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유독 좋은 나에게 자신을 닮았다며 아빠는 미안해했다. 나쁜 기억은 오래도록 괴롭고 고통스럽게 했고, 좋은 기억도 오래 붙잡고 있으면 결국 그리워져 슬퍼졌다.
한없이 그리워하다 정신을 차리면 현재라는 시간 속도를 혼자 따라잡지 못할 때가 있다. 지인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혼자 과거에 묶여 과거를 놓지도 못하고, 가만히 같은 자리에서 나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말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흘러간다고, 가끔 추억은 하더라도 너무 오래 붙잡지 말라고 하셨다. 인생은 뒤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가끔 뒤돌아보고 추억할 수 있어도 머물러 있지 말아야 한다.
신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간다. 나쁜 것도 좋은 것도 결국 지나간다. 그렇게 모든 생의 순간은 흘러간다. 내 생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 어느 지점쯤 와있는지 감은 안 오지만, 묶여있지 말고 부단히 행복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