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지워진다 지우개
숲속 마을 습지에 커다란 몸통에 긴 꼬리, 길게 찢어진 입안 가득 나 있는 무시무시한 이빨, 한번 마주칠 때마다 온몸이 덜덜 떨리는 황금색 눈을 가진 악어 아저씨의 가게가 있습니다.
이렇게 무서운 주인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가게는 예상과는 다르게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거렸죠.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그 이유는 바로… 쉿! 이 악어 아저씨네 가게에는 찾아온 손님들의 어떤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신기한 물건들을 팔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소곤소곤)
그리고 지금 이제 막 문을 연 악어 아저씨네 가게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는 손님이 있습니다.
저 손님은 어떤 고민으로 무슨 물건을 찾는 것일까요?
“악어 아저씨~ ”
어린 얼룩말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 악어 사장님을 부릅니다.
“아, 어서 오렴”
선반뒤에서 물건을 진열 중이던 악어 아저씨가 고개를 내밀며 인사합니다.
악어 아저씨가 카운터로 들어오자 얼룩말은 잠시 머뭇거리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 아저씨... 제 몸에 있는 이 얼룩무늬를 지울 수 있는 물건이 있을까요?”
얼룩말의 말에 악어 아저씨는 놀라 물었죠
“그 멋진 얼룩무늬를 지우고 싶다고?”
“멋지기는요… 눈에 너무 띄는 것도 싫고 흰 바탕에 검은 줄인 지, 검은 바탕에 흰 줄인지도 모르는 이 우스꽝스러운 무늬가 전 싫어요”
얼룩말이 시무룩하게 대답하자, 악어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서랍을 열어 뭉개 구름 모양의 지우개를 내놓았습니다.
“자, 그럼 이 막 지워진다 지우개가 좋겠구나”
악어아저씨의 말에 얼룩말은 조금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막 지워진다 지우개요? 정말 이걸로 제 얼룩무늬를 지울 수 있다고요?”
“그럼~ 흰말이 되고 싶으면 검은 줄무늬를, 검은 말이 되고 싶으면 흰 줄무늬를 지우렴”
악어 아저씨의 말에 얼룩말은 신이 났습니다.
“와 진짜 멋져요 집으로 가자마자 지워 볼래요”
얼룩말은 막 지워진다 지우개를 사들고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고민했죠,
신비롭고 아름다운 하얀색 백마가 될지, 멋지고 힘이 쎄 보이는 검은색 흑마가 될지를요.
한참을 고민하던 얼룩말은 결심한 듯 뭉게구름 모양의 막 지워진다 지우개로 흰색 무늬를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악어 아저씨 말처럼 정말로 깨끗하게 흰색 줄무늬가 지워져 멋진 흑마의 모습이 되었답니다.
거울을 본 얼룩말은 너무 기뻐서 크게 소리치며 친구들을 찾아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