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네가 다 풀면 채점할 거야!"

by 연주

2024년 2월 4일


아들은 1학년때부터 수학문제 풀 때 집중을 못했어. 그리고 각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 못 했지. 엄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란 질문을 많이 했어. 그래서 아들 옆에 딱 붙어 아들 수준에 맞춰 설명하려고 노력했어. 이해하도록 쉽게 설명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 또 아들 궁둥이가 자꾸 들썩거리니 아들을 문제집 앞에 잡아둬야 했어. 알아서 하겠지 내버려 두면 아들은 딴생각을 한다거나, 손가락으로 장난을 친다거나, 연필을 입안에 넣고 잘근잘근 씹거나 그런 행동을 하니, 그럼 난 그것에 왜 그러냐 잔소리하고. 문제 푸는 시간은 고작 5분, 잔소리하는 시간 거의 20분 이상이 되어버리니. 아들에게 수학문제 푸는 시간은 지옥에 있는 시간이었을 거야. 잔소리가 들리는 끔찍한 지옥인거지. 해결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어. 이대로 가다가는 아들을 수포자 만들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내가 쓴 방법은 아들이 문제를 풀자마자 바로바로 채점을 매는 거였어. 아들이 한 문제를 풀면. 난 바로 채점. 또 한 문제 풀면 채점. 그렇게 하면 아들도 수학문제 푸는데 집중하게 되더라고. 시간도 오래 끌지 않고 순식간에 한 장 정도는 거뜬했지.


시간이 지나 학년이 오를수록 문제 푸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앉아 있는 모양새도 좋아졌어.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안 하고 있더라고. 그리고 바로바로 채점 매지 않아도 혼자서 잘 풀더라고. 애가 많이 컸구나 안심하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최근 이상했어. 뭐, 애가 나눗셈 때문에 힘들기도 했을 거야. 하지만 애가 넋이 나간 것 같기도 하고 무언의 미묘한 변화가 있었지. 난 그 이유가 게임 때문이라 생각했어. 로블록스인가 뭔가 그 게임에 푹 빠져 있거든. 요놈이 게임에 빠져서 이러는구나 싶어 답을 틀리면 게임생각하느라 이러고 풀었냐?라고 말했어. 실수로 5를 6으로 써서 계산을 하면 게임만 하더니 네 머리가 어떻게 돼버렸네.라고 말했지. 눈치 보면서 게임하는 게 싫어 알아서 조절하게끔 내버려 두었더니 아들이 게임에 미쳤어!라고 남편에게 하소연하기도 했어.


그러다 토요일인 어제,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아들에게 어제 못 푼 나머지 문제들 풀라고 했어. 나는 맞은편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었지. 아들이 탁자에 앉아서 문제집을 쳐다보고는 있는데 5분 뒤 체크해 보니 단 한 문제도 풀지 않았더라고. 우리 아들 요즘 왜 이러는 거야. 내 계획대로라면 이 문제집을 얼른 끝마치고 새 문제집 들어가야 하는데... 내 마음이 너무 급해졌지. 그래서 휴대폰은 옆으로 치워두고 아들 문제 하나하나 읽어주고 같이 풀기 시작했어. 그랬더니 처음에는 수동적인 아들이 나중에는 엄마! 기다려! 설명하지 마! 내가 풀 거야! 적극적으로 행동하더라고. 순식간에 다 풀어버렸어. 한 장 풀라는데도 많다고 징징거린 아들이 두장 반을 금세 다 풀어서 드디어 두 번째 복습 문제집 마무리를 하게 된 거지.

하지만 드디어 끝냈다! 는 가끔은 잠시, 생각에 빠졌어. 무엇이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결국 원인을 알았지. 아들 집중력이 좋아지니 예전에 비해 내가 신경 쓸게 없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해이해져 공부하는 아들 앞에 앉아서 대놓고 휴대폰을 하기 시작했지. 인스타그램 하트 누르고, 유튜브 소리 끄고 보고, 뉴스 검색도 하고, 카톡도 보내고, 과일 맞추기 게임도 하고... 아들이 엄마, 중간채점 매 줘! 부탁하면, 휴대폰에 눈을 고정한 채 대답을 했지. "네가 다 풀면 채점할 거야! 어서 풀어!"


결론: 아들이 게임에 빠진 게 아니라 내가 휴대폰에 빠진 거였음.

이전 15화그땐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