시기에 그날도 역시 우리 딸은 충장로 롯데리아 바닥에 드러누웠다. 얼마 전 심리치료 상담 선생님의 떼써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라는 말을 들었던지라 무관심이 답일 거라 생각했던 나는 신경 쓰지 않는 척 조용히 콜라를 마셨다. 그러다 딸이 대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억.. 억 숨을 쉬다가 갑자기 악!! 지르던 그때, 직원이 달려와 딸을 안아 올려 내 품에 애를 안겨줬다. 그 순간, 하필 내 눈에 그 엄마가 보였다. 영아를 아기띠를 이용해 안고 있던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애엄마. 그 애엄마는 날 째려보고 있었다. 째려보는 그 눈빛에는 애를 그따위로 키워? 남의 영업장에서 애를 달래던가 해야지 뭐 하는 거야? 제정신 아닌 엄마네? 맘충이네? 문장이 쏟아져 나왔고 내 가슴을 콕콕 찔렀다. 이 눈빛은 얼마 전 병원에서도 받았고 횡단보도 앞에서도 받았다. 애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한심한 엄마에게 보내는 경멸함을 담아 흘기는 그 눈빛. 소리치고 싶었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봤다고! 나도 이것 때문에 미칠 것 같은데, 사정도 잘 알지 못하는 네가 왜 날 째려봐!!!! 딸을 거친 손길로 미니 유모차에 앉힌 후 분노의 유모차 질주를 했다. 정신이 반 나가버린 채 횡단보도를 지나 문화전당 주차장을 향해 유모차를 질질 끌다시피 경사진 내리막으로 내려가다 중간 평평한 공간에서 멈췄다. 악쓰며 울고 있던 딸을 잡아 흔들었다. 왜 그래! 도대체 왜! 왜! 왜! 유모차 차양막도 잡아챘다. 간이 유모차가 가볍게 흔들리고 차양막이 부러졌다. 남편하고 아들이 급하게 뛰어왔다. 남편의 얼굴을 본 나는 씩씩거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딸을 뒤로한 채 걷는 내 손은 심하게 떨렸고 가슴 정 중앙이 바로 터질 듯이 아팠다.
-우리 딸이 벽에 기대앉아 엉엉 울고 있을 때,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악을 지르며 울고 있는 딸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딸 앞으로 걸어갔다. 모든 걸 체념한 듯이 딸 앞에 주저앉아 나도 엉엉 울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마냥 딸과 내가 불쌍했다. 한참을 운 나는 나도 모르게 딸을 내 쪽으로 끌어와 폭 안았다. 딸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폭 안겨 엉엉 울었다. 그러더니 점점 우는 게 잠잠해지고 코를 훌쩍거리더니 눈물이 멈췄다. 우리 딸은 항상 너무 울다 지쳐서 스스로 울음을 멈추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나에게는 딸의 불안한 감정이 드디어 해소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 뒤로 우리 딸이 엥! 울 조짐이 보이면, 폭 안아줬다. 그럴 때마다 내 품에 안긴 딸은 고개를 들고 날 보며 해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