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그만할게"

by 연주

2024년 1월 31일


걷는 것을 게을리하다 보니, 뱃살이 늘고 엉덩이가 거대해졌다. 살 빼야 하는데, 시간을 내서라도 걸어야 할 텐데, 말만 할 뿐 몇 날 며칠을 뭉그적거리다 드디어 오늘 생수 하나 챙겨 아들과 집을 나섰다. 어차피 학원 가야 하니 오늘은 걸어서 가기로 한 것이다. 곧 예전 우리가 살았던 동네의 징검다리를 만났고 엄마! 나 이거 애기 때 건넜던 거 기억나 외치며 아들은 건너기 시작했다.

중간쯤 건넜을 때 맞은편에서 남자 어르신과 뒤이어 젊은 남자애도 징검다리를 밟았다. 아들은 앞의 두 사람을 보고 징검다리 중간을 피해 가장자리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가까워진 어르신이 우리를 지나치며 아들의 어깨를 팍 치게 됐다. 아들은 중심을 잃고 흔들거렸고 뒤에 있던 나는 억! 악을 지르며 아들의 어깨를 잡았다.

아들이 가까스로 물에 빠지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나는 굳이 어깨를 치고 가야 했나 싶어 그 어르신을 쳐다보았다. 사과는 전혀 하지 않고 여전히 징검다리를 건너는 중인 그 어르신은 뒤돌아 보며 아들에게 한마디 하셨다.

"거 네가 가로 가야지 그냥 건너니까 쓰겠냐!"

아들 탓을 하는 그 말에 더 어이없던 나는 계속 우리 쪽으로 살짝 흘끔거리는 어르신을 더 빤히 쳐다보았다.

화가 진정되지 않는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 왜 저분은 내 탓을 해? 사과 안 할 수는 있지만 니 탓은 하지 말아야지. 내가 너 가장자리로 비켜간 거 다 아는데, 내가 뒤에서 다 봤는데."

"엄마! 저 집은 오래됐나? 우리가 몇 년을 살았지?"

"아 진짜 어이없어! 왜 널 치고 가고, 내 탓을 하냐고!"

"엄마? 여기 우리가 여러 번 걸어 다녔겠지?"

"아.. 저 어르신 진짜 왜 그래..."

"엄마! 파란불이다!"

"건너자. 저 어르신 왜 내 탓을 하고.. 악! 진짜 왜 그래!"

"엄마... 괜히 나왔다. 그냥 집에서 게임할걸..."

"응? 뭐라고?"

"괜히 나왔어."

"너 내가 화내서 그래?"

"어, 그냥 집에서 게임이나 할걸."

"나는 너한테 화낸 게 아니잖아! 저 어르신이 내 탓을 해서 그래서 내가 화가 난 거잖아!"

"알아. 알아. 내 잘못이라고 화낸 거 아닌 거 알아. 근데 나는 저 할아버지가 무슨 말했는지 안 들렸어. 그냥 엄마가 화내니까 기분 안 좋아. 괜히 나왔어."

"알았어. 미안... 그만할게..."

불평으로 불어 터져 튀어나온 내 입은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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