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서 바라본 우울증

우울증과 약, 치료의 경과

by 연B

어떤 순간에 갑자기 거대한 괴로움이 휩쓸기도 하고 삶의 의지가 전혀 없는 나란 존재를 하루 동안 버티는 게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아픔의 결을 일일이 느끼기보다는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덜 예민해지고 둔감해졌다.


우울증에 대한 여러 가지 썰이 나돌지만 각자의 우울증이 다르듯 나도 나의 우울증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가진 가장 정확한 지식은 나를 오랫동안 진찰하고 약을 처방해주신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에게서 들은 것이다. 선생님께 들은 우울증에 대한 정보 중에 모두의 치료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Q. 우울증 약을 복용 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많은 이들이 정신과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용기를 내 찾아온 병원에서 의사랑 상담 후 받아 든 작은 알약들이 오랜 고통을 끝내주리라는 희망을 가진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외과 수술이나 항생제처럼 우울증을 단번에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개인의 마음을 둘러싼 여러 신경계 호르몬들을 갑자기 크게 조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따른다. 약의 효과는 단계적으로 나타나도록 처방될 것이다. 치료에는 우울증 약의 도움과 상담 둘 다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멈추었던 일상을 스스로 움직일 에너지가 분명히 생긴다.


Q. 우울증 약을 복용 후에 어떤 것들이 단기간에 좋아질 수 있을까?


내 경우에, 우울증의 부작용 중에 가장 반갑지 않은 것은 글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논문을 쓰려고 여러 권의 책들과 논문들을 읽어야 했지만, 30분을 넘겨도 한 페이지를 읽어낼 수가 없었다. 저녁에 다시 읽어도 글의 내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읽으려는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활이 한동안 사라졌었다. 3분 전에 했던 생각도 전혀 기억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우울증 약을 먹고 난 후 가장 단기간에 효과를 본 것은 지적 능력이었던 것 같다. 약을 먹고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던 것도 그렇고 머릿속이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상담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울증은 정말 약을 먹으면 낫는다.


Q. 우울증 약의 부작용은 없을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처음 처방받은 약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내 경우는 다행히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치료효과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사소한 부작용은 무시했던 것 같기도 하다. 흔히들 얘기하는 살이 찐다거나 안정제의 탓으로 기분을 일정하게 유지하지만 활력이 없어지는 부작용은 최신 개발된 우울증 약들을 처방받으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우울증의 상황을 체크해서 수면 상태와 기분, 에너지 등을 기록해서 의사 선생님과 계속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듯하다. 나는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비타민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신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먹는 것처럼, 나는 무기력한 내 상태를 스스로 못 고친다면 병원에서 필요한 약을 처방받아서 어떻게든 나아지고 싶었다.


멈추었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스스로는 나 혼자 논문을 써서 졸업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한편으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의 1년 반의 상담 덕분에 겨우 나아질 수 있었고,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내가 써낸 논문을 제출하고 졸업할 수 있었다.


상담 중에도 여전히 스스로의 의지로는 부족해서 계속 미루는 일이 태반이었고 내 상황을 선생님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잘되어가고 있다고 거짓말한 적도 있었지만 나를 잘 모르지만, 나를 지켜봐 주고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신경 써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안정시켰던 것 같다.


논문 심사가 끝나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본한 논문을 의사 선생님께 드리면서 계속 울 수밖에 없었다. 나 스스로 해낼 수 없던 논문도 쓰게 되었고, 내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마음먹은 것은 선생님 덕분이라고 감사하다는 말이었는데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목이 메었다. 늘 걱정해주시는 선생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혀서 동시에 휴지로 눈물을 닦아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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