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의 먹이
끙끙대는 아가의 인기척이
엄마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
세상이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는 새벽
아가가 입을 오물거리면
엄마는 마법에 걸린 듯 가슴을 내민다.
제 생명을 지키는 피를 자식에게 빨리며
엄마는 천근 같은 눈을 감는다.
그렇게 엄마의 하루는 태연히 시작되고
그 하루를 먹으며 아가는 조금씩 자란다.
그렇게 엄마의 수많은 하루를 먹으며
아가는 무럭무럭 자란다.
처음으로 엄마가 되어
밤낮으로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기를 반복했던 시절
나의 하루는 온전히 감각되지 않았다.
분명히 존재했으나 촘촘히 구별되지 않았던 시간들이
죽처럼 덩어리 진 채로 서서히 움직였고
나는 꼼짝없이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아기는 본능의 원형이었고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으나
극도로 맹렬했다.
잠시도 참지 못했고
여지가 없었으며
한시도 혼자 있지 못했다.
몸과 정신과 마음을 모두 빼앗긴 채로
나는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런 하루하루가 당연히 찾아왔고
너무나 태연하게 지나갔다.
모유에 대한 집착이 모성에 대한 증거라는 어리석음은
온갖 종류의 젖몸살과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수유를 멈추지 못하게 했고
당연히 나의 하루에서 나는 선명하게 흐려졌다.
문득 머리를 든 순간
창밖으로 보이던 붉은 노을에
어이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비로소 나는 하루가 지나고 있다는 것을 감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나의 하루들이 결국 모유가 되어
내 아기의 먹이가 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