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걔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또 시작이다.
대화의 대상만 바뀔 뿐, 모든 하소연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저 문장으로 문을 연다.
타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칸에 던져 넣어버리는 그 방식.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하게 마음이 얹힌다.
그 하소연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타인을 너무 쉽게 단정 지어버리는 그 말버릇이,
사실 몇 년 전 내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7년의 연애.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의 7할을 함께 보냈다.
그 긴시간 동안 우리는 신기하리만큼 싸우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통하는 순간들이 공기처럼 당연했다.
우리는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유일한 존재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결혼은 다른 우주였다.
치약 짜는 방향 하나에 날이 서고, 널어놓은 빨래의 모양새에 감정이 상했다.
사소한 생활의 파편들이 발등에 상처를 내기 시작하자,
익숙했던 얼굴이 낯선 이방인처럼 보였다.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멀게 느껴지던 날들.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속엔 보이지 않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
왜 이것도 못 해줘?
왜 저건 저렇게 안해?
나는 그것을 '사랑하기에 당연한 기대'라고 믿었다.
하지만 기대의 부피가 커질수록 관계의 숨통은 조여왔다.
나는 점점 예민해졌고, 모래성처럼 작은 파도에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바닥을 치고 나서야 비로소 질문 하나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나는 나 하나 바꾸는 것도 이토록 힘겨워하면서, 왜 상대의 세계를 그토록 쉽게 뜯어고치려 했을까.'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내 삶에 머물며 나를 괴롭혔다.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기에
나는 천천히,
아주 조금씩
'다름'이라는 거대한 벽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영토를 침범해 내 깃발을 꽂으려던 고집을 내려놓으며,
방향을 틀기로 했다.
상대를 바꾸기 대신, 나를 먼저 바꿔보자.
신기하게도 내가 한 뼘 변하자, 평행선 같던 관계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짓지 않고,
'나와는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로 내버려 두는 것.
그것이 내가 결혼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며
뒤늦게 알게 된 '관계의 방식'이었다.