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개운해!!!"

by 연주

2024년 2월 3일


아들이 6살, 딸이 3살 때쯤.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물었다.

"애들한테서 냄새나는데, 오늘 씻겼어?"

그 말에 덤덤하게 대꾸했다

"아니? 이틀 안 씻겼나? 우리 애들 냄새 안 나는데?"

"아니야. 냄새나."

"무슨 소리야. 냄새 안 나."

"좀 씻겨."

"며칠 안 씻어도 암시롱 안 해."


유아기의 우리 애들은 아가냄새를 풍겼고, 특히 우리 딸의 씻지 않은 고소한 냄새를 나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수시로 딸 팔을 잡아 내 코 끝에 대고 킁킁거리며 "아유~니 안 씻은 냄새 너무 좋아."를 남발했다. 그러니 애들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애들 씻기는 게 귀찮기도 했다. 그래서 괜히 3일 정도는 안 씻어도 괜찮다고 너무 자주 씻는 거 안 좋다고 잔소리하지 말라고 오히려 더 큰소리도 냈다. 단지, 요 며칠 애들을 재운 후 애들이 잘 자고 있나 방문을 열고 확인할 때 내 코를 심하게 자극하는 이 방 냄새가 어디서 나는 건지 궁금하긴 했다.


다음날, 애들을 씻기기로 했다.

"아들~씻자~"

아들을 안고 내 오른쪽 발을 변기뚜껑 위에 올렸다. 아들을 눕혀 아들 엉덩이를 기역자가 된 내 다리 허벅지 위에 올리고 왼손으로 아들 뒤통수와 뒷목의 중간을 감쌌다. 이어 오른손을 이용해 세면대 물을 틀어 아들 머리에 물을 묻히고 샴푸로 거품내서 박박 비벼 감겼다. 아들은 행복한 꿈을 꾸는 중인 듯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었다. 머리를 다 감긴 후 샤워기를 이용해 아들 몸 구석구석 거품내서 헹궈내고 수건으로 몸을 닦이고 화장실 밖으로 내보냈다. 아들은 팬티를 입기 위해 달려가면서 외쳤다.

"개운해!!!"

바닥에 놓인 팬티를 향해 콩콩 뛰는 아들 뒷모습은 밀지 않은 때를 빡빡 민 것처럼 진정 개운함을 한껏 풍기고 있었다.

잠시 아들 뒷모습을 바라본 나는 이내 딸을 불렀다.

"... 딸, 너도 씻자."

역시 오른쪽 발을 변기뚜껑 위에 올리고 딸을 눕혀 왼손으로 뒤통수를 감쌌다. 그리고 물을 틀어 머리에 물을 묻히는데, 딸이 눈을 감고 나직이 말했다.

"아~개운해~."

나는 거품을 내면서 딸이 개운함을 더 만끽하게끔 평소보다 머리를 더 박박 비비면서 중얼거렸다.

"워매~ 미안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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