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급하다. 거길 가야한다. 지각하면 안된다.
하지만 그 곳을 가려면 거기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 한다.
엇! 그런데 어딨지? 옷이 어디 간거지?
여기 이 쪽 옷걸이에 쫙 걸려 있어야 하는데?
쭉 보아도 단 한개도 보이지 않는다.
상의와 하의 모조리 실종이다.
여기가 아니면 서랍안에 있나? 없다.서랍안에도 그 옷들은 없다.
세상에, 어쩌나, 없다. 싹 다 사라졌다.
자주 입었던 옷, 자주 입지 않았지만 언젠가 입으려 모셔둔 옷 구별 없이 내 10개월 간의 교복 역할을 했던, 하려 했던,
그 모든 옷들이 사라졌다. 이 많은 옷 사이에서 그 옷들만 도대체 어디에...
그나저나 나 어떡해. 지각하면 안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언니,,, 제가 다 버렸어요. 미안해요. 옷이 너무 너덜너덜해서 못 입게 생겼던데요.
그래서 새언니집 정리하면서 다 버렸어요.
다 버렸다고? 설마, 한 벌 정도는 있겠지?
아니요. 다 버렸어요.
바지는 보풀이 엄청 일어나 있고 티 목 부분은 아래로 늘어져 있고, 옷들이 너무 추잡, 미안해요...
아! 언니! 이 옷 입어요! 이 옷이 더 나아요! 이 옷 입고 가면 되잖아요! 자! 여기 새옷!
줘봐!...........뭐야! 내 짧은 다리에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 바지잖아!
그런데, 왼쪽 허벅지와 골반 사이...여긴 왜 실이 다 풀려서 찢어져 있는거야? 너무 이상한데?
아...이런 옷을 입고 어떻게 가...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새옷이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 바지로 서둘러 갈아 입은 후,
그 곳으로 뛰어 갔다.
그리고 옷 찾는데 시간을 허비한 그녀는 당연히 지각했고,
지각하지 않은 그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푸짐하게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대접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