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단상_매(일)뭐(라도)쓰(기) 프로젝트_7월_21일차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사람들로부터 첫인상이 ‘서울깍쟁이’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뭔가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있긴 한데 성격이 좀 까칠할 것 같아서 쉽게 말을 걸기가 쉽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외모에서 풍기는 건 거의 말술을 마실 것만 같은데 술을 못 마신다는 건 순 내숭이 아니냐며 눈총을 받았다.
서울 출신도 아니고 게다가 알코올분해효소가 턱없이 부족해 술을 못 마시는 나로서는 나름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나에 대한 첫인상을 내가 어떻게 해 볼 수는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나에 대한 첫인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히려 실제 성격은 첫인상과 딴판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더군다나 신기하게 나이가 들면서는 서울깍쟁이 같다는 말을 거의 듣지 않았다. 오히려 꽤 편안한 인상이라고들 했다.
얼굴은 영혼이 담긴 거울이라고 하는데 요즘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무척 실감하고 있다.
20대 때 나는 그야말로 정글에서 생존을 위해 잔뜩 긴장해 있는 존재와 같았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한 세상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미숙한 개체였다.
사소한 자극도 큰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익혔다.
그래서 위험을 더 잘 감지하기 위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고 촉수를 길게 뻗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덕분에 나는 마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얼굴과 몸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
그런 나의 첫인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 인 것 같다.
남편을 만난 후 나는 더 이상 혼자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했고 팽팽한 긴장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온전히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인생의 찐 파트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실제 그 믿음은 실로 굉장한 것이어서 어떤 불확실성의 위협도 이겨낼 수 있는 희한한 긍정성을 샘솟게 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첫인상만큼 변수의 작용이 많은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