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앉아 알고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비밀은 앉아 있다"를 읽다가...

by 쓱쓱


한가운데 앉아 알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소멸하듯 춤추는 우리에게


덤덤한 눈빛을 보내는 이는 누구인가?


희미한 영혼을 담보로 영원할 듯 꿈틀대는 우리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보내는 이는 누구인가?



비밀은 앉아 있다


한가운데 앉아 알고 있다.






“We dance round in a ring and suppose,
But the Secret sits in the middle and knows.”


Robert Frost



나는 종종

복잡한 하루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손끝엔 퇴근길 버스의 손잡이 냄새가 묻어 있었고,
머릿속엔 오늘 하루 동안 말하고 들었던
수많은 “그럴 수도 있지”와 “아마도”가 엉켜 있었다.


그때 만난 프로스트의 문장은 아주 짧았다.


단 두 줄.


그런데 그 두 줄이
내 전체를 가만히 눌러앉게 했다.


“우린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추측한다.
하지만 비밀은 한가운데 앉아 알고 있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그리고 문득,

내 안의 중심이

종종 비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절 나는 늘 움직이며 살았다.
설명하고, 계획하고, 확인하며..

실수를 만회해 줄 누군가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매 순간 어깨에 힘이 잔뜩 실렸다.


그래서 좀처럼 앉아 있지 못했다.
앉는다는 건 멈춘다는 뜻이고,
멈춘다는 건 잊고 지내던 나를 마주하는 일이었다.

매듭을 만들기 위해 분명 필요한 일이었으나

멈추면 다시는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던 것 같다.


어느 밤, 버스 창밖으로 스쳐가는 불빛들이
둥근 궤적을 그리며 사라질 때,


나는 그 빛이 마치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돌고,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스스로를 밝히려다 결국 사라지는 존재들.


그 순간 영혼에 경고음이 들렸다.


원 밖에서 춤추던 내가,
한 번쯤은 중심에 앉아 나를 바라보기 위해

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 중심으로 들어가 보려 시를 썼다.


중심은 고요했다.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가설과 추측만을 만들던 나에게

중심은 고요히 응축된 진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멈추어 보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고요가 때로는 진실보다 더 많은 말을 건네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은 정지의 숨이 있길 바란다.


비록 세상은 계속 움직이지만,
잠시라도 중심에 앉을 용기를 내는 순간이 오길.


그때 비로소,
비밀은 우리 안에서도 조용히 앉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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