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되는 연습

by 쓱쓱

굳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어색해하지 않고


허락 없이 성큼성큼 들어가도

불쾌해하지 않고


한동안 뜸했다고

서운해하지 않으며


소란스럽게 쿵쾅거려도

나무라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닦달하지 않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뒷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기약 없는 기대 때문에

초초해하지 않는 너.


너처럼 되고 싶다.

진정

너처럼 살고 싶다.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기분이 오락가락할 때마다

무례에 화가 날 때마다

무능에 짜증이 날 때마다

미움에 속이 뒤집힐 때마다

그리움에 가슴이 바스락거릴 때마다

억울함에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슬픔에 몸이 가라앉을 때마다


산에 올랐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올 때 즈음엔


대략

그저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뒷목이 땅기고

허벅지와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리가 뻐근하고

얼굴이 벌겋게 물들다

발바닥이 아파

오만 인상을 쓰다가


그 많던 감정이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멍청한 얼굴이 되어

마침내 도달한 평지가 감사해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산에서 내려올 때마다

어떤 것들이 자연스럽게 밀려들어와

스미고, 끌고, 당기고, 잇고 다시 뿜어내는 과정 속에서

나는 자연의 땀에 씻겨 멀건 얼굴이 되어갔다.


한참을 그렇게 산에 올랐다.


그러다

기쁨에 발이 날아오를 때

뿌듯함에 기분이 붕 뜰 때

자신감에 가슴이 벅차오를 때

설렘에 몸이 간질거릴 때

희망에 마음이 가득 찰 때

기대에 콧노래가 흘러나올 때에도


산으로 향했고

산에서 내려올 때 즈음엔


적당히 식혀진 가슴과

적당히 따스한 머리와

적당히 달아오른 몸으로

땅을 걸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던 어느 날,


산에 오르다가

산에서 만난 모든 생명체와 인사하다가

바위에, 나무 아래, 산들바람 속에서

마침내 산의 존재를 진하게 만나게 되었다.


아, 그래서 그렇구나.

너라는 존재가 그래서.


참,

닮고 싶네.


실제로는 어렵겠지?

그래도 산에 오를 때마다

매번 시도해 본다.


산이 되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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