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단어와 단상_매(일)뭐(라도)쓰(기) 프로젝트_7월_19일차

by 쓱쓱

좋은 대화란 과연 무엇일까?


아, 참 좋은 대화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대화는 어떤 대화였던가?

한창 사춘기를 달리고 있는 두 딸이 언제부터인지 가족 모임을 하자는 말에 시큰둥하기 시작했다.

주 1회 가족끼리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도 공유하고 각자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하자는 취지로 애써 모임을 만들었건만, 점점 모이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급기야 큰 딸이 불참을 선언했다.

어안이 벙벙해서 가족을 위해 30분도 투자를 못하냐며 분노를 표출했는데, 돌아오는 말.


“ 계속 잔소리만 할 거잖아요.”


대화의 장이라 쓰고 잔소리의 난투라 읽어야 했던 것인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차근차근 풀 필요가 있었다.

겨우 겨우 아이들을 모아 놓고 들어보니, 처음에는 각자 하고 싶은 말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아빠의 훈화와 엄마의 잔소리가 휘몰아치고 그러다 보면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대화란 자고로 상호작용, 즉 오고 가고가 있어야 하고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표현과 수용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표현해 보라고 하곤 거기에 여러 섣부른 조언과 조급한 걱정을 달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표현한 이야기에 대해 충분히 수용해 주는 단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도되는 성급한 부모의 조언은 당연히 잔소리로 전환된다.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과 맥락,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말의 표층 아래 흐르는 감정을 온전히 따라가는 것.

그렇게 잘 따라가다 적절한 질문을 통해 말과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것.


결국 좋은 대화란 상대방이 표현하는 말과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면서 잘 듣고 그것을 수용해 주는 동시에 사고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인데, 아무래도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그저 잘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이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이후 모임부터 부모의 발언권은 각각 5분 이내로, 무엇보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으면 굳이 대화하려고 애쓰지 않기.

대화란 결국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대상과 주고받고가 잘 되어야 좋은 대화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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