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단어와 단상_매(일)뭐(라도)쓰(기) 프로젝트_7월_7일차

by 쓱쓱

그 시절 나는 두 아이를 모두 유치원에 보내고 아파트 건물 옆 작은 놀이터에서 매일 달리기를 했다.


유치원과 학교가 시작되는 시간의 놀이터는 자연스레 전체 대관이 가능했다.

그렇게 영업 시작 전 고요 속 묘한 긴장감이 도는 놀이터에서 나는 매일 천천히 달렸다.

유명하다는 달리기 앱이 깔린 핸드폰을 손에 들고 최소 3km는 채우기 위해 매일 50바퀴를 넘게 돌았다.


놀이터는 규모가 작은 편이었고 중앙에 동그란 형태로 고무 트랙을 깔아 놓아 달리기에 나쁘지 않았으나 공간 자체가 넓지 않아 뱅글뱅글 돌다 보면 다람쥐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렇게 한쪽 방향으로 뛰며 돌다 보면 조금씩 머리가 어질어질해졌기 때문에 이후로는 15바퀴씩 방향을 바꿔가며 달렸다.

남편과 함께 첫 10km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후 하프 마라톤을 신청한 후였다.

21.0975km는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 참가한 연인들의 앙탈을 보는 즐거움이나 회사 동료끼리 산보하듯 걸어가는 가벼운 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호기심을 넘어 왠지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지는 삶의 중요한 한 지점이 될 것 같았다.

좋은 기록을 내겠다는 주제넘는 욕심은 애초부터 없었다. 오로지 완주만을 떠올렸다. 절대적으로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본능이었다. 연습이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해야 할 일들은 신기하게도 매일 생겼고 하원까지의 시간은 언제나 도둑맞은 것처럼 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놀이터는 조금은 슬픈 최선의 차선책이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놀이터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가족에 대해, 관계에 대해, 과거에 대해 그리고 나의 미래에 대해.

매일 뛰며 걷는 간격이 짧아지는 만큼 다리에 힘이 붙었고 쉬지 않고 달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심장이 견뎌주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리고 연습의 힘이 몸에 발휘되는 만큼 생각의 근육도 조금씩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하프 마라톤은 어떻게 됐냐고?

연습은 대체적으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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